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바뀐 소소한 일상까지, 가까이에 일어나고 있는 세세한 변화가 와닿는 요즘. 만약 삶의 작은 루틴이 아닌, 영혼 또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린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재밌는 가정들이 현실이 되어버렸다면? 체인지를 소재로 다룬 영화‧드라마 다섯 편을 주제별로 모아봤습니다. 아래 작품들은 모두 왓챠플레이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분명 죽었는데... 환생 버튼을 잘못 눌렀다!

날씬한 모델에서 뚱뚱한 변호사로 바디 체인지

<체인지 디바> 시즌 1,2

감독 제임스 헤이먼, 론 언더우드, 마이클 레인지

출연 브룩 엘리엇, 마가렛 조, 에이프릴 보울비

44사이즈의 마른 몸매와 예쁜 얼굴을 지닌 24살 모델 지망생 뎁(브룩 디오세이). 오디션을 보러 가던 중 과일 트럭과의 충돌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사후세계에 오게 된 뎁. 그곳에서 천사 프레드(벤 펠드만)를 만나고, 프레드는 뎁을 천국과 지옥 둘 중 어느 곳으로 보낼지 고민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얘길 듣자 화가 난 뎁은 막무가내로 송환 버튼을 누르게 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런데 오류로 77사이즈의 뚱뚱한 여성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뎁. 몸의 주인은 제인(브룩 엘리엇)으로, 총기 사고로 인해 사망한 유명 변호사입니다. 좌절한 뎁의 앞에 강등된 수호천사 프레드가 찾아오고, 앞으로 뎁은 제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체인지 디바>는 영혼이 바뀌어 들어갔다는 설정을 둔 법정 드라마입니다. 변호사 제인이 되어버린 뎁의 새로운 인생 적응기라고도 할 수 있죠. 77사이즈가 되어버린 뎁은 좌절하지만, 특유의 재기 발랄한 성격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덕분에 우중충했던 제인은 생기를 얻고,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며 매회 당당하게 변화합니다. 제인뿐만 아니라 수호천사들, 뎁-제인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절친 스테이시 등, 매력적인 조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시즌 4를 끝으로 종영할 계획이었지만 높은 시청률과 팬들의 완강한 반대로 시즌 6까지 연장되어 방영한 인기 드라마입니다.


"익숙해지려면 하루가 너무 짧아요"

자고 일어나면 얼굴부터 성별까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친구

<뷰티 인사이드>

감독 백종열 출연 한효주, 박서준, 유연석

12세 관람가, 127분

18번째 생일 이후,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 키도, 성별도, 나이도 제한 없이 바뀌어버리는 탓에 그의 아침은 매번 새로운 옷과 안경, 신발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덕분에 유명 가구 브랜드 ‘알렉스(ALX)' 디자이너임에도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하고 있죠. 어느 날, 우진은 가구점에 들렸다가 가구를 설명해 주고 있는 이수(한효주)를 만나게 됩니다. 이수에게 첫눈에 반한 우진은 매일 같이 다른 모습으로 이수를 찾아가게 되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잘생긴 얼굴(박서준)로 일어나게 된 우진은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밥 먹으러 갈 것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한 번의 데이트 후 서로에게 가까워집니다. 행여 얼굴이 바뀔까 잠도 자지 않고 모습을 유지해온 우진은 결국 피로감에 깜빡 잠들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깨어납니다. 과연 우진은 이수와 진지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뷰티 인사이드>는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자고 일어나면 외양이 바뀐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국내 영화에서는 자주 시도되지 않았던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작품인데요. 무엇보다 우진의 캐릭터 설정상 10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진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우진을 연기하며 한효주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한 연기로 마음을 울리는 故 김주혁과의 이별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죠. 2018년, 이민기와 서현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로 한차례 리메이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뷰티 인사이드> 속 우진


알약 하나만 먹으면 두뇌 풀가동!

