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빗발치는 총격전, 옥상 혹은 도로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추격전, 거칠게 치고받는 난투극, 거대한 폭발 등의 액션은 시각적인 쾌감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전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익스트랙션>은 이 같은 액션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담아내 아쉬운 서사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개봉해 팬들을 불러 모은 <엽문4: 더 파이널> 역시 볼거리로 무장한 액션에 목말랐던 갈증을 풀어줬다.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19가 황금연휴 이후 재확산되는 요즘,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해줄 액션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부터 복합적인 서사를 더한 묵직한 액션물까지, 드라마 9편을 소개한다.
데어데블(Daredevil)
넷플릭스-마블의 첫 작품 <데어데블>은 영화에서는 쓴맛을 봤던 다크 히어로 데어데블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찰리 콕스의 맷 머독은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단이 되어 헬스 키친을 범죄와 불의로부터 보호하고자 몸을 사리지 않는 처절한 액션을 선보인다. 시즌 1에서는 거물 악당 윌슨 피스크에 맞붙고, 시즌 2에서는 자신처럼 비극을 겪은 퍼니셔와 대립하며 범죄조직 핸드에 맞서고, 시즌 3에서는 킹핀으로 각성한 윌슨 피스크와 새로운 빌런 벤자민 포인덱스터와 맞닥뜨린다. 시력 대신 초인적인 감각과 불굴의 의지로 헬스 키친을 어둡게 하는 세력에 맞서지만,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긴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데어데블>의 성공에 힘입어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묶은 <디펜더스>까지 나왔으나 넷플릭스와 마블의 결별로 더 이상 볼 수 없어 안타깝다.
DC 타이탄(Titans)
<DC 타이탄>은 코믹스 <틴 타이탄>을 기반으로 DC 유니버스의 사이드킥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청불 등급에 어울리는 잔인한 액션과 함께, 배트맨의 1대 사이드킥 로빈으로 활동했던 딕 그레이슨을 주축으로 어둠의 능력을 지닌 레이첼(레이븐), 호랑이로 변신할 수 있는 가필드(비스트 보이), 화염을 방사할 수 있는 코리(스타파이어) 등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이들이 서로를 지켜주며 하나의 팀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시즌 1에서는 레이첼의 사악한 힘을 노리는 악마 트라이곤이, 시즌 2에서는 데스스트로크가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관계를 더 집중해서 다룬다. 워너브러더스의 첫 DC 유니버스 작품인 <DC 타이탄>은 넷플릭스에서, 시즌 1에 잠시 등장하기도 했던 또 다른 시리즈 <둠 패트롤>은 캐치온에서 서비스 중이다.
배트우먼(Batwoman)
2018년 12월에 방영된 애로우버스의 크로스오버 에피소드(<애로우> 시즌 7 9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배트우먼은 배트맨이 떠난 고담을 지킨다. 루비 로즈가 TV 시리즈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슈퍼히어로 배트우먼(케이트 케인) 역에 낙점돼 이목을 끌었으며, 불행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고담시의 새로운 히어로가 된 기원을 다룬다. <애로우>와 <고담>을 섞은 듯한 살짝 어두운 분위기에, 여성 빌런과의 대립이 두드러지는 <슈퍼걸>처럼 어린 시절 사고로 실종됐다 원더랜드라는 조직의 리더로 나타난 동생 앨리스와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으며, 극에서 여러 액션을 선보인 루비 로즈는 작년 9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촬영 중 부상을 입고 수술받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Agents of S.H.I.E.L.D.)
마지막 시즌 7 방영을 앞둔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2012년 <어벤져스>의 성공 이후 조스 웨던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탄생한 드라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와의 관련성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멀어지지만, 각 시즌마다 마블의 방대한 세계관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수준 높은 CG를 선보여 유난히 안방극장에서 고전했던 다른 마블 TV 시리즈와 달리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캡틴 마블>, <어벤져스> 등의 마블 영화에 등장한 핀 콜슨, 해커 출신 요원 스카이,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멜린다 메이, 천재 과학자 레오 피츠와 젬마 시몬스를 중심으로 하이드라, 인휴먼, 고스트 라이더, 차원 우주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효과와 함께 전개한다.
스트라이크 백(Strike Back)
영국의 특수부대 SAS 출신 작가 크리스 라이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는 비밀기관 섹션 20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아낸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테러 조직을 상대로 위험천만한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밀리터리 첩보 액션의 짜릿한 즐거움을 전한다. 시즌 1은 리처드 아미티지와 앤드류 링컨이, 시즌 2부터 시즌 5까지는 설리반 스태플턴과 필립 윈체스터가, 시즌 6부터는 다니엘 맥퍼슨과 워렌 브라운이 테러 방지 작전에 나서는 요원들로 극을 이끈다. 시즌 5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주요 이야기로 다루며 양자경과 윌윤리가 출연한다.
더블 타겟(Shooter)
마크 월버그의 영화로 먼저 알려진 스티븐 헌터의 소설 <탄착점>을 각색한 첩보 액션 드라마. 총 세 개의 시즌이 방영됐으며, 라이언 필립이 복무 중 사고로 동료를 잃고 은퇴한 해병대 저격수 밥 리 스웨거로 분했다. 시즌 1은 대통령 암살 미수 누명을 쓴 밥 리가 자신을 모함한 세력에 복수하는 이야기를, 시즌 2는 누명을 벗은 밥 리가 그와 동료들을 위협하는 저격수 솔로톱에 맞서는 이야기를, 시즌 3는 아버지의 죽음을 비롯해 밥 리를 둘러싼 모든 의혹과 관련된 조직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뛰어난 저격수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총격 액션은 기본, 꼼꼼한 두뇌 플레이에 기반한 활약상을 볼 수 있다.
위노나 어프(Wynonna Earp)
보 스미스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B급 판타지, 호러, 서부극을 가미한 드라마. 과거에 전설적인 범죄자이자 보안관으로 명성을 떨쳤던 와이어트 어프의 후손 위노나 어프가 삼촌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으로 돌아온 후 악령으로 부활한 무법자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와이어프 총으로 악령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위노나 어프를 맡아 통쾌함을 선사하는 멜라니 스크로파노의 쿨한 매력이 돋보인다. 현재 네 번째 시즌 촬영이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워리어(Warrior)
<워리어>는 이소룡이 제작하려 했으나 무산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오언조 주연의 <인투 더 배드랜즈>처럼 동양 무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187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동생 마이링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무술 실력자 아삼이 차이나타운의 악명 높은 조직에 가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이민자를 멸시하는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중국인 라이벌 조직 간의 대립이 타격감 높은 격투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밴쉬>, <스트라이크 백>의 제작자 조나단 트로퍼가 제작을 총괄하며,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저스틴 린 감독과 브루스 리 프로덕션의 섀넌 리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올해 하반기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다.
코브라 카이(Cobra Kai)
1984년, 영화 <베스트 키드>가 나온 지 34년 만에 그 이후를 담은 스핀오프 시리즈가 공개됐다. 그것도 당시 출연 배우들이 그대로 같은 배역을 맡아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성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른 게 있다면 영화에서 착한 소년 다니엘을 괴롭혔던 조니가 주인공이라는 것. <코브라 카이>는 조니가 결승전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루저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웃 소년의 스승이 되면서, 자동차 영업으로 잘나가는 다니엘과 다시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원작 영화와 달라진 인물들의 상황이 극을 더 흥미롭게 한다.
에그테일 에디터 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