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런>은 10월 22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3일, 몬스터 세계의 주인이 바뀐다
어린 시절부터 몬스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지모(제시 리). ‘망상증’이란 명목으로 강제 입원하게 된 정신 병원에서 퇴원한 지모는 마트에서 알바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우연히 몬스터를 사냥하는 멍(보한푸)을 만나게 되면서 꼬이게 된다. 갈 곳을 잃은 지모는 방황하다 몬스터들에게 쫓기게 되고, 멍의 재등장으로 두 사람은 무사히 자리를 벗어나게 된다. 다소 험악한 인상에 까칠한 멍이 자신을 도와줄 유일한 인물임을 직감한 지모. 반면 최강의 헌터였던 형의 죽음 이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멍은 지모를 떼어내고자 하지만 지모가 몬스터와 현실을 잇는 문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부적의 힘으로 지모를 지켜야 할 운명이 된 멍. 한편, 현재 세계를 연결하는 문의 주인인 렌화(혜영홍)는 지모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렌화와 다른 몬스터 헌터들로부터 멍은 지모의 목숨을 지켜내야 한다.
중국판 <보건교사 안은영>?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
시놉시스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한 작품이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평범한 사람은 볼 수 없는 욕망의 젤리들로 이루어진 알록달록한 안은영의 세계는 영화 속 지모가 목격하는 몬스터의 세계와 유사하다. 힘겨운 유년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조력자를 만나 함께 고난을 극복한다는 점도 그렇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소소한 디테일의 차이도 흥미롭다. 젤리를 무찌르기 위해 안은영이 비비탄 총과 장난감 칼을 무기로 사용한다면, 몬스터 헌터인 멍은 몬스터를 수정안에 가두기 위해 손으로 직접 만든 도교의 부적과 무기를 쓴다. 엉성한 듯 귀여운 무기들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할 때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은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최근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밌게 시청했다면, <몬스터런>을 관람하며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CG 맛집! <엽문>, <엽문2> 등 비주얼 이펙트 감독으로 저명한 헨리 홍의 연출작
<몬스터런>의 장점은 뚜렷하다. 판타지 장르 특성상 폭넓게 허용되는 VFX(시각효과)를 다분히 활용해 볼거리를 채워 넣는 데 집중했다. 기본적인 몬스터들의 섬세한 비주얼부터, 비현실적인 공간을 감각적이면서도 거대하게 구현해냈다. 할리우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연상될 정도다.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두 세계의 공존이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데에는 연출을 맡은 헨리 홍의 영향이 가장 컸다. 헨리 홍 감독은 <엽문1>, <엽문2>를 비롯한 23여 개의 작품에서 비주얼 이펙트 감독으로 활동했다. 2018년 영화 <손오공>으로 제37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시각효과상을 수상하기도. 헨리 홍 감독의 손을 거쳐 가공된 세계는 익숙한 스토리라인의 아쉬움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기항지> '제시 리', 홍콩 무협 영화의 아이콘 '혜영홍' 등 탄탄한 배우 라인업
판타지적 설정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우들의 연기다. 연기가 자칫 어색하거나 튄다면 몰입도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니까. <몬스터런>은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을 캐스팅해 우려를 잠재웠다. 주인공 멍을 연기한 ‘보한 푸’는 다수의 TV 시리즈 출연으로 연기력을 다져온 배우다. 눈에 띄는 배우는 지모 역을 맡은 ‘제시 리’다. ‘춘샤’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배우는 영화 <기항지>를 통해 국내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기항지>는 201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작품상 수상과 더불어 제시 리에게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제시 리는 이 영화로 2016년 국내 배우 설현을 꺾고 제10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8∼90년대 홍콩 무협 영화에서 보아 온 익숙한 얼굴도 있다. 롄화 역에 ‘혜영홍’은 <장배>(1981), <오랑팔괘곤>(1983) 등 80년대 홍콩 영화들을 거쳐 <의천도룡기 2000>, <무협> 등 2000년대 중화권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다. 한때 ‘여전사’로서 액션의 아이콘이었으나 2011년 <새벽의 끝>으로 홍콩금장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2017년 <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다운>으로 대만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 외에 영화 <올드 비스트>로 2017년 금마장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도문’이 든든한 조력자 ‘핑’ 역으로 출연한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