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 남연우(왼쪽) 감독과 배우 김은영.

인터뷰하기에는 이른 아침일까. 10시 30분 무렵. 조용하고 아담한 골목 안 카페에서 가수 치타와 배우 남연우를 만났다. 카페에는 중년의 아저씨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누군가와 쉴 새 없이 통화를 하느라 그랬는지 대강 봐도 눈에 딱 들어오는 이 (실제) 커플에 관심이 없다. 인터뷰를 마치고 잠깐 두 사람과 함께 길을 걸었을 때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치타 아니야?”라고 눈이 동그래지는 모습과는 대비하는 풍경이다. 묘하게 차분한 기분이 드는 오전이었다. 그날 가수 치타는 배우 김은영으로 배우 남연우는 감독 남연우의 역할을 수행했다. 김은영이 출연하고 남연우가 연출한 <초미의 관심사>가 5월 27일 개봉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가수 블루로 활동하는 순덕(김은영)이 갑자기 그를 찾아온 엄마(조민수)와 함께 사라진 동생을 찾는 하루를 담은 영화다.


걸크러시라는 센 언니라는 단어를 나랑 매치시켜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다.

-김치타

치타

-보통 오후에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좀 이른 시간 같다. 피곤하진 않나.

치타 아침에 라디오 방송 게스트로 출연하고 왔다. 어제 촬영은 새벽에 끝났다. 그래도 영화를 위해서 인터뷰는 해야지 않겠나. (웃음)

-<초미의 관심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반응은 어땠나.

남연우 그때 처음 관객분들을 만났는데 상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하루빨리 개봉하길 바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다시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터뷰는 5월12일에 진행됐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 소식이 막 나오던 시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어수선한 시기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남연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지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영화를 위해서도.

치타 하필이면 <초미의 관심사>가 이태원에서 찍은 영화인데 그렇게 돼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생명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많이 보러 오세요’라고 얘기하는 게 참 그렇다. 대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영화를 보는 방법이야 꼭 극장이 아니라도 많으니까.


나는 늘 배우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

-남연우

남연우

-연기는 이번에 처음이다. 어땠나.

치타 (남연우를 보며) “참 걱정 많이 하지 않았어요?” ‘저, 연기 좀 알려주세요’ 하면서 많이 쫓아다녔다. 연기는 안 알려주시고 그냥 대본을 많이 보라고 했다. 그래서 대본을 많이 봤는데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 현장에서는 조민수 선배님이 많이 이끌어주셨다.

-연인 사이니 감독님도 많이 챙겨주지 않았나.

치타 연인 사이 이런 걸 애초에 배제했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기도 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아니고 현장 거리두기를 했다고 해야 할까.

-<초미의 관심사>는 조민수와 치타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기획된 영화인가.

남연우 조민수 선배님이랑 김은영 배우가 먼저 캐스팅되고 나는 그 뒤에 연출로 합류했다.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치타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영화를 기획 중이다, 미팅해보겠냐 해서 만나게 됐다.

-그때 두 분이 처음 만나게 됐나.

남연우 그렇다. 편견에 관한 음악영화라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조민수 선배님까지 나오는 영화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음악도 직접 만들고 불렀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랩퍼가 아닌 재즈 가수로 등장한다.

치타 O.S.T.에 들어가는 삽입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영화에 랩퍼 치타가 나오길 기대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 있다. 치타도 노래를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다. 영화에 편견을 가질 법한 캐릭터, 소외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사는 사람들이라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 음악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편견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생각하게 된다. 이태원이라는 동네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치타 지금 이태원에 살고 있다.

남연우 나 역시 이태원, 보광동 살고 있다.

-영화에 더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남연우 동네를 더 잘 알게 됐다. 촬영에 좋은 골목을 찾으려고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보광동 재개발이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중에 이 영화가 자료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치타 지금이 인간미 있고 좋지 않나. 옛것을 추억하고, 아날로그적인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 내가 땅이나 건물을 안 가지고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웃음)

<초미의 관심사>에서 랩터 치타는 재즈 가수 블루를 연기한다.

<초미의 관심사> 촬영현장

-공간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상 색깔도 빨강색과 파랑색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남연우 미술감독님이 그 의견을 주셨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낮에서 무채색의 회색빛인데 밤에는 화려해지니까 낮에는 모녀가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고 밤에는 톤을 다운시키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영화 내내 티격태격한다. 그러다가 “가족은 다 같아야 하니?!”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가 <초미의 관심사>에서 중요하게 느껴진다.

남연우 각자는 각자일 때 멋있다?

치타 ‘너는 너로서 빛날 때 멋있다’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해서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굳이 맞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와 같이 행동해야 된다는 게 무언의 압박일 수도 강요일 수 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블루이고 본명은 순덕인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의 치타 혹은 김은영이 비슷한가.

