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야심작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한 평가가 좋더군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단연 눈에 먼저 들어오겠지만 틸다 스윈튼의 파격적인 변신도 놀라웠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승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겠죠. 에인션트 원을 보며 문득 여자 액션 배우의 계보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1980~90년대
시고니 위버
<에이리언> 시리즈: 엘렌 리플리
리플리는 여성 액션 캐릭터의 선구자라 불릴 만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1980년 이전에 눈에 띄는 여성 액션 캐릭터, 배우가 있었나 싶습니다. <007> 시리즈의 본드걸들은 남자들의 눈요기에 불과했죠. 1979년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에이리언> 1편부터 1986년 제임스 카메론 연출의 <에이리언 2>, 1992년 데이빗 핀처가 연출한 <에이리언 3>까지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리플리는 우주 괴물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린다 해밀턴
<터미네이터> 1~2편: 사라 코너
우주에 리플리가 있다면 지구에는 사라 코너가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1984년작 <터미네이터>에서 사라 코너는 리플리처럼 살아남는 위해 미래에서 온 ‘괴물’ 터미네이터와 싸웁니다. 1991년 제작된 2편에서는 아예 전사가 되어버리죠. 어린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를 지켜야 하니까요.
양자경
<예스 마담> 시리즈
홍콩액션 영화의 전성기에 성룡, 이연걸 등 남자만 있지 않았습니다. 양자경이 있었습니다. <예스 마담> 시리즈에서 발레를 했던 양자경이 대역 없는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예스 마담> 시리즈가 절대 흥행할 일이 없었을 겁니다. 양자경은 결혼 후 영화계를 떠나면서 <예스 마담> 시리즈를 다음에 등장할 양리칭에게 넘겨줬습니다. 이후 <007 네버 다이>(1997)에서 눈요기가 아닌 액션을 하는 본드걸로 등장합니다. 2000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에서는 유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홍콩 여자 액션 계보를 장쯔이에게 연결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양리칭
<예스 마담> 시리즈
양리칭은 양자경만큼 알려진 배우는 아닙니다. 인지도에서 떨어지더라도 액션만큼은 양자경에 지지 않는 배우입니다. 분명 기억하시는 분들 있을 겁니다. 양리칭은 1986년 양자경에 이어 <예스 마담> 시리즈에 출연했습니다. 액션 여배우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홍콩 액션 영화의 쇠퇴와 함께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습니다.
안느 파릴로드
<니키타>: 니키타
뤽 베송 감독은 프랑스발 액션을 전 세계로 전파시킨 장본인입니다. <레옹> 이전에 <니키타>(1990)가 있었습니다. 안느 파릴로드는 조세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킬러로 변해가는 니키타를 뛰어나게 연기해냈습니다. 액션뿐만 아니라 킬러의 사랑과 그에 따른 감정도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니키타’ 캐릭터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1993년 할리우드에서 <니나>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고, 2010년에는 매기 큐 주연의 미드 <니키타>도 나왔습니다.
데미 무어
<지. 아이. 제인>: 조단 오닐
군의 성차별을 폐지를 위해 데미 무어가 연기한 조단 오닐 중위는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씰 훈련을 받게 됩니다. <지. 아이. 제인>(1997)은 데미 무어의 짧은 머리부터 기억이 납니다. 오닐 중위는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훈련을 이겨냅니다. 그만큼 강인한 여성 캐릭터라는 뜻입니다. 본격 액션 영화, 캐릭터라고 하기에 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데미 무어의 연기는 탁월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여전사 메이커’로 탁월한 분인 것 같습니다. 다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여전사는 누굴까요.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2000년대
안젤리나 졸리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
안젤리나 졸리는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툼 레이더>(2001) 이후 출연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원티드>, <솔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툼 레이더> 이후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기 게임 원작의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할 배우로 안젤리나 졸리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습니다. <툼 레이더> 게임이 리부트 되면서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를 다시 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2018년 개봉 예정인 <툼 레이더> 리부트 영화에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합니다.
밀라 요보비치
<레지던트 이블>: 엘리스
2000년대를 이끈 여자 액션 배우로 밀라 요보비치를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툼 레이더>처럼 게임이 원작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엘리스를 연기하면서 여전사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혔습니다. 주짓수, 킥복싱, 가라데 등 각종 무술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괜히 여전사가 아니었습니다.
