※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미성년>은 고등학생 딸을 둔 부부의 일방(남편)이 역시 또래의 딸을 둔 이혼녀와 연애를 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보여주는데요. 유부남과 이혼녀가 연애를 하면 당연히 법률문제가 발생하겠지요. 영화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도 법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같이 한 번 찾아볼까요.

영화는 남편 권대원(김윤석)의 미성년 딸 권주리(김혜준)가 아빠의 불륜 현장을 몰래 훔쳐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아빠의 불륜 상대인 상간녀는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의 엄마인 미희(김소진)입니다. 먼저 불륜은 형사적으로 처벌이 될까요? 과거에는 간통죄가 있어서 처벌됐지만 2015년에 위헌결정이 나오면서 현재는 형사범죄가 아니에요. 그래서 미혼자가 기혼자와 불륜 관계를 맺어도 형사적으로 처벌은 받지 않지만 기혼자의 배우자에게 민사적으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는 있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후에 한 쪽이 외도를 하는 경우에는 부부생활의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상간자가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서 민사적으로도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위자료 책임도 없습니다. 영화에서 대원의 법률상 아내 영주(염정아)와 대원은 이미 2년간 각방을 쓰고 있는데, 이것을 혼인관계 파탄으로 보아 미희는 영주한테 위자료 책임을 지지 않을까요? 판례는 부부공동생활이 파탄 났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구합니다. 영화에서 대원이 비록 외도를 하였지만 영주와 대원은 대화도 잘하고, 외도를 들켰을 때 기회를 달라고 빌고, 딸 주리 걱정도 같이하면서 잠만 각 방에서 잘 뿐 부부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보여요. 그래서 미희는 영주의 남편과 외도를 함으로써 영주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사안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인 상·하한선이 있기는 한데요. 위자료 액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인 것을 알았는지 여부입니다. 기혼인 것을 모르고 만났고 그것이 입증된다면 위자료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어요. 영화에서 미희는 영주의 가정 있는 사람인 줄 몰랐냐는 질문에 알았다고 정확하게 대답을 합니다. 즉, 미희는 대원이 기혼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고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영주에게 다소 높은 금액의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원은 아내 영주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는데요. 영주는 그 방에 전 재산이 있다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재산 내역을 정리해 봅니다.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등기권리증과 여러 개의 통장이 모두 남편 ‘권대원’ 명의인 것을 보고 영주는 혼잣말로 ‘멍청한 년’이라고 중얼거리는데요. 영주의 혼잣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부부가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재산분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부의 공동재산인데,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 부부 중 누구의 소유인지 불분명한 재산을 말합니다. 영주의 탄식은 남편의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재산분할 때 불리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로 보이지만, 대체로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부부가 협력해서 취득한 재산은 명의를 불문하고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영주의 걱정과는 달리 아파트와 예금 채권에 대해서 영주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의 비율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판단을 하는데, 판례는 과거보다 직업이 없는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점차 높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재산분할 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혼인기간과 나이,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혼인기간이 길수록 당연히 기여도가 높아지고 전업주부일지라도 가계소득을 관리하면서 혼인재산을 증가시켰다면 기여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주리는 고교 1년생이므로 영주와 대원의 혼인기간은 적어도 18년 이상으로 혼인기간이 짧다고 볼 수 없고 영주는 상당한 정도의 재산분할 비율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입니다.

상간녀 미희는 대원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조산을 하게 됩니다. 주리와 윤아는 묘한 연대 의식(?)으로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까워지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남자 아기를 보며 남동생이 생겼다는 대화를 하는데요. 누나와 남동생은 방계혈족 관계인데 주리와 윤아는 미희가 출산한 아기와 방계혈족이 맞을까요. 여자는 출산 자체로 친자관계가 인정되므로 모(母)의 인지가 없어도 미희의 직계비속인 윤아와 남자 아기는 방계혈족이 맞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와 달리 법률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만 그 남자의 친자로 추정되고, 혼인외의 출생자는 부(夫)가 인지를 해야 부자관계가 인정됩니다. 그래서 대원이 미희가 출산한 아기를 본 적이 없고 인지한 사실도 없어서 대원의 자(子)로 볼 수 없으므로, 남자 아기와 주리는 방계혈족이 아니에요.

불륜이 비록 형사범죄는 아니지만 다양한 법률문제를 야기시키는 건 맞습니다. 영화 속 미희의 대사, ‘바람 한 번 피워보세요, 그게 생각대로 되나’ 가 여러 번 곱씹어졌는데요. 생각대로 안 되니까 기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법률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책임이 크지 않다는 조언을 하고 싶네요.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