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재키 브라운> 역시 음악감독이 따로 없다. 소울/훵크 고전들이 빼곡하게 채우는 걸로 대신했기 때문인데, 그런 와중에도 마치 로이 에이어스(Roy Ayers)의 음악들이 마치 오리지널 스코어처럼 자잘자잘하게 배치돼 있다. 주로 인물들이 작당모의를 할 때 에이어스의 음악 'Exotic Dance', 'Aragon', 'Brawling Broads' 등이 쓰였다. 흥미로운 건 그것들이 전부 로이 에이어스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커피>(1973)를 위해 만든 트랙들이고, <커피>의 주인공이 바로 팜 그리어라는 점이다. 그 중 백미는 재키가 돈 빼돌리기 작전을 실행할 때 쓰이는 'Escape'다. 랜디 크로포트(Randy Crawford)의 'Street Life'와 함께 의기양양히 쇼핑몰에 들어선 재키가 멜라니(브리짓 폰다)에게 5만 달러만 든 가방을 주고, 나머지 50만 달러를 다른 가방에 옮겨 담으면 'Escape'가 특유의 요란한 봉고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돈을 모두 옮겨 담은 쇼핑백을 탈의실에 놓고 나와,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수트 값을 계산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쇼핑몰을 배회하다가 경찰에게 멜라니가 돈을 다 가져갔다고 말하는 3분간의 시퀀스 내내 'Escape'가 사용됐다. <커피>에선 주인공 커피가 악한들에게 붙잡혀 있다가 탈출하는 대목에서 쓰였다. 요즘 관객들에겐 <앤트맨> 시리즈 중 루이스(마이클 페나)가 속사포처럼 자기 썰을 풀어대는 시퀀스의 BGM으로 더 친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