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한참 떨어진 어느 숲속, 사냥해 잡은 동물의 가죽은 옷감이 되고 살은 먹거리가 된다. 시대극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 같지만 벤(비고 모텐슨) 가족의 자급자족 일상이다. 벤은 여섯 아이의 아빠이자 홈 스쿨링 선생이다. 여섯 아이는 비디오 게임으로 가상훈련에 매몰되는 대신 미국 권리장전과 <총, 균, 쇠>로 뇌를 채우고, 칼을 손에 쥐어 몸을 단련한다. 이제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된 첫째 보데반(조지 맥케이)부터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쯤 된 막내 사자(슈리 크룩스)까지. 독서는 독서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은 독서의 종착점이 아니다.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읽은 것에 대한 사견을 말하는 것이 필수다. ‘흥미롭다’는 말은 이 집의 금기어다. 깊이 느낀 무언가를 단 네 글자로 얼버무려버리면 생각은 뻗어 나가지 못한다. 동화 속 허구의 요정을 찬양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인권과 지성을 고양하는 데 공헌한 인도주의자 노암 촘스키를 기념한다. 이들의 자연생활에는 나름대로 체계적인 룰이 있지만, 타당한 근거를 대어 구성원을 설득시킨다면 의견은 수용된다. 아이는, 아이라서 판단하지 못한다는 지레짐작이 이 세계에는 없다. 애초에 스스로 사고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니까.
“엄마가 죽었단다.” 그 소식의 무게가 어떻든 서론으로 뜸을 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사건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정리된다. 어느 날 엄마 레슬리(트린 밀러)가 죽었고 벤과 6남매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숲을 나선다. 그리고 바깥세상에 섞여 들어갈수록 마찰은 생기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