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이래 한 번도 예매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 많이들 보셨나요?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CG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CG 팀의 영혼을 갈아 넣은 것 같은 역대급 CG 영화들!
상상 속 환상세계를
구현한 CG
CG 장면이 우리의 기억에 남을 때는 얼마나 사실적이냐, 스펙터클한지보다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상도 하지 못한 세계를 잘 그려낼 때죠. 아예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버리는 CG의 위력!
라이프 오브 파이(2012)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자는 이렇게 말했죠. "이 작품이 영화화되는 상상을 해본 적 있지만 영화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안 감독이 해냈습니다. 그 상상 세계의 구현을 말이죠.
영화에서는 바다가 대다수 장면을 차지합니다. 넓게 펼쳐지던 바다 장면. 사실은 최대 규모의 수조 세트에서 찍었습니다. 화물선 난파 장면, 폭풍우 장면을 제외하면 모두 수조에서 찍은 뒤 CG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혹시 그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바타>가 공개되기 반년 전부터 이미 이안 감독은 이 영화를 3D로 찍고 있었다는데요.
대부분의 3D 영화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화면을 꽉 채웁니다. 그러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채우기보다는 빈 공간에 집중했습니다.
'물'이 갖고 있는 투명함 덕분에 물 밖의 풍경과 물의 표면, 물속이 겹쳐 보여 마치 관객도 물에 떠있는 몽롱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죠. 이런 세 층위는 3D의 공간성과 아주 딱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아바타(2009)
<아바타>는 한때 선풍적인 이슈를 몰고 왔었습니다. 당시에는 '모션 캡처'(사람 몸에 센서를 달아 움직임을 인식한 후 후반 CG 작업을 통해 완성 시키는 것)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영상화되는 과정이 엄청 신기했는데요. 지금 다시 아바타를 떠올려보면 사람이 아닌(?) 캐릭터에 얼마나 사람 같은(?) 감성을 부여했었는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모션 캡처의 발전형 '이모션 캡처'입니다. 모션 캡처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연기가 불가능해 감성 연기를 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모션 캡처'를 통해 모공의 미세한 떨림을 잡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우들이 허공에서 명연기를 펼쳐도 감독은 바로 가상 카메라를 통해 '판도라'에 있는 것처럼 보여 생생한 연출도 가능했고요.
<아바타>에서 배우들의 CG 못지않게 가상 행성 '판도라'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154년 전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진 행성을 익숙하지만 신비해 보이게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밤에 형광 물질이 나는 식물에 대해 조사해 구현하는 등 사실적인 묘사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데요. 현실세계에 상상력과 기술력을 첨가해 그럴듯한 상상세계를 만들었죠.
그래서 더 궁금했던 에디터는 '판도라'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가 너무 궁금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본 플리트비체도 '판도라' 못지않게 예쁘답니닷. :)
해리포터 시리즈
(2001-2011)
그래도 역시 상상세계 구현의 갑은 <해리 포터>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후면 해리 포터의 스핀 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이 개봉하는데요. 비슷한 듯 다른 새로운 세계관이 어떻게 표현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CG로 구현한 세계관이 십 년이 넘도록 인기 있기란 쉽지 않습니다. <해리 포터> 기술력을 떠나 마법 세계 구현 자체만으로 대단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영화로 봤을 때의 쇼크란!
매 시리즈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호그와트 전경과 퀴디치 장면들을 모아놓고 CG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해리 포터의 CG를 직접 체험(?) 해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 런던의 해리포터 스튜디오인데요. 미니어처라기엔 꽤 큰 호그와트 모형을 볼 수 있고, 배우들이 크로마키 기법으로 찍은 퀴디치 장면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모션 캡처'가 뭐길래
<아바타>에서 잠깐 설명했던 '모션 캡처'. 이것 덕분에 배우들은 이제 사람이 아닌 역할을 연기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명연기는 메이킹을 챙겨보게 만들죠! (메이킹이 영화보다 더 재밌음!!!ㅋㅋㅋ)
폴라 익스프레스(2004)
- 최초의 모션캡처 도입 영화
그렇다면 모션캡처를 최초로 도입한 영화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였습니다. 요즘처럼 추워지고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에서 소년, 소년의 아버지, 차장, 산타클로스, 떠돌이 유령까지 1인 5역을 소화했습니다. 그야말로 톰 행크스 출연료로 뽕 뽑은 제작진입니다.
그러나 당시 모션캡처 기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던터라 캐릭터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화면도 예쁘고, 어색한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독특한 영화 분위기에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반지의 제왕> 골룸부터
모션 캡처는 이 배우가 다 했네.
- 앤디 서키스
그렇다면 모션캡처로 탄생한 캐릭터 중 가장 흥한 자가 누구였을까요? 아마 <반지의 제왕>의 골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정말 몇 년간 사골 우리듯 우려먹은 골룸 패러디. 캐릭터의 인기로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모션캡처 연기 인생길을 걷게 됩니다.
<킹콩>, <혹성탈출> 시리즈, <호빗> 시리즈 등에서 모션 캡처 전문 배우가 됩니다. 이쯤되면 모션캡처 역사의 산증인이군요.
이후 <아바타>를 기점으로 모션 캡처는 더욱 진화하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마법사 히어로로 활약중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했었는데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스마우그 용 연기를 했습니다. '용'상(?)에 어울리는 긴 얼굴덕에 보다 사실적이었다는 후문이...
