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역을 결정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나.
= 이 선택이 욕심일지, 아니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관객분들이 김대명이 연기하는 저 배역은 어떤 모습일지, 또 저 연기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김대명이면 아마 저렇게 하겠지” 하고 미리 짐작할 수 있다면 재미없지 않나.
- 김대명 배우가 보통의 얼굴을 잘 연기한다 생각하고 있다. 근방에 있는 사람처럼 친숙한데 또 그런 사람이 다른 마음을 가진 연기를 할 때 더 섬뜩하게 느껴지더라.
=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좋게 평가해줘서 고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게 정말 내가 꿈꾸는 연기의 지향점이다. 쉽게 말해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을 잘 연기하자는 거다. 살인마나 누가 봐도 악한 인물들은 마치 네모난 틀처럼 정형화된 모습이 있어서 표현하기 좀 더 수월한데, 내 사촌 형이나 이웃의 세탁소 아저씨, 회사 다니는 삼촌처럼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계기가 있나.
= 어렸을 때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고3 때인가 우연히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문득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석규 선배님이 신구 선생님께 TV 리모컨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는 장면 있지 않나? 그 장면 속의 감정을 알겠더라. 막연히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저런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신기한 감정이었고 그걸 좇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덕혜옹주> 때 허진호 감독님께 이 말씀을 드리면서 감사하다 했던 게 기억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