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 연애 소동>의 제프 스피콜리(숀 펜)는 시종일관 반스의 '체커보드 슬립온'을 신고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서 유일하게 일관적인 게 그 신발을 신는다는 점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체커보드 슬립온은 제프의 발을 감쌀 뿐만 아니라, 손에 잡혀 있기도 하고, 대마초가 얼마나 자기를 뿅 가게 하는지 증명하는 구실로도 쓰인다. 이 신발을 고른 건 연출을 맡은 에이미 헥커링도, 시나리오를 쓴 카메론 크로우도 아닌, 제프 역의 숀 펜이었다. 숀 펜은 산타 모니카의 신발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반스의 체커보드 슬립온을 발견하고 직접 감독에게 그걸 신고 싶다고 말했다. <리치몬드 연애 소동>의 성공에 힘입어, 1982년 당시 작은 회사였던 반스 역시 눈에 띄기 성장하기 시작했다. 반스 창립자의 아들인 스티브 반 도렌이 시사회에서 나눠줬던 한정판이 올해 3월 복각 발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