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지금 소개해드리는 드라마들을 관람할 시 당신의 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질 만큼 꿀잼이거든요. 중도 하차란 없습니다. 잠이 모자라 눈은 조금 뻑뻑해지겠지만 ‘다음 화 재생’으로 향하는 커서를 멈출 수 없는 작품들. 초반부 몇 편 방영만으로도 꿀잼작으로 소문나 시청률 2배, 3배, 4배까지 오른 입증된 명작 드라마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 작품들은 왓챠플레이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 최저, 최고 시청률은 닐슨 전국 시청률을 기준으로 합니다.


최저 시청률 14.8% → 최고 시청률 35.2%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이전에 김은숙 작가의 탄탄대로 로코 흥행 길을 닦아놓은 작품이 있었으니. 하지원, 현빈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시크릿 가든>입니다. 싹수없는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과 최초 여자 무술 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이 투닥거리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습니다. 다른 로맨스에 없는 <시크릿 가든>만의 설정이 있다면 비가 올 때마다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것. 몸이 바뀐 남녀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과장된 모습이 꽤 코믹합니다.

<시크릿 가든>은 방영 당시 그야말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김주원이 입에 달고 다니던 대사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들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제작했다”는 번쩍번쩍한 트레이닝복, 카푸치노 거품 키스, 눈 맞춤 윗몸 일으키기 등 드라마 속 거의 모든 요소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빈이 부른 OST가 아이돌 가수를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벌써 10년 전이 되어버린 풋풋한 하지원, 현빈의 모습을 보는 것과 더불어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윤성현, 김사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연 배우 네 명 모두의 대표작이 될 만큼 캐릭터 구성이 탄탄한 작품이죠.


최저 시청률 11.7% → 최고 시청률 37.5%

<아내의 유혹>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시작에 서 있는 작품. 막장계 바이블 <아내의 유혹>도 입소문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드라마입니다. 은재(장서희)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애리(김서형)에게 남편 교빈(변우민)을 빼앗깁니다. 바람도 모자라 아내 은재를 바다에 수장시킨 후 애리와 결혼 2회차를 이어가려던 교빈. 이 사고로 임신 중이었던 아이를 잃은 은재는 눈 밑에 점을 찍고 복수의 화신 ‘민소희’가 되어 컴백합니다.

전작 <인어 아가씨>를 통해 막장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었던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을 통해 다시 한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신분 세탁을 논할 때 ‘눈 밑에 점을 찍으라’는 우스갯소리가 일상화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선사했죠. <SKY 캐슬>의 김주영 선생님 이전, 신애리라는 역대급 캐릭터를 통해 명장면을 여럿 탄생시킨 김서형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불륜, 살인 미수, 도박, 사기, 폭행, 신분 세탁 등 온갖 막장 소재를 섞어놓은 데다, 다른 드라마보다 서너배 빠른 전개 속도는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했습니다. 극 초반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아내의 유혹>은 은재의 복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저 시청률 7.7% → 최고 시청률 24.1%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고등학생 박수하(이종석)의 세상은 다른 사람들의 세상보다 조금 더 시끄럽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 살인마 민준국(정웅인)의 공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수하. 유일한 목격자 장혜성(김소현/이보영)의 용기 있는 진술 덕에 민준국을 감옥에 보낼 수 있었지만, 이 사건으로 그녀는 살인마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맙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혜성을 늘 마음 한구석에 담고 살던 수하는 10년 후 우연히 만난 그녀와 재회합니다. 제 살길만 야무지게 챙기는 속물 변호사로 성장한 혜성과 그녀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수하. 이들의 삶에 출소한 민준국이 끼어들며 예측불가 사건들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대놓고 속물이지만 진실의 힘을 외면하지 않는 혜성과 그녀가 진실을 믿을 수 있도록 진심의 힘을 불어넣는 수하. 이들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법정물로서 흥미진진함을 전합니다.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로 다져진 이들의 견고한 애정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충만하게 만들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공이 큰 작품입니다.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그해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드라마 퀸에 등극했고요. 입체적인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이종석은 스타에서 배우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첫 사이코패스 연기로 국민 악역에 등극한 정웅인의 존재감도 대단합니다. “말하면 죽일 거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새우버거로 주문해놨다"라는 그의 대사는 여태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죠. 대본 리딩 이틀 전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최저 시청률 6.3% → 최고 시청률 23.8%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은 충청도 옹산 구석 골목에서 두루치기 밥집 겸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합니다. 까멜리아는 동네 남성들의 아지트입니다. 옹산 여성 주민들은 눈에 불을 켠 채 까멜리아 동백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동네 주민들의 눈엣가시가 된 동백은 어딜 가나 눈치 보기 바쁩니다. 인생에 먹구름 가득한 그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건 8살 아들 필구(김강훈), 그리고 옹산 리더 덕순(고두심) 뿐이죠.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예상치 못한 지원군이 나타납니다. 동백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촌므파탈 순경 용식(강하늘)이 그 주인공입니다. 뭘 해도 ‘잘 했다’, ‘장하다’ 말해주는 용식의 우레 같은 응원으로 동백의 어깨가 조금 펴지려는 찰나,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살인마 까불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스 4, 휴먼 4, 스릴러 2는 거들 뿐인 4:4:2 전술 드라마”라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각각의 장르를 유연하게 오가는 예측 불가 전개가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동백을 둘러싼 이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죠. <동백꽃 필 무렵>은 “박복하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듣던 동백이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박살 내고 꽃을 피우는 이야기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의 자존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정성스레 물을 주던 용식은 “<도깨비> 속 도깨비보다 더 판타지 캐릭터”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던 훌륭한 캐릭터라는 소리입니다. 동백을 각성시키는 향미(손담비)의 이야기나 살인마에 맞서는 옹벤져스의 연대가 드라마라는 틀을 넘어 현실의 풍경을 소환한다는 점 역시 인상 깊습니다. 편견의 프레임을 벗기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만드는 <동백꽃 필 무렵>은 4배에 가까운 시청률 성장을 이뤘습니다. 2019년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을 만하죠?


최저 시청률 6.2% → 최고 시청률 24.3%

<부부의 세계>

2020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단연 <부부의 세계>입니다. 평온한 가정, 남편과의 변함없는 사랑,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의 명망까지. 완벽하다고 믿었던 지선우(김희애)의 삶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머플러에 끼어있는 다른 여성의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하고서부터였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아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자신만 몰랐다는 사실에 낙담하던 그녀는 꾸역꾸역 버티고 일어나 배신에 대한 복수를 준비합니다.

8일 기준, 종영까지 4회 분량을 남겨둔 <부부의 세계>는 회차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화부터 6 .2%를 기록하며 JTBC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세웠고, 지난 2일 방영된 12화는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24.3%를 기록했죠. 시청률이 무려 4배나 뛰어올랐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19금 불륜을 소재로 한 <부부의 세계>가 전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자극적인 막장 전개만큼 심도 있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죠. 한때 사랑, 그리고 가족이란 관계로 얽히고설켜있던 이들의 감정 밑바닥 끝까지 파헤치는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합니다. 김희애와 박해준은 물론,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신예 한소희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