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감독의 드림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스파이크 리는 <똑바로 살아라>(1989), <말콤 X>(1992) 이후 미국 내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백인 극우 단체 KKK단의 실체를 그린 <블랙클랜스맨>을 통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등의 후보에 올랐으며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첫번째 오스카 트로피였다.

<말콤 X>

스파이크 리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나리오 한 편을 공개했다. 이 시나리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자신의 드림 프로젝트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나리오는 전설적인 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에 대한 것이다. 재키 로빈슨은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다. 인종차별의 벽을 허문 공을 인정해 그의 등번호 42번은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스파이크 리의 재키 로빈슨 영화의 시나리오는 최근에 작성된 것이 아니다. 1996년 겨울에 작성됐다. 159페이지의 다섯 번째 교정본이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 스파이크 리는 “덴젤 워싱턴을 재키 로빈슨 역으로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시나리오는 스파이크 리의 개인 금고에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다.

<블랙클랜스맨>

이 시나리오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 스파이크 리의 드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안에 있어야 할 미국인들을 위한 일종의 선물이다. 스파이크 리는 “야구 팬이라 아니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며 재키 로빈슨의 삶은 “이것은 위대한 미국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지금 이 시나리오는 스파이크 리의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officialspikelee/)에서 PDF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재키 로빈슨을 다룬 작품은 지금까지 두 편 나왔다. 하나는 <베트남 전쟁> 등을 만든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즈가 연출한 TV 미니 시리즈 <재키 로빈슨>(2016)다. 다른 하나는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42>(2013)다. 마블 캐릭터 블랙 팬서 이전의 채드윅 보스만이 재키 로빈슨을 연기했다. 해리슨 포드는 재키 로빈슨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단장 브랜치 리키 역을 맡았다.

<42>

코로나19 때문에 할리우드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멈춘 상태처럼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 등 올해 개봉하기로 한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했고, 현재 제작되고 있는 작품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스파이크 리 감독이 공개한 시나리오는 영화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또 시즌 개막이 연기된 야구팬들에게도 좋은 읽을 거리가 될 수 있다. ‘MLB.com’은 “멋지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미제작 재키 로빈슨 각본을 공유했다”(Awesome: Spike shares unfilmed Jackie script)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되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재키 로빈슨 영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