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프란츠 왁스먼이 ‘노바코드’로 레베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감을 조성했던 방식과 유사한 지점인데, <레퀴엠>과 <천년을 흐르는 사랑>, <노아>, <러빙 빈센트> 등에서 선보였던 먼셀의 미니멀한 선율이 중첩돼 레베카 존재의 모호함과 미스터리한 느낌을 강화시키는 건 물론, 주인공과 드 윈터, 댄버스 부인의 속내까지도 흐릿하게 만들어버린다. 저음부의 웅웅거리는 효과들은 마치 안개에 뒤덮인 것과 같은 답답함과 지독한 의심, 두려움을 자아내며, 과거와 기억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을 상징한다. 다만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과거 왁스먼이나 거닝의 스코어와 달리 먼셀의 음악에서도 로맨틱한 감성이나 장르적인 긴장감은 조금 희석됐다. 반복과 점층으로 엔딩을 향해 고조되지만, 정작 그 끝에 이르러선 순식간에 휘발되어버리는 무던한 모던함이 아쉽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