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장례식장에서 보내야만 했다. 슬픔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당시에 두 작품을 동시에 찍고 있었다. <잔칫날> 현장에서 배역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고 덕분에 감정과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컷과 동시에 역할을 빨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이라 바로 다른 촬영장에 가도 잘 적응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두 작품이 서로 분위기가 환기되며 마음은 행복했던 것 같다. (<잔칫날>과 동시에 찍은 작품은 드라마 <회사가기 싫어>다 – 편집자)
장례식장 풍경의 디테일이 눈에 띈다. 슬픔의 당사자와 그 외의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하게 대비된다. 극중 경미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것처럼 보인다. 소주연 배우에게도 낯선 풍경이었을 텐데 어땠나.
나도 낯선 곳이다. 실제로 장례식장은 몇 번 가본 게 전부다. 경미는 장례라는 것을 처음 겪는 것 같았다. 나도 장례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그냥 경미처럼 모르는 상태로 역할에 임했다. 감독님이 실제 영화 속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셨다고 들었다. 감독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연기했다.
경미는 자리를 비운 상주 경만을 대신해 온갖 선택을 요구당한다. 그럴 때마다 당황과 분노,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했나.
감독님이랑 대본 리딩을 많이 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때 감정들을 기억하고 현장에 들어가 나를 맡겼다. 장례 막바지에 고모들에게 쏟아부은 말들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어이없고 화가 나서 나오는 감정이었다. (웃음) 이번 영화는 머리를 덜 쓰고 감정을 믿고 연기했는데 그게 역할과 잘 맞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