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도 저 포스터보단 잘 만들겠다." 가끔 저는 이런 망언을 내뱉습니다. 그만큼 포스터 디자이너가 사회에 불만 있나 의심스러운 영화 포스터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번 준비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드렸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역대급 포스터들>과는 정반대의 포스터들을 모아봤는데요. 바로 영화를 망치는 역대급 포스터들!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역대급 포스터들>에서 눈 정화 확실히 하셨다면 오늘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기요 여러분. 나 여기 있어요! 내 이름은 무엇입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제목들과 카피 문구, 난리 법석 컴퓨터 그래픽들의 향연.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말처럼 우리가 대신 포스터를 만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뭐 불평불만은 자유 아니겠어요, 여러분?
모든 사람들의 개취를 존중하는 '개취 ZONE' 여기는 씨네플레이. '이게 왜 최악이야?' '이게 왜 없어?' 다 같이 취향 싸움해주시면 관종 에디터는 행복할 것 같아요. 인생사 내 취향, 내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먼저, 올해 미국 영화 사이트 '콜라이더'에서 선정한 <지난 10년간 개봉한 영화 중 최악의 포스터 50위>중 10편의 영화 포스터 소개해드릴게요. 그럼 추울발~
(포스팅 속 순위는 '콜라이더'의 순위와는 상이하며 자세한 순위는 '콜라이더' 홈페이지로!)
10.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에 이어 9년 만에 <제이슨 본>으로 컴백한 맷 데이먼 때문일까요. 맷 데이먼의 얼굴과 몸에 새겨진 노골적인 저 글자들! "맷 데이먼 이즈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이다)"이라는 말처럼 본 시리즈는 맷 데이먼을 위한, 맷 데이먼에 의한 영화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죠! 하지만 포스터의 카피로는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최악의 포스터 순위에 선정되었습니다. 너는 그의 이름을 아니? 맷 데이먼이 바!로! 제이슨 본이라구. 알.겠.다.구!
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2015)
국내에선 이병헌의 'T-1000' 연기로 더 주목을 받았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북미에서 이 포스터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뜨거운 반응을 받았었는데요. 그 이유는 영화의 스포나 다름없는 장면이 포스터 메인에 공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파라마운트는 이 전략이 홍보의 신의 한 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영화의 포스터로서는 SO SO~라는 평가를 받았네요. 최악의 포스터 순위로 냉큼 들어가~.
8. 테이큰 2
(2012)
<테이큰 2>가 최악의 포스터로 뽑힌 이유를 보면 좀 웃기기도 합니다. <테이큰 2>가 <테이큰>의 속편인지 모를까봐 저렇게 튀게 숫자를 썼느냐는 이유인데요. 게다가 "이 영화는 숫자 '2'에 의해서 가족들이 납치된 내용이니?" 라고 비꼬는 미국식 말장난에 번역을 하며 땀을 뻘뻘. 에디터가 느끼기에 나쁘진 않은 것 같지만... <테이큰2> 특유의 역동감이나 긴박감은 포스터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완성도가 높은 포스터가 아닌 것은 확실!
7.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
(2013)
터미네이터에게 ‘I’ll be back’이 있다면 <다이하드>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에게는 “Yippee ki-yay, Motherfxxker!”라는 명대사가 있죠. 1편 때 무심코 내뱉은 대사가 <다이하드> 시리즈의 명대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만들어진 저 포스터 카피!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의 배경인 러시아를 넣어서 만든 저 포스터 카피....'YIPPEE KI-YAY MOTHER RUSSIA' 우..와.. 재밌다...우..와 센스있다. ㅠ ㅠ
6.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포스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우리가 바로 <어벤져스>다"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한 포스터! 이 포스터는 마치 후속작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난장판이 될 것 같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정신 없다는 말인 것 같아요...! 번역기가 그랬어요..) 누가 누가 나오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알려주는 친절한 마블 포스터. 사실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였기 때문에 포스터 디자이너도 애 많이 먹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포토샵 해본 사람만 안다는 그 느낌!
5.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
(2011)
우리에게는 낯선 이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 사이비 종교에 빠진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굉장히 심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포스터를 보면 컴퓨터나 신기술에 관련된 영화가 떠오르시지 않나요. 에디터 역시 이 포스터를 보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떠올랐습니다. QR코드라는 참신한 컨셉은 좋았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상반된다는 이유로 최악의 포스터로 땅땅땅.
4.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2014)
"거대한 로봇 영화는 통상적으로 위험에 처한 매력적인 여자를 등장시킨다"라는 할리우드의 룰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이 포스터. <트랜스포머>의 포스터라고 하기엔... 음..음...물론 서브 포스터라곤 하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무의미 포스터라 순위에 선정되지 않았나 싶네요. 니콜라 펠츠는 아름답다! 끝!
3. 매직 인 더 문라이트
(2014)
<미드나잇 인 파리>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았던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 근데 저 포스터 속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합성인가요...? 마치 잘라서 붙인 듯한 저 어색한 느낌! 그리고 알 수 없는 두 남녀의 표정. 대체 뭘 표현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위에 영예롭게 입성~.
