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레이>. (왼쪽부터) 엘르 패닝, 나오미 왓츠, 수잔 서랜든

역시 재능은 '몰빵'인 걸까? 인물과 연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감식안까지 뛰어나서, 많은 영화에 프로듀서 혹은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11월 24일 개봉한 <어바웃 레이>(2015)의 나오미 왓츠는 주인공 매기를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맡아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왓츠는 이미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퍼니 게임>(2007)과 <투 마더스>(2013) 등을 제작한 바 있다. 프로듀서/제작자로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활약상을 정리해보았다.

※ producer와 executive producer, 명쾌하게 구분하기 까다로운 명사다. 일반적으로 producer는 예산 기획, 배우 및 스태프 캐스팅 등 영화 제작에 관한 전반을 관장하고, executive producer는 펀딩을 끌어오거나 직접 제작비를 투자하는 이를 가리킨다. 에디터는 편의상 producer를 프로듀서로, executive producer를 제작자로 칭했다.


브래드 피트

브래드 피트는 2001년 프로듀서 브래드 그레이,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 '플랜 B'(Plan B)를 설립했다. 2005년 애니스톤과 이혼하고, 그레이가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CEO가 된 이후, 그는 데드 가드너, 제레미 클라이너 두 프로듀서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로 프로듀서로서 처음 경력을 시작한 피트는, 근 3년간 개성은 뚜렷하되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여러 작품을 거쳐,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킥 애스: 영웅의 탄생>(2010),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등의 대중적인 장르영화로 제작비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자신이 배우로도 참여한 <트리 오브 라이프>(2011), <머니볼>(2011), <월드워 Z>(2013), <노예 12년>(2013) 등 장르, 규모 불문 거의 모든 작품들을 성공시켜 당대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으로 끌어내고 있는 <문라이트>(2016)를 내놓은 플랜 B는 넷플릭스와 공동제작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2017), <월드워 Z> 속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머니볼> / <월드 워 Z>

톰 크루즈

톰 크루즈 하면 곧장 떠오르는 캐릭터. 아무래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가 아닐까? 그는 캐스팅 담당자로 연을 맺었던 폴라 와그너와 함께 ‘크루즈/와그너(Cruise/Wagner Productions)를 열고, <미션 임파서블>(1996)을 프로듀서의 출사표로 내놓았다. 크루즈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은 자신이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션 임파서블’ 전 시리즈는 물론 <바닐라 스카이>(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라스트 사무라이>(2003), <우주전쟁>(2005), <잭 리처>(2012)까지 모두 그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하나같이 굉장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미션 임파서블> / <잭 리처: 네버 고 백>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는 <표적>(1998)으로 협업을 시작한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와 공동설립한 ‘섹션 에잇(Section Eight Productions)을 통해 제작을 겸하기 시작했다. 2006년까지 운영된 섹션 에잇에서 클루니가 제작을 맡은 (<시리아나>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그가 출연/연출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 <굿 나잇 앤 굿 럭>(2005)의 프로듀서였던 배우 겸 감독 그랜트 헤슬로프와 함께 세운 ‘스모크하우스(Smokehouse Pictures)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출연/연출작에 프로듀서로 활약해오고 있다. 클루니의 감독작 <레더헤즈>(2008), <킹메이커>(2011),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2014)과 헤슬로프의 감독작 <초[민망한]능력자들>(2009) 모두 스모크하우스가 제작한 영화다. 클루니가 프로듀서로 활약한 가장 성공적인 작품은 '감독' 벤 애플렉의 <아르고>(2012)일 것이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했고, 제작비의 7배인 2억32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킹메이커> / <초[민망한]능력자들>

벤 애플렉 / 맷 데이먼

잘 알려졌다시피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할리우드 최강 절친'이다. <굿 윌 헌팅>(1997)에서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은 제작사 '리브플래닛'(LivePlanet)의 일원으로서 2002년 <도둑맞은 여름>을 통해 함께 제작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작 행보는 리브플래닛을 떠나고 데이먼/애플렉 둘이 세운 '펄 스트리트'(Pearl Street Films)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다만 프로듀서로 활약한 영화는 서로 달랐다. 맷 데이먼은 펄 스트리트의 제작 작품인 <굿 윌 헌팅>의 감독인 거스 반 산트의 <프라이스 랜드>(2012), <맨체스터 바이 더 시>(2016), <제이슨 본>(2016)에서, 벤 애플렉은 자신의 연출작 <아르고>(2012)와 <리브 바이 나이트>(2016)에서 프로듀서의 자질을 발휘했다.

<프라미스 랜드> / <아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여타 배우들과 달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독자적으로 '애피언 웨이'(Appian Way  Productions)를 열고, 2004년 창립작 <대통령을 죽여라>를 내놓았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환경  다큐멘터리 <11번째 시간>(2007)과 호러 <오펀: 천사의 비밀>(2009), 판타지 <레드 라이딩  후드>(2011) 등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갱스 오브 뉴욕>(2002)으로 협업을 시작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2004), <셔터  아일랜드>(2010),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는 배우와 제작자로서 오랜 우정을 과시했다. 올해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2016)를 무료로 배포했다. 배우가 운영하는 프로덕션과  공동제작한 흔적도 눈에 띈다. 스모크하우스와는 조지 클루니의 연출작 <킹메이커>(2011)를 제작한 데 이어, 벤  애플렉의 연출작 <리브 바이 나이트>(2016)를 펄 스트리트와 함께 만들어 오는 크리스마스에 개봉시킨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비포 더 플러드>

리즈 위더스푼

할리우드 내 여성의 인권 신장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온 리즈 위더스푼은 '타입 A'(Type A Films)를  통해 <금발이 너무해 2>(2003)와 <페넬로피>(2006)를 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프로듀서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새로운 회사 '퍼시픽 스탠다드'(Pacific Standard)를 세워 2014년 <와일드>와 <나를 찾아줘>를 만들면서부터다. 작년 <핫 퍼슈트>(2015)에 이어 내년 방영될 TV드라마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2017)을 제작한 위더스푼은, 디즈니의 고전 실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팅커벨>의 주연과 프로듀서를 겸할 예정이다.

<금발이 너무해 2> / <와일드>

톰 행크스

톰 행크스는 프로듀서 게리 고츠먼과 공동설립한 '플레이톤'(Playtone)의 이름을 자신의 연출 데뷔작 <댓 띵 유 두!>(1996) 속 레코드사에서 따왔다. 그는 <포레스트 검프>(1994)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캐스트 어웨이>(2000)에서 배우는 물론 프로듀서로도 처음 이름을 올렸고, 2002년 <나의 그리스식 웨딩>으로 제작비의 74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저메키스의 3D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2004), 뮤지컬 영화 <맘마 미아!>(2008)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플레이톤의 성과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 파트너십을 이은 HBO의 TV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퍼시픽>(2010), <올리브 키터리지>(2014) 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캐스트 어웨이> / <밴드 오브 브라더스>

콜린 퍼스

영국의 꽃중년 콜린 퍼스는 작년 <아이 인 더 스카이>로 프로듀서 데뷔를 마쳤다. 前 영국 소니뮤직 CEO이자 영국 레코드산업 협회 회장인 게드 도허티와 설립한 '레인독'(Raindog Films)의 첫 작품이다.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퍼스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2016)와 <킹스맨: 더 골든 서클>(2017)을 작업하는 와중에도, 미국의 가장 떠오르는 감독인 제프 니콜스의 최신작 <러빙>을 제작했다.

<아이 인 더 스카이> / <러빙>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