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체계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관객에게 제공되는 영화는 모두 등급분류를 받아야 상영을 할 수 있습니다. 상영에 앞서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이하 ‘12세’), 15세이상관람가(이하 ‘15세’),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제한상영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가를 받지 않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에 한하여 상영하는 소형, 단편영화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등은 관련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상영이 가능합니다.

제작자(또는 감독)는 영화를 제작함에 앞서 시나리오 상태에서 등급을 염두에 두기도 하지만 창작단계에서는 그렇게 많이 얽매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급에 의해 관객이 제한되고 그로 인해 잠재 관객에 대한 규모가 정해지다 보니 흥행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천만 흥행 영화 중에 ‘청불’영화가 없다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등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흥행에 유리하긴 하지만 반대로 ‘12세’가 나올 영화임에도 쉬운(어린) 영화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경우 과감하게 ‘15세’로 신청하기도 합니다. 유사한 사례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 같은 경우 ‘전체관람가’ 등급보다는 ‘12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구분되고 있는 ‘15세’와 ‘청불’ 같은 경우는 ‘폭력성’과 ‘선정성’ 부분에서 가끔 논란을 빚기도 하는데 마약을 소재로 다룬 <독전>은 ‘15세’, <마약왕> 같은 경우는 ‘청불’ 판정이 나와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15세’를 받은 <기생충>도 성적 표현이 문제가 되었고요.

<비트>의 정우성.

주인공이 10대라 하더라도 수위가 높아 ‘청불’이 나오기도 하는데, 10대가 주 타깃이라면 재편집을 통해 재심사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청불’로 상영하기도 합니다. 흥행보다는 감독의 창의성이나 작품성을 인정하여 영화에 손대기보다는 과감히 개봉을 택하는 경우지요,

그 대표적 영화가 김성수 감독의 <비트>(1997)-당시에는 ‘연소자관람불가’-가 아닐까 합니다. 1997년 5월 3일 개봉하여 공식집계로는 서울관객 35만이지만 이보다는 더 많았다고 판단되는 것이, 당시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많은 10대들이 휴일이면 변두리로 지방으로 몰려가 극장 출입을 시도하는 바람에 오래간만에 변두리 극장들이 호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극장은 정식으로 관객 수에는 포함이 되지 않은 탓에 정확한 흥행스코어는 공식집계보다는 많았으리라 짐작할 뿐입니다.

이 영화는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 영화도 ‘청불’(당시에는 ‘18세이상관람가’)을 받게 되는데, ‘청불’ 임에도 서울에서만 268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이 영화 오히려 20대들에게 must-see 되어 당시 분위기로 볼 때 전국관객수가 최소 900만 정도는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01년에는 전국스코어 집계가 불가능했었습니다)

2004년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때는 등급이 많이 유해진 탓인지? 다행(?)스럽게도 ‘15세’를 받아 서울 100만에 전국 312만을 합니다. 입장 가능한 관객층의 확대로 인해 흥행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죠,

2006년으로 넘어와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폭력써클>을 만듭니다. 제목부터 ‘15세’ 가 쉽지 않았으리라 판단됩니다. 결국 ‘청불’을 받았고 흥행은 아쉽게도 실패합니다.

10대가 주인공임에도 사랑의 상처를 선정적으로 풀어 ‘청불’을 받은 영화도 있는데 2000년에 개봉된 김래원, 배두나 주연의 <청춘>이 그것입니다. 이런 유의 영화로 <노랑머리>, <사마리아> 등도 있었지만 대부분 흥행을 하지 못합니다. 이후 현장에서는 이런 식의 모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10대를 모델로 하였는데 정작 10대들이 볼 수 없다면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청소년을 다룸에 있어 수위가 어느 정도여야 맞을까요? 너무 낮으면 유치하다 하고 너무 높으면 ‘청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그 눈높이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청소년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청소년들의 고뇌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을 위한 고민이 영화판에서는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으니까요.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