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너츠>

마법 세계에서 동물들과 모험을 펼쳤던 에디 레드메인이 이번엔 하늘로 무대를 옮겼다. 영화 <에어로너츠>는 19세기 런던, 기상학자 제임스와 열기구 조종사 어밀리아의 일생일대 열기구 모험을 그렸다. 그의 신작 소식이 유달리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로 그간 스크린에서 특유의 개성 있는 캐릭터 연기를 만나보기 어려웠기 때문. 너드한 매력의 소유자,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캐릭터 다섯을 선정해봤다.


<세비지 그레이스>

<세비지 그레이스>

<세비지 그레이스> 안토니 베이클랜드 역

너드함이 물씬 풍기는 선한 얼굴 때문인지 에디 레드메인의 악역 연기는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15년 워쇼스키 자매의 야심작 <주피터 어센딩>에서 빌런인 발렘을 연기했지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오점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최근 그의 작품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얼굴을 보려면 1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톰 칼린 감독의 <세비지 그레이스>는 남편의 무관심과 바람으로 인해 애정의 방향이 아들에게로 틀어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에디 레드메인은 어머니와의 잘못된 애착관계로 파국의 길을 걷게 된 안토니 역에 출연,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연기해내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엄마 바바라를 연기한 줄리안 무어가 주근깨 가득한 에디 레드메인의 얼굴을 보고 “내 아들을 찾았다”라며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콜린 클라크 역

<왕자와 무희>(1957)를 촬영하던 1956년, 마릴린 먼로와 신입 조감독이었던 콜린 클라크의 비밀스러운 일주일을 그린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에디 레드메인은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자, 영화의 바탕이 된 회고록의 주인 콜린 클라크를 연기했다.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했던 마릴린 먼로는 점차 지쳐가는 촬영장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콜린 클라크에게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마릴린 먼로로 완벽하게 변신한 미셸 윌리엄스가 주목을 받은 작품이지만, 차분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마릴린 먼로의 진정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전달한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다.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마리우스 역

1862년 빅토르 위고가 집필한 소설 「레미제라블」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드라마, 영화화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스크린에 옮겨 온 톰 후퍼 감독의 <레미제라블>은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일 터. 에디 레드메인은 가문을 뒤로하고 혁명군에 뛰어든 마리우스 역을 맡아 이전 작품에서의 유약한 모습은 지우고 혁명가의 단단한 심지를 연기해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상류층 집안 출신인 에디 레드메인의 배경과도 맞물려 캐릭터 이입에 몰입감을 주었으며, 학창 시절 합창단에서 갈고닦은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넘버를 소화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593만 관객 수를 돌파, <알라딘>(2019)이 개봉하기까지 약 7년간 뮤지컬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지켜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 역

명실공히 에디 레드메인 연기의 최고작.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부터 루게릭병을 앓게 된 후의 모습까지 소화해낸 에디에게 영화계의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는 스티븐 호킹과 전 부인인 제인 화일드 호킹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서사보다도 스티븐 호킹이라는 인물 하나에 초점이 갈 만큼 그야말로 경이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루게릭병으로 인해 마비되어가는 몸과 얼굴을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표현해 ‘미친 싱크로율’이라는 언론의 호평을 듣기도. 실제로 촬영은 연대기 순으로 촬영된 것이 아니었기에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통해 에디 레드메인은 2014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BAFTA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대니쉬 걸>

<대니쉬 걸>

<대니쉬 걸> 에이나르 베게너 / 릴리 엘베 역

젊은 나이에 세계 유수 시상식으로부터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라면 차기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디 레드메인은 스티븐 호킹 못지않은 인상적인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며 아카데미의 부름을 받는 데 성공했다. <대니쉬 걸>은 성전환 수술이 도입된 초기,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MTF 트랜스젠더 릴리 엘베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 전기 영화다. 에디 레드메인은 남성이었던 에이나르 베게너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여성성에 눈을 뜨고 릴리 엘베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12kg 체중을 감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1년 만에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올랐지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영광의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