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빔 벤더스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벤더스 영화 속 캐릭터는 목적도 없이 자취를 옮기며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깨닫는 시간을 통과하곤 했다.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지만 개인의 내면에 더 집중하기에 풍경이 두드러지는 법이 없었는데, <파리, 텍사스>(1984)를 작업하던 8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사진 작업은 온전히 공간에 집중한다. 낮과 밤의 공기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독일, 호주, 일본, 쿠바,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의 이름 모를 공간은 1986년 파리 퐁피두 센터의 전시 이래 꾸준히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