치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상당히 많은데… 순덕이보다는 밝은 모습이 있지 않을까 (웃음) 순덕이는 계속 시니컬하니까.

남연우 실제 치타는 영화 속 순덕과는 달리 감정 표현이 좋다.

치타 그래서 그런지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웃음)

남연우 어쩌면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욱하는 영화 속 엄마(조민수)와 가까운 성격이지 않나 싶다.

치타 성격이 너무 1차원적인인 것 같다. (웃음)

남연우 1차원은 아니고 어떤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다. 배우로서 좋은 자질이다.

-혹시 그런 모습에 반한 건가.

남연우 그 전에. (웃음)

-치타는 무대에서의 카리스마가 세다. 배우로서도 센 연기를 잘할 것 같다.

치타 노래나 랩에서 막 지르는 거랑 영화는 다르더라. 후시 녹음을 할 때 ‘악!’하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낯설게 느껴졌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론 잘 해내긴 했지만… (일동 웃음) 낯설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연기를 계속하면 잘하지 않을까.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나.

남연우 개인적으로 치타가 배우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수 치타가 익숙하고 좋지 않나.

치타 그렇다. 그런데 진짜 어렸을 때부터, 대략 7살 때쯤 연예계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때부터 내 꿈은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초미의 관심사>

-그럼 또 다른 관심 분야가 있나.

치타 연극이 재밌을 것 같다. 가수 랩퍼로 무대에 설 때 크고 관객과 먼 무대와 관객 한 명 한 명을 볼 수 있는 작은 무대를 모두 경험했다. 다 좋지만 관객과 가까울 때 좀 더 따뜻함을 느끼고 편안하고 서로 교류하는 느낌을 받는다. 연극도 그런 느낌일지 궁금하다.

-<초미의 관심사>의 주제이기도 한 편견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얘기해보고 싶다. 치타를 수식하는 ‘걸크러시’라는 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치타 음…. (한참 생각한 뒤) 딱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면 내가 어디 가서 ‘저는 진짜 센 사람입니다. 진짜 걸크러시예요’라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서 그런 부분을 보고 싶어 하시고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아주신 거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걸크러시라는 센 언니라는 단어를 나랑 매치시켜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다. 물론 누구나 그렇듯이 나에게 그런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걸크러시 이미지가 소진되면 또 다른 모습이 보여주면 된다!

-배우로 활약하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

치타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다였다며… 센 언니 캐릭터 말고 내가 뭐가 있었지. (일동 웃음)

-감독님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치타 (남연우에게) 지금 감독으로 인터뷰하고 있지만 배우 남연우로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남연우 나는 늘 배우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캐스팅해서 만든 영화가 <분장>(2016)이다. 그 영화를 만들 때는 지금처럼 연출만 할 거라는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도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성실히 참여할 거다. 그리고 <분장>처럼 기획 중인 다음 영화가 있다. 억울한 누명을 당한 14살 소년을 위로하는 이야기다. 제목은 <내 나이 14살>. (웃음)

치타 오빠가 단편을 많이 찍었으면 좋겠다. 단편영화 아이디어를 얼핏얼핏 얘기해주시는데 듣고 있으면 막 배꼽 잡고 웃기도 하고 아니면 ‘와~’ 하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넷플릭스 이런 데랑 계약해서 20분짜리 10편을 시리즈 만들면 좋겠다.

남연우 기회가 오면 감사히 하겠다.

치타 넷플릭스 전화 주세요~. (웃음)

-치타가 배우 겸 감독 남연우의 매니저 혹은 기획사 대표 같다.

치타 내가 좀 연출에 욕심이 있는 것 같은… (웃음) 가까이서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이 사람의 매력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왜 몰라보지.

-배우 말고 가수 치타의 다음 활동은 어떻게 되나.

치타 오랫동안 함께 했던 회사랑 아름답게 이별하고 새로운 1인 기획사를… 제가 차린 건 아니지만… 제 회사 같은 회사랑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감사하게도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방송도 하게 되고 엠넷의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도 출연하게 되고 영화도 개봉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회사를 시작했으니까 새로운 앨범 준비를 해야 한다. 너무 또 예능만 하고 그럴 수 없으니까. 가수 치타로서의 모습도 멋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언제쯤 나오냐고 묻자) 대략 여름쯤? 그런데 아직 노래를 하나도 안 만들었다. (웃음)


조금 어색하던 분위기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풀어졌을까. 치타는 살뜰하게 연인 남연우를 챙기며 자연스럽게 농담도 건넸다. 남연우는 치타에 비하면 끝까지 진지해 보였다. 그는 배우로 활동하며 스스로 연출자가 되기도 했다. 그때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출을 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그에게서 <초미의 관심사>의 감독으로서 견뎌야 할 책임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런 남연우에게 치타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두 사람을 함께 만나면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미래가 더 밝을 거라고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사진 씨네21 백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