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바람>은 영하라는 10대 소녀가 겪어낸 뼈아픈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한 소녀의 아름다운 성장기가 아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기도 미안할 만큼 냉혹하고 불행한 현실에 처한 10대 소녀 영하(권한솔)의 서글픈 일기장이다. 영하의 일기는 크게 12살, 15살, 19살의 그가 마주해야 했던 차가운 현실을 7년의 서사를 통해 보여준다.
12살의 영하는 부모로부터 버려짐을 당했다. 이혼 후 새살림을 차린 엄마(신동미)는 어린 소녀를 홀로 트럭에 태워 아빠의 집으로 보낸다. 그러나 도착한 집엔 아빠가 없었다. 아빠는 영하를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12살의 영하는 오도 가도 못한 채 이삿짐과 나란히 길거리에 남겨졌다. 부모라는 버팀목이 무너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새겨진 그 날, 영하는 처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느꼈다. 갈 곳 없는 영하는 다시 엄마와 새아빠(박종환)의 곁으로 돌아갔지만, 영하의 마음속엔 그 어떤 행복으로도 상쇄될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