<정글북>에서도 동물 캐릭터의 위치작업을 위해 모션 캡처를 사용했습니다. 이제 모션캡처는 CG의 기본 중에 기본이 된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실사 같은
동물 CG
라이프 오브 파이(2012)
다시 <라이프 오브 파이> 입니다. 실사 같은 동물 CG에서 빠질 수 없겠죠. CG팀이 영화 후반 작업에서 공들인 캐릭터는 파이와 투톱 연기를 펼쳤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피커였습니다. 물론 리처드 파커가 100% CG는 아닙니다.
그러나 호랑이의 동작, 표정을 연구하는 데만 1년을 들이고, 네 마리의 벵골 호랑이를 부분 실사 촬영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좁은 구명선 안에서의 장면은 모두 CG였습니다.
정글북(2016)
2016년 다시 태어난 <정글북>은 모글리 역을 맡은 실사 배우만 제외하고 정글과 동물들은 100% CG로 완성시켜 화제가 되었는데요. 70여종에 이르는 동물을 모두 CG로 만들었다니 과연 '동물 CG 장인'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이 동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포토 리얼 동물 애니메이션'이라는 최신 기술이 사용되었는데요. 동물의 움직임, 표정, 빛의 반응을 실제처럼 구현해 피부, 털, 근육의 움직임을 여러번 랜더링해 사실적으로 구현했다고 합니다.
아역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는 퍼펫 마스터(인형극 공연자)와 함께 했다고 하네요. 뜻밖의 아날로그 기술입니다.
재난형 CG
CG 영화를 찾아보면서 문득 한국 영화는 없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닥터스트레인지>나 <아바타> 급으로 상상 세계를 표현할 자본력도 없고, 몇몇 시도했던 CG 동물 영화들은 망하고.. 그래도 한국형 재난 영화는 꽤 괜찮지 않았나 싶어 이 파트 만큼은 한국 영화만 뽑아봤습니다. (외국영화는 너무 많잖아요...ㅠ)
괴물(2006)
한국 영화에서 CG를 보고 감탄했던 건 아마 이 영화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괴물>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괴물영화'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한강에 나타난 괴생명체를 표현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괴물 전문가(?)들을 모아 협업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2003년에 디자인을 시작하여, 괴물의 축소 사이즈(스캐너블 매킷)를 모델링하여 3D로 스캔한 후 근육의 움직임, 피부 세부조직을 완성하여 2006년에 '괴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당시 외국에서는 이미 노하우가 쌓인 상태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과정이었다고 하네요.
해운대(2009)
'해운대에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내용이 담긴 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은 국내의 CG업체들을 다 뒤졌지만 가장 중요한 대규모 물 CG는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타워즈> <투모로우> 등의 CG를 했던 '한스울릭'을 영입했죠. <해운대>를 위해 '매시디포머'(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레이어에 디테일을 깔아주는 방식)에 '레벨 셋'(파도의 물이 넘치고 또 넘치는 장면 구현)을 합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부산행(2016)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의 CG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 <부산행>은 한국 CG 기술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에 시체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시각효과 상을 거머쥐었었죠! <부산행>은 아시아 최초로 'LED 후면 영사 시스템'을 사용한 영화라는 군요!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겠으니 풀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차 세트 밖에 LED 세트를 설치하고, 기차 밖 풍경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후면 영사가 그림자와 반사된 물체 이미지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감염자들이 유리문을 깨고 쏟아져 나오는 장면. 기억하시죠? 이 장면은 과연 어떻게 찍었을까요? 유리문이 깨지는 순간은 배우들의 연기, 쌓이는 장면은 더미(Dummy)였습니다. 여러번의 분할촬영을 통해 문이 깨지기 전과 후를 합성해 완성된 장면이죠.
부산행의 BEST 장면 중 하나는 30여 명이 기찻길을 뛰는 장면인데요. 몇몇 스턴트 배우를 제외하고는 군중 시뮬레이션 합성 작업으로 만든 장면이었다는군요!
시공간 초월한 CG
그래비티(2013)
<그래비티>는 영화관에 앉아서 우주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적을 보여 준 영화입니다. CG영화들이 최대한 화려해 보이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그래비티>는 달랐습니다. 아주 조용히 롱 테이크로 우주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것입니다.
하나의 명장면을 위해 모든 CG를 동원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3D 스케닝, 모션 캡처, 모션 카메라, 와이어를 총동원했는데요. 최초로 롱테이크 무중력 촬영을 시도했다고도 합니다.
닥터스트레인지(2016)
따끈따끈한 개봉작 <닥터스트레인지>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 다들 기억하시나요? 2D 영화 표 끊고 시작하자마자 후회하게 만들었던 그 장면. (주말에 3D imax 표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면서요...?)
틸다 스윈튼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건물이 접었다 폈다, 시공간이 뒤틀리는 장면이었죠. 그러나 이내 모든 인물들이 이 능력을 뽐내면서 CG팀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CG팀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이어지죠.
후반부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공간을 초월해 빨려 들어가는 장면 역시 빼먹을 수 없습니다. '도르마무'를 외치며 무한 되감기를 시전하는 스트레인지 덕에 보는 관객까지 몽롱해지게 만들었죠.
여기에 꼽은 영화들 말고도 CG영화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보시면서 어? 왜 이건 없지? 싶은 것들이 있다면,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CG 장면들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