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히말라야>는 7월 23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진실한 사랑을 꽃피우는 두 남녀 앞에 나타난 전대미문의 재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이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러브 인 히말라야>가 그렇다.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산 케다르나스(Kedarnath),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남녀가 있다. 만수르(서샨트 싱 라즈풋)와 무쿠(사라 알리 칸)는 종교, 계급, 신분 심지어는 성격도 정반대다. 만수르는 길 잃은 신들의 쉼터이자 순례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케다르나스의 짐꾼. 우직하고 정직하다. 휴대폰을 깜박하고 놓고 간 순례자를 위해 두 시간 동안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는 그런 사람이다.

<러브 인 히말라야> 만수르

<러브 인 히말라야> 무쿠

무쿠는 고위층 브라만의 자제로 통제받는 삶을 살고 있다. 직업 선택부터 결혼까지 어느 하나 자기의 뜻대로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무쿠는 자주적이고 대담하다.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자신을 가로 막는 것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늘 그렇듯 반대가 끌리는 법.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을 가로 막는 건 종교와 신분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재난이 발생한다. 케다르나스 마을을 덮친 전대미문의 홍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속이 뚫리는 자연 풍광, 리얼하게 그려낸 재난 상황

<러브 인 히말라야>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운 것이 없는 영화다. <러브 인 히말라야>의 원제는 케다르나스. 케다르나스는 히말라야의 한 산 이름이자 인도 우트라칸트주의 작은 도시이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만큼 케다르나스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지는데, 드넓은 산의 풍광과 그 속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균형 있게 담겨있다. 정반대의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는, 자칫하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 구조이지만 이국적인 볼거리와 시각적인 풍성함이 더해져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다.

<러브 인 히말라야>는 로맨스 영화인 동시에 재난 영화이다. 실제로 영화는 2013년 인도 우타라칸드주에서 발생한 대홍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 사건은 집중 호우로 인한 자연 재난이기도 했지만, 순례자들을 위한 시설들을 무분별하게 지은 것이 재난의 위험성을 높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망자 수를 파악하는 일이 영구미제로 남았을 만큼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러브 인 히말라야>는 발리우드판 <타이타닉>이라 불리기도 했다. 물론, (규모적인 면에서) <타이타닉>과 <러브 인 히말라야>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러브 인 히말라야>는 재난 상황을 임팩트 있게 그려내며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러닝타임 내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재난의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고지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맞이한 재난의 현장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그려내고 있다.


배우 서샨트 싱 라즈풋의 생애 마지막 영화가 된 <러브 인 히말라야>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배우일 터. 그런 점에서 <러브 인 히말라야>는 성공적인 영화다.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로맨스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하늘도 집어 삼킬 만큼’ 솔직하고 당찬 여주인공 무쿠 역은 인도의 신예 배우 사라 알리 칸이 연기했다. 부담스러울 만큼 적극적인 표현을 일삼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심바: 개과천선 비리경찰>에도 출연한 그는 2019년 필름페어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할 만큼 발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무쿠와 달리 표현은 서툴지만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만수르 역은 서샨트 싱 라즈풋이 맡았는데, 안타깝게 올해 생을 마감했다. 34살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영화 필모그래피가 <러브 인 히말라야>이다. 배우 서샨트 싱 라즈풋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인도 영화가 부담스러웠다면

인도 영화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과장된 연기와 액션, 익숙치 않은 카메라 워킹과 화면 전환, 뜬금없이 등장하는 춤과 노래. 인도 영화의 아이덴티티이자 발리우드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요소. 인도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매력으로 어필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의 나열한 특색들이 부담스러운 관객들도 있을 터. 왠지 모를 이질감으로 인해 인도 영화를 선택하기 망설여지곤 한다.

그런 점에서 <러브 인 히말라야>는 발리우드만의 톤 앤 매너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칫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인도) 영화라 할 수 있다. 평범하다는 말이 영화에 있어서는 칭찬이 아닐 수도 있지만 <러브 인 히말라야>는 평범한 서사와 연출 방식이 장점이 된다. 누구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인도 영화만의 분위기가 한 데 잘 버무려져 있어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흔히 인도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 역시 단순 퍼포먼스를 위해 펼쳐지지 않는다. 인물 간 감정선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소비되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도 영화와 같은 부류의 작품에 쉽사리 접근이 어려웠다면 <러브 인 히말라야>를 통해 매력을 느껴보시기를.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