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의 최순경, <국민 여러분!> 백경캐피탈 막내딸, <타인은 지옥이다> 소정화 순경, <검사내전> 성미란 실무관 등 전형적일 것 같은 캐릭터도 특별하게 만든다. 개성이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빈틈을 조금 드러내며 캐릭터에 현실감까지 부여한다.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사실 연기하느라 바빠서 그렇게까지는 생각 못 해본 것 같은데 큰 칭찬을 들은 느낌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소정화 순경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창희 감독님이 힘주지 말라고, 이분들은 그냥 직업일 뿐이니 그걸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엄마가 1000만원을 보이스 피싱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연히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동생과 엄마가 경찰 앞에서 막 흥분해 있는데 제 또래로 보이는 경찰분들은 너무 차분하더라.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게 일대의 사건이지만 저분들에겐 어쩌면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구나 한 거다. <타인은 지옥이다> 소순경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천만원 짜리 연기수업을 공짜로 받았다고 하더라. 다행스럽게도 바로 출금 정지가 되어 1000만원도 지켰으니까. (일동 웃음)
현장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더라.
원래 늘 현장에서 불안해한다. 오늘 대사 어떡하지. 오늘 신 중요한 건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은 다들 너무 편안했다. 이런 현장이니까 나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야 잘 될거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즐거워야 캐릭터도 재미있게 나올 수 있겠다 생각했다.
<숫자녀 계숙자>로 드라마에 진출했다.
김형섭 감독님이 연극 <유도소년>을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 하더라.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우정 작가님이랑 신원호 감독님도 <유도소년>을 보고 오디션에 부르셨다 했다. 아마도 <유도소년>의 캐릭터가 에너지가 넘치고 밝아서 추민하 캐릭터와 맞닿아 있던 것 같다.
터닝 포인트라 여길만한 작품과 배역은 무엇인가.
2015년에 출연했던 연극 <꼬리솜 이야기>다.
<꼬리솜 이야기>는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기념작이다. 대학 은사이자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 이상우 감독 작품이고. 어떤 점에서 기억에 남나.
이상우 교수님이 학교에 계실 때 올린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오디션을 봤고, 교수님이 함께하자고 하셨는데 그때가 25살이다. 경험도 별로 없었으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함께하는 배우들도 다 쟁쟁한 분들에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첫 공연작이어서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 오더라. 나름대로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는데 당연히 안되더라. 결국 공연 때 잘 못한 것 같다. 선배님들과 이상우 교수님께 폐를 끼친 것 같은 마음이 오래갔다. 그러다 <타인은 지옥이다> 할 때 이중옥 선배님을 공연 후 처음 뵈었는데 저 <꼬리솜 이야기> 공연 때 너무 바보같지 않더냐 물으니 아니라고 하시는 거다. (이)선균 선배님은 (전)혜진 선배가 <꼬리솜 이야기> 출연하셔서 연습실에 몇 번 오셨었는데 <검사내전> 때 만나 연극 할 때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못해서 죄송했다 했더니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다 하시더라. 지나간 것에 고민은 나만 하고 있었다. <꼬리솜 이야기>가 왜 터닝포인트냐 하면 그 이후 작품이 너무 마음에 안 들 때도 많았고 잘 못 할 때도 많았는데 그때도 이겨내고 다 지나갔는데 하니 위로와 힘이 되더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길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 많지만 목표는 별탈 없이 무난하게 하자다. 애써 시간 내 본 영화나 드라마, 공연 모두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느낄만한 배우가 되면 좋겠다.
뮤지컬, 연극에서 인정받고 드라마로 날개를 달았다. 영화 출연 제의도 많을 듯한데.
영화 너무 욕심이 난다. <킹덤>으로 영화 현장을 조금 경험했다. 이런 곳이 영화 현장이구나 하면서. 밥도 주시고, 멀면 숙소도 잡아주시더라. (웃음) 한 신을 콘티에 의해 꼼꼼하게 찍는 그런 경험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