2.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2011)
...네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정녕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포스터.. 무려 퍼.스.트.클.래.스 인걸요? 청년 'Charles Xavier'에 대해서 표현할 방법이 과연 저렇게 얼굴을 오려 붙이는 것 밖에 없었을지 궁금합니다. 저 정도의 배경과 얼굴 합성은 포토샵 기초반에서 배우는걸요. 아무리 서브 포스터라고 해도 너무해요 디자이너님. 서브 포스터도 생명이 있다구요.
1. 엑스맨:
데이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영예의(?) 1위도 <엑스맨>이 차지했습니다.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지난 10여 년간 본 포스터 중 최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요. 포스터 디자이너 멘탈 부서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Professor X'가 마치 불방귀를 뀌는 것 같다는 평가까지. 심지어 이런 짤도 돌아다니더라구요.
에디터가 생각하기에는 10년 동안 본 포스터 중에 최악의 1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10편의 영화들 외에도 40편의 영화들이 최악의 포스터로 선정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알려진 영화들이 많습니다. 왜 최악인지 포스터 구경해보는 재미도 쏠쏠~ 누가 누가 제일 별로인가~
지난 10년간 개봉한 영화 중
최악의 포스터들
비공식 번외 편
아직! 해외의 순위만 보면 조금 섭섭하시죠? 그렇죠? 저는 너~무 섭섭해서 네이버에 "포스터가 망친 영화", "포스터가 이상한 영화", "최악의 영화 포스터" 등 온갖 검색어를 두들기며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해외 영화 사이트만 소중한가요. 네이버도 소중합니다. 우리 네이버 없으면 안 되잖아요! 원래 뭐든지 공식적인 것보다 비공식 석상, 비하인드, 번외편~이 더 재미있는 법!
지구를 지켜라(2003)
마케팅 실패의 대표적인 포스터로는 이 작품을 빼고 논할 수 없죠. 2000년대 최고의 감독 데뷔작으로 뽑히기도 하는 이 작품. 바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최악의 포스터'를 검색하면 항상 나오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포스터 때문에 영화가 망한 것 같지 않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장준환 감독은 "나는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하네요. 우선 이 영화 보세요 여러분. 그리고 다시 포스터를 감상하세요! 보면 아실 겁니다. 아, 보기 전에 멘탈 점검 한 번은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 볼 때는 굉장한 충격이...두둥
김씨표류기(2009)
평단에서 꽤 호평을 받았던 작품인 <김씨 표류기>. 매년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마포대교의 옆 '밤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인데요. 서로 다른 '표류'를 겪고 있는 주인공들이 만나 그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힐링하는 따뜻한 영화입니다. 근데 포스터만 보면 무슨 3차원...거지가 나오는 코믹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파워포인트에서 쓸 법한 저 글씨체들과 사진의 배치가 영화 퀄리티에 대한 기대감을 뚝뚝!
스카우트(2007)
임창정 본인이 주저 없이 인생작으로 뽑는다는 이 영화. 포스터만 보면 괴물 투수 스카우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뻔하디 뻔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야구와 스카우트는 소재일 뿐. 실제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배경인데요. 임창정 식의 맛깔나는 코미디 연기와 시대의 아픔을 절묘하게 조합했다는 호평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만 보면... 그래서인지 <스카우트>는 흥행 참패를 겪었습니다.
끝까지 간다(2013)
'포스터 빼고 완벽한 영화'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영화 <끝까지 간다>. 인터넷상 3대 포스터 대란(<끝까지 간다>, <스카우트>,<지구를 지켜라>)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영화가 공개된 후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받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포스터가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스터만 보면 3류 코믹 액션물 같다는 느낌이 팍팍.
판의 미로(2006)
아이와 손잡고 갔던 엄마들 여럿 놀라게 했다는 이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찰리의 초콜릿 공장> 같은 가족용 판타지 영화로 알고 가신 분들이 많다고 하죠. 하지만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요, 잔인한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의 방황을 그린 영화입니다. 장르만 판타지일뿐! 고어물을 보는 사람도 힘들었을 정도로 징그럽다고 하네요. 마치 동화 속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저 포스터가 여러 사람 낚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이거 노렸네 노렸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엥. 이게 왜?"라는 반응이 가장 많을 것 같은 <먹기사>. 미국의 한 매체에서는 '단어와 관련된 유치한 것들로 단어를 무성의하게 나열한 것이 포스터를 혐오스럽게 만든다'는 엄청난 악평을 내렸는데요. 음..이 포스터... 음 저는 멀리서 보면 예쁘고 가까이서 보면 이상한 거 같아요. 여러분도 가까이서 봐보세요. 그렇죠. 제 말이 맞죠? (강요)
알포인트(2004)
포스터만 봐도 무서운 이 영화. 바로 <알포인트>인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국내 공포영화 중에서는 꽤나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포스터의 문제점은 바로 카피. "우린 적이 아닌...귀신과 싸웠다!" 누군가에게는 반전 요소가 될 수도 있었을 법한 재미를 너무 대놓고 홍보했다는 평을 받았죠. (물론 카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