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러브, 개런티드>는 변호사, 데이팅 사이트, 소송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꼭 데이팅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터넷 광고가 넘치는 현실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어요.

여주인공 수잔(레이첼 리 쿡)은 유능한 변호사로 공익 사건이나 돈이 안 되는 사건을 주로 수행하면서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졌는데, 남주인공 닉(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이 데이팅 사이트 ‘러브 개런티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찾아오면서 사무실 재정에 숨통이 트입니다. 닉이 러브 개런티드를 상대로 제소를 하고 싶은 주된 이유는, ‘러브 개런티드는 데이팅 사이트로 사이트의 월 사용료가 29.95달러인데, 이용약관의 세부항목에 가입자가 1000번의 데이트를 하면 사랑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986명의 여자들과 데이트를 하였지만 사랑을 찾지 못했으니 러브 개런티드는 기만적 광고를 통해 외로운 영혼들로부터 이익을 챙겼고 사기다’라는 것입니다.

닉의 주장처럼 영화 속 데이팅 사이트의 광고는 사기죄에 해당할까요.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가 문제 되는 경우 여러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생각하는 죄명은 ‘사기’입니다. 저 광고는 사기야! 이렇게 흔히들 말하는데 진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하는데, 광고가 사기인지 주로 문제 되는 것은 기망이 성립하는지 여부예요. 실무상으로 과장광고∙허위광고가 기망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구체적 사안마다 따져봐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들어 허위광고를 하는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단순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가치판단적 표현은 기망행위라고 보기 힘듭니다. 판례가 기망행위로 인정한 사례를 보면, TV홈쇼핑에 출연해서 산삼의 ‘품질’에 대해 허위 내용의 광고를 한 경우, 한우만 취급한다는 광고문구를 내건 음식점에서 수입쇠고기를 판매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닉이 주장하는 러브 개런티드에 대한 제소이유는 ‘사기’입니다. 러브 개런티드가 ‘사랑을 찾을겁니다, 보장해요’라는 슬로건을 걸었으면서 ‘사랑∙기쁨∙희망’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랑의 보장’을 팔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닉의 주장처럼, 러브 개런티드의 광고를 보고 약관에서 설명한 대로 1000번의 데이트를 하면 사랑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그 설명을 믿고 매월 29.95달러를 내면서 약 1000번의 데이트를 채웠는데 사랑을 찾지 못했다면 나는 광고에 기망당하여 매월 29.95달러의 돈을 쓴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러브 개런티드의 광고가 ‘사랑을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될 거예요(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에 의하여 재물을 처분해야 하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함).

그러나 일반적으로 천 번이 아니라 만 번의 데이트를 해도 사랑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고, 설령 그 문구를 믿고 월 이용료를 냈더라도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겠죠. 실무에서 이런 소송은 이슈는 될지언정 사기죄가 되기 어렵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판례도 데이팅 사이트(데이팅 앱 포함)의 광고에 대해 사기를 인정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데이팅 사이트들이 영화처럼 무엇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개별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이트(앱) 자체를 상대로 사기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고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데이팅 앱의 광고가 문제 된 사례를 보면, ‘6초에 한 번 커플 탄생’, ‘대기업 사원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 ‘대기업, 전문직이 가장 많이 쓰는 앱’, ‘결혼커플수 000’ 등의 광고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하고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어요. 전자상거래법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 광고 등이 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죠.

전자상거래법 위반 외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표시광고법에도 사업자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금지되는 유형으로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등이 있습니다.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가 문제된 판례 사안을 보면,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광고의 과장 또는 허위광고(예: 00다리 건설예정, @@전철역 신설예정 등), 자동차 광고(예: 현재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디젤엔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의 엔진이다 등) 등이 있어요. 판례는 아파트 등 분양광고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으로 보이고 위 자동차 광고에서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또 문제가 되었던 광고는, 러브 개런티드 사이트가 브래드와 베로니카라는 커플이 사이트를 이용하여 탄생한 커플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으나 실제는 가짜라는 부분이에요. 이런 유형의 광고는 우리나라 데이팅 앱도 유사한 광고로 적발된 사실이 있는데, 실제는 모델을 기용하였으면서 앱의 이용자인 일반회원으로 홍보한 것입니다. 이런 광고는 허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실에 해당하므로 전자상거래법이나 표시광고법상 거짓광고나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영화의 결론은 닉이 법정에서 당사자신문을 받으면서 수잔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함으로써 사이트를 통해 수잔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사이트에 대한 소송 때문에 수잔(수잔도 사건 조사를 위해 영화 초반에 러브 개런티드에 가입함)을 만났으므로 소송을 취하해 버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닉의 소송은 이길 것이라는 암시 정도는 나오는데, 그러나 이것은 러브 개런티드 광고가 사랑을 ‘보장’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해석되어야 가능하고(그래서 영화 제목도 러브 ‘개런티드’같음) 현실에서는 데이팅 사이트나 앱이 ‘보장’한다고 명시하지 않는 한 적어도 ‘사기’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