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8> 포스터

적중률 99% 운세 어플 '만신'. 프리콘에서 개발한 만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오늘의 운세에 의존해 살아간다. 자신의 삶을 뒤흔든 만신의 정체를 추적하는 토선호(이연희)와 '만신'을 신처럼 여기고 기도하는 정가람(이동휘), 두 사람은 함께 만신의 개발자를 찾아나선다. 그들은 진짜 만신을 만날 수 있을까. <SF 8> 프로젝트의 <만신>은 의존과 중독, 운명과 인간의 자율의지를 토선호와 정가람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놓는다.

때로는 추리극처럼, 때로는 몽환적인 우화처럼 <만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노덕 감독, 그리고 토선호와 정가람 역을 맡아 관객에게 짜릿한 해방을 안겨주는 이연희, 이동휘는 7월 10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 메가토크 시간을 가졌다. 감독과 두 주연 배우가 직접 들려준, 이 독특하고 신선한 SF 영화 <만신>에 담긴 비하인드스토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토선호 역의 이연희

“한 번도 못해 본 탈색, 파격적인 걸 해보고 싶었다.”

-이연희

<SF 8> 프로젝트가 아니라 <만신>만 두고 봤을 때, 이연희의 스타일 변신이 가장 화제를 모았다. 이연희는 토선호를 연기하기 위해 핑크 와인으로 머리를 탈색했다. 근미래를 다룬 SF라서 외향적인 부분을 고민하던 중 노덕 감독에게 "탈색을 하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구했고, 노덕 감독도 너무 좋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그가 직접 핑크 와인색을 제안했다고. 기왕 하는 김에 하고 싶은 색으로 제안한 것 같은데, 노덕 감독 또한 오케이를 하면서 이번 <만신>에서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광장시장이 먹히는구나”

-이동휘

<만신>

이연희만큼은 아니지만, 이동휘의 스타일도 <만신> 포인트 중 하나. 미래가 배경임에도 그는 스웨이드 스타일을 착용해 다소 복고적이고 완고한 캐릭터의 성격을 살렸다. "오늘도 똑같은 모습으로 오셨다"는 메가토크 진행자의 말처럼, 그는 장발에 수염이 난 모습으로 메가토크에 참석했다. 이동휘에 따르면 "노덕 감독님이 생각한 정가람의 그림이 있는데 제가 지내고 있는 행색을 보시더니 지금 이대로 하는 게 더 재밌을 거 같다고 하셨다"고. 그러면서 이동휘는 "영화를 보니 연희씨의 헤어 컬러와 제 스웨이드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부분들이 굉장히 SF구나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정가람 의상은 광장시장에서 구한 것이라고.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광장시장이 먹히는구나" 깨달았단다. <만신> 영상을 통해"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그 어떤 아카이브가 광장시장에 있구나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가람 역의 이동휘(왼쪽), 토선호 역의 이연희

“두번째 만남이라 탄탄한 호흡으로 했다”

-이동휘

이연희와 이동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호텔 앞 논쟁' 장면을 뽑았다. 이 장면은 토선호와 정가람이 어떤 사건을 목도한 후 만신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 이동휘는 이 장면을 떠올리며 "촬영 방식도 롱테이크였고, (연희 씨와) 두 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탄탄한 호흡으로 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작품은 아직 미개봉인 옴니버스 영화. 그땐 장면도 짧고 두 사람이 딱 한 번 인사를 나눈 것이 끝이었다고.

이동휘가 "연희씨가 작품과 장면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좋아서 흔들림이 없다"고 말하자 이연희는 다소 부끄러워하면서 "사실 그때 밤을 새우고 마지막 장면이었다. 중요한 장면이라 잘하고 싶은데 정신이 혼미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이거 한 신 찍으면 집에 간다고 정신을 부여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연희가 "전 끝나고 집에 갔는데 동휘씨는 (남은 분량이 있어) 못 갔다"고 말하자 이동휘는 "끝나고 먼저 가셨다. 그래서 굉장한 서운한 마음이었다"고 귀여운 투정을 덧붙였다.

“추워서.”

-이동휘

메가토크는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받았다. 그중 가장 디테일한 질문은 이동휘의 캐릭터 의상에 관한 것이었다. 정가람이 셔츠 단추를 목까지 잠근 이유를 물어봤는데, 이동휘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유는 "추워서". <만신> 촬영은 겨울에 진행됐고 "단추를 끝까지 채우지 않으면 내의가 다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채웠다고.

<만신>

“아직 서로 말을 놓지 못했다”

-이연희 & 이동휘

토선호와 정가람은 다소 독특한 관계.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선호는 가람에게 반말을, 가람은 선호에게 존댓말을 쓴다. 이 관계에 대해 노덕 감독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연희 또한 "제(선호)가 존댓말 하면 이상할 거 같다"고 동의했고, 이동휘도 "캐릭터적으로 존댓말을 하기엔 어려웠을 것이다"고 맞장구쳤다.

이런 관계 때문에 이동휘도, 이연희도 서로에게 말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연기하느라 익숙해져버린 탓인 것 같다. 심지어 이연희는 "영화에서 수리기사(윤경호)에게만 존댓말을 쓰고 다른 인물들에게 반말을 했다. 출연한 선배들과 보자마자 대본 리딩을 하는데 (반말을 하느라) 죄송스러웠다"는 난감한 순간도 있었단다.

<만신>

“가장 야심찬 장면, 코로나 때문에 많이 부딪혀”

-노덕 감독

<만신> 중 토선호가 정가람을 찾아 공업단지를 헤매는 장면은 조명의 조화로움, 여러 장면을 활용한 몽타주로 몽환적인 이미지를 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부분은 노덕 감독 스스로도 "가장 야심차게 시작한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많이 부딪혔다는 데 그 이유는 "코로나가 막 한국에 상륙한 시점"이었기 때문. 하지만 "누군가를 잃은 곳에 자신의 마음을 두고 온 선호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끝내 완성할 수 있었다.

“<이퀄스> 같은 영화”

-이연희

“로켓 라쿤 같은 캐릭터”

-이동휘

<이퀄스>

이연희, 이동휘 두 배우는 <만신>으로 처음 SF 영화에 도전했다. 만일 SF 영화를 또 찍는다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연희는 영화 <이퀄스>를 언급했다. <이퀄스>는 모든 감정이 통제된 미래 사회에서 사랑을 느낀 남녀의 이야기. 이연희는 "그런 감정이 메말라 있는 세계를 그린 영화도 재밌겠다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로켓 라쿤(왼쪽), 모션 캡처로 유명한 배우 앤디 서키스

이동휘는 반대로 캐릭터를 언급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라쿤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또는 앤디 서키스나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전신에 모션 캡처를 한 연기도 좋겠다고 대답했다. 최근 <승리호>의 유해진이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인다는데, 이동휘 입장에선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