우마 서먼
<킬 빌> 1~2편: 블랙 맘바
아무리 쿠엔틴 타란티노가 뛰어난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우마 서먼이 없었으면 <킬 빌>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영화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우마 서먼이 연기한 블랙 맘바는 칼, 총, 맨손 액션 등을 모두 소화했습니다. 큰 키의 우마 서먼이라서 더 근사한 액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킬 빌>에 등장하는 루시 리우, 비비카, A 폭스 등의 액션도 엄청났습니다. 블랙 맘바의 팬이라면 저 스틸 속 노란 ‘추리닝’이 필구 아이템이였죠.
누미 라파스
<밀레니엄> 시리즈: 리스베트 살란다
덴마크에서 온 <밀레니엄> 시리즈는 북유럽의 독특한 분위기의 액션을 보여줬습니다. 그 중심에 리스베트 살란다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가 있습니다. 그녀의 매력에 리들리 스콧 감독도 반했던 것 같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리부트인 <프로메테우스>에 누미 라파스를 출연시켰습니다. 그녀는 리플리와 거의 유사한 역할을 하는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합니다. 2017년 개봉 예정인 <프로메테우스> 속편 <에이리언: 커버넌트>도 얼른 보고 싶네요.
조 샐다나
<아바타> <콜롬비아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조 샐다나는 <아바타>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콜롬비아나>에서 킬러 카탈리아를 연기하며 액션 여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액션 영화라고 보기는 좀 힘들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도 액션을 선보이죠.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우후라는 액션이 없군요.
클로이 모레츠
<킥 애스: 영웅의 탄생>: 힛걸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클로이 모레츠를 액션 배우 계보에 넣어봤습니다. <한나>의 시얼샤 로넌을 넣어볼까 하기도 했습니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힛걸은 정말 놀라운 캐릭터였죠. 어린 클로이 모레츠가 실제 액션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어린, 이제는 많이 커버린, 클로이 모레츠를 여자 액션 배우로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헝거게임> 시리즈: 캣니스 에버딘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여러 캐릭터 가운데 그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캣니스 에버딘이라고 생각합니다. 활의 달인인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는 살 떨리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반란군 또는 혁명군의 정신적 리더가 됩니다. 많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인 제니퍼 로렌스지만 캣니스는 그의 연기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칼렛 요한슨
<어벤져스> 등: 블랙 위도우
마블의 여성 캐릭터 가운데 가장 유명한 ‘블랙 위도우’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합니다. <아이언맨2>부터 등장해서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까지 마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별한 초능력 없이 어벤져스 멤버가 된 블랙 위도우는 스칼렛 요한슨의 액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캐릭터입니다.
지나 카라노
<헤이와이어>: 맬로리 케인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의 지나 카라노는 여기 언급된 배우들과는 좀 다른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짜 무술인이니까요.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헤이와이어>에서 대역, CG 없는 진짜 액션을 선보입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배우로서 연기력은 좀 보기 민망할 수도 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케이트 메이서
에밀리 블런트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캐릭터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좀더 현실적인 캐릭터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는 FBI 요원 케이트를 연기합니다. 대단한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총을 든 그녀의 모습은 영화의 분위기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면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량일 수도 있지만 총을 든 모습이 썩 잘 어울리는 에밀리 블런트의 힘일 수도 있겠습니다.
샤를리즈 테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임페라토르 퓨리오사
최근 등장한 가장 강력한 액션 여성 캐릭터를 꼽자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의 짧은 머리부터 정말 강렬합니다. 영화를 다시 떠올려봐도 맥스(톰 하디)보다 퓨리오사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빨간 내복 기타리스트와 함께 말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2017년 공개되는 <분노의 질주> 8번째 시리즈에도 출연합니다. 또 한번의 액션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원
<1번가의 기적> <7광구> <조선미녀삼총사>
국내 여배우 가운데 액션과 가장 근접한 배우로 하지원을 꼽고 싶습니다. <1번가의 기적>, 비록 망작이지만 <7광구>,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조선미녀삼총사> 등에서 액션 여배우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본격 액션영화에서 보고 싶습니다.
김효선
<짝패>
김효선은 가수를 준비하다가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발탁돼 서울액션스쿨에서 5년 이상 훈련을 받은 전문 액션 배우입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등에 출연했지만 이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여자 액션 배우의 탄생을 볼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게 됐습니다.
이상 여성 액션 배우의 계보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더 많은 액션 배우를 소개해드리지 못해서 조금 아쉽습니다. 너무 길어지면 안 되잖아요. 지금 생각나는 건 카메론 디아즈,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가 출연한 <미녀 삼총사>가 있습니다. 다만 코미디 느낌이 나서 제외했습니다. 그밖에 기억할 만한 배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고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