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볼>은 5월 14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토브욘 브롬달, 다니엘 산체스, 마르코 자네티, 프레드릭 쿠드롱.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아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 영화가 나왔다. 앞서 언급한 4명은 한때 세계 당구의 4대 천황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렇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당구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식스볼>이다.
<식스볼>은 당구에서 가장 익숙한 캐롬 3쿠션 경기 이외에 제목과 같은 식스볼이라는 경기에 집중한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식스볼>의 규칙을 설명해준다. 당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간단한 룰을 숙지하면 영화 속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위의 4대 천황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식스볼 게임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구력이 좀 되는 아마추어, 동호인이라면 동네 당구장에서 식스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테다.
식스볼 게임이란?
식스볼은 말그대로 6개의 공으로 하는 경기다. 흰색 공 2개, 빨간색 공 1개, 파란색 공 1개, 검은색 공 1개, 노란색 공 1개를 사용한다. 선수들은 화투장의 패를 선택하고, 그 패의 숫자를 기억한다. 흰색 공을 쳐서 검은색 공을 먼저 맞추고 다른 색 공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다. 색깔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미리 정해놓은 점수에서 획득한 점수를 제한다. 이때 처음 선택한 자신의 패의 숫자에 맞게 점수를 남겨야 한다. 먼저 이 점수에 도달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식스볼은 지금 동호인들 사이에서 널리 즐기는 경기는 아니다. 스포츠 당구 종목으로도 보기는 어렵다. 식스볼은 사실 동네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로 익숙한 게임이다. 단순한 게임비 내기가 아니다.
<식스볼>은 이 지점을 파고든 영화다. 내기와 당구. 당구와 도박. 그 사이에 있는 재미를 찾는다. 당구라는 스포츠가 지닌 짜릿함과 내기 혹은 도박에서 발생하는 쫄깃함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익숙하다. 선수, 설계자, 작업, 호구와 같은 용어들이 등장하는 <타짜> 시리즈와 비슷하다. 당구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성훈(이대한)은 용사장(홍달표)의 음모로 왼손을 다치게 된다. 그는 복수를 위해 당구 도박에 뛰어든다. 이 복수극에 김실장(강예빈), 서경(김아라) 등의 여성이 얽히고 성훈은 목숨 건 대결을 펼친다.
1000대 1 서바이벌 오디션의 승리자
당구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일일 당구장 이용객은 무려 180만 명에 달한다. 당구장 수는 2만 2000개 이상이다. 케이블TV 채널에서 당구 경기를 자주 중계하면서 시작된 변화다. <식스볼>의 채기준 감독은 이 점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익숙한 당구 종목인 4구 경기를 소재로 삼았다가 용사장을 연기한 홍달표의 제안으로 1990년대 자주 즐기던 식스볼을 다루게 됐다”고 한다. 채기준 감독은 “이 영화를 봤을 때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밌게 즐기고, 당구를 모르는 사람은 당구를 한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식스볼>은 국내 당구 영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공수도>, <속닥속닥>의 제작팀은 당구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테이블 위 목숨을 건 마지막 대결”이라는 포스터의 카피가 무색하지 않다. 그들은 이 도전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화려하고 속도감을 살린 영상은 당구라는 스포츠의 재미를 살렸다. 도박판의 암투와 배신 역시 <식스볼>의 중요한 재미 요소다. 3개월간 진행된 공개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에서 1000대 1의 경쟁률로 뽑힌 신예 이대한과 김아라가 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대한은 캐스팅 직후부터 촬영시작 직전까지 당구 연습에 매진했다. 또한 성훈과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서경 역의 김아라는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당구를 연습했다. 옥타곤걸로 이름을 알린 강예빈도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강예빈이 연기한 김실장은 성훈과 서경, 성훈과 용사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캐릭터다.
신인 발굴의 달인들
할리우드에는 유명한 당구 영화가 2편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컬러 오브 머니>와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다. 지금 <식스볼>이 이 2편의 영화만큼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그럼에도 <식스볼>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 제작사 그노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속닥속닥>에서 소주연, 김태민, 최희진 등의 신인들을 발굴했다. VOD 서비스 후 극장 개봉이라는 한국영화 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만들어 낸 <공수도>에서도 오승훈, 정다은, 손우현 같은 라이징 스타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식스볼>의 이대한과 김아라도 이들이 발견한 신인이다. 색다른 소재와 신선한 신인의 만남으로 <식스볼>은 국내 최초의 당구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차지한 영화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