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옴 붙었다” 할 때의 그 옴을 잡아먹는 옴잡이인 백혜민(송희준)은 학교에 옴이 번지면서 ‘존재’하게 됐다. 부모도 없이 태어나 수천년 동안 20살까지만 생을 반복했다. 게다가 그 삶의 반경도 5.38km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학교 곳곳에 넘쳐나는 옴을 처리하느라 시도때도 없이 옴을 산채로 잡아먹고 위산제에 의지해야 한다. 생애 처음 여자의 몸을 갖게 돼 그 느낌을 말하면서 은영의 경계를 녹이고, 나쁜 것을 없애느라 고통을 견뎌야 하는 삶을 공감케 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백혜민의 등장과 함께 도약한다. 볼수록 오묘한 연민이 피어나는 이 캐릭터를 송희준의 드라이플라워 같은 얼굴이 채웠다. 학부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중 모델로 데뷔해 딘, 안녕바다, 신승훈 등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송희준은 단편영화 <히스테리아>(2018)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고, 올해 초 개봉한 독립영화 <이장>(2018)엔 조연으로 참여했다. 얼마 전 윤세아, 유재명, 박명훈, 이유영, 이주영, 최성은 등이 속한 에이스팩토리와 계약해 더 활발한 커리어를 기대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