무능력 작가에서 자산가로 인생 체인지,

<리미트리스>

감독 닐 버거 출연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애비 코니쉬

15세 관람가, 105분

영화 초반, 마감에 허덕이는 주인공의 모습에 100% 감정이입해버린 작품 <리미트리스>. 발코니에서 자살을 하려는 한 남자. 주인공 에디(브래들리 쿠퍼)입니다. 시간을 좀 더 돌려볼까요? 그는 사실 마감 날짜가 다가오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무능력한 작가입니다. 씻지도 않아 떡진 머리, 꼬질꼬질한 거지꼴을 면치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가죠. 그러다 우연히 전처의 동생을 만나게 됩니다. 초췌한 에디를 본 전 처남은 그에게 한 알약을 건넵니다. 뇌의 기능을 100% 쓸 수 있다는 신약 ‘NZT'를 말이죠. 약을 복용하자 말 그대로 천재 그 이상이 되어버린 에디. 약에 서서히 중독되기 시작하지만 끊을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복용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신약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이 접근하기 시작하고, 인생 역전으로 부자가 된 에디는 단숨에 위험해 처하게 됩니다.

알약 하나로 천재가 되어 막대한 부를 끌어올 수 있다는 <리미트리스>는 시험을 앞두고 찾아보게 되는 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밑바닥 인생에서 최상류층으로 거듭나는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그의 새파란 눈동자가 인상 깊기도 하죠. 신박한 소재, 스릴러의 덕목을 모두 갖춰 킬링 타임에 제격입니다. 부를 향한 비도덕적인 탐욕이 과연 에디를 성공의 길과 몰락의 길, 둘 중 어느 곳으로 안내하게 될까요?


"저는 두 왕을 섬기었습니다"

하루아침에 폭군에서 성군으로?

진짜 왕, 그리고 왕의 대역을 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15세 관람가, 131분

조선시대 하늘 아래 두 명의 왕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광해군 8년, 수시로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 인해 예민함이 극에 달하며 점점 난폭해져만 가는 왕 광해(이병헌). 그는 고심 끝에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할 가짜 왕을 데려오라 명하죠. 광해는 가짜를 내세워 위협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있을 계획입니다. 허균은 우연히 기방에서 만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하선(이병헌)을 보게 되고, 쌍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왕과 똑 닮은 외모와 왕의 흉내까지 완벽하게 내는 하선을 궁으로 데려갑니다. 서로를 보고 놀란 하선과 광해군. 하선이 광해군의 말투와 걸음걸이까지 따라 하게 될 즈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광해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고, 허균은 하선에게 광해군을 대신해 왕 행세를 본격적으로 할 것을 명합니다. 그렇게 바뀌게 된 광해군과 하선. 하루아침에 인간미 넘치는 왕이 되어버린 하선 탓에 궁 내부는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광해와 너그럽고 유쾌한 하선을 오가는 이병헌의 1인 2역 연기가 단언 돋보이는 작품 <광해, 왕이 된 남자>. 올바른 정치를 펼치기 위한 지도자의 자세란 어떤 것인지 돌이켜보게 하는 이 영화는 역사 고증 여부를 떠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조연으로 출연한 류승룡, 한효주, 장광 등 충무로 기둥 배우들의 호연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거기에 1232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3위에 올랐으니, 대중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성공률 100% 킬러 ↔ 무명배우

바뀐 목욕탕 열쇠로 인생까지 체인지!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15세 관람가, 112분

목욕탕에서 미끄러운 바닥 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씀, 잘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여기 한 남자가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아 미끄러지는 바람에 인생이 180도 바뀌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의뢰만 들어왔다 하면 100% 확률로 성공하는 살인청부업자 최형욱(유해진). 완벽한 뒤처리로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실수로 옷소매에 피가 묻자 찝찝한 마음에 몸도 씻을 겸 목욕탕을 찾아가게 됩니다. 탕을 앞에 두고 목욕탕의 문을 열어젖힌 최형욱. 그런데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굴러다니는 비누를 밟고 넘어져 정신을 잃게 됩니다. 그런 그를 탈의실에서부터 유심히 보던 남자가 있었으니. 형욱의 비싼 손목시계를 보고 부러워했던 무명 배우 윤재성(이준)입니다. 기절한 형욱을 본 재성은 충동적으로 자신의 락커 키와 형욱의 것을 바꿔치기해서 목욕탕을 나오게 됩니다. 눈을 뜬 형욱과 형욱의 집으로 향한 재성에게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바뀐 열쇠 하나로 인생까지 송두리째 체인지 된 두 남자? <럭키>는 2012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유해진의 원맨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코미디 장르에서 내공을 쌓아온 그답게, 등장하는 신마다 웃음을 유발하죠. 유해진의 존재감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준과 조윤희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남은 공백을 채웠습니다. 특별출연으로 신 스틸러에 등극한 전혜빈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 캐릭터 맛집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총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