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유니버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얻는다. 하지만 히어로 활동을 하는데 반드시 슈퍼 파워가 필요한 게 아니다. 퍼니셔처럼 초인적인 능력이 없어도 활약하는 히어로도 있다. 퍼니셔(본명 프랭크 캐슬)는 가족에 대한 복수심 하나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스스로가 아주 위협적인 존재임을 증명했다.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강한 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투 방식은 대규모 군대나 슈퍼 빌런, 슈퍼 히어로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베테랑 참전용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에 아무나 흉내 낸다고 될 일은 아니다.
퍼니셔는 전쟁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놈과 합체하거나 워머신 슈트를 훔쳐 입고 화력과 기동력을 증강하기도 했다. 울버린의 아들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이 났을 때에도 신체 부위를 재조합해 프랑켄슈타인 같은 기괴한 모습으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이때는 약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변신은 이보다 엄청나다. 바로 고스트 라이더가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난 근미래, 조금 나이 든 프랭크는 타노스의 지구 침공에 맞서는 히어로들과 함께 싸우던 중 운이 나쁘게도 헐크가 쓰러지면서 부서진 건물의 파편에 머리를 맞고 죽어버렸다. 많은 사람을 죽인 탓인지 지옥으로 끌려간 프랭크는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맺었다. 영혼을 팔고 초월적 힘을 얻은 것이다.
고스트 라이더가 된 그는 지옥의 불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고 엄청난 괴력도 생겼다. 불타는 해골이 상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 그가 저지른 죄를 볼 수 있다. 또한 해골만 남아있어도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재생할 수도 있다. 퍼니셔처럼 총을 쏘고 고스트 라이더처럼 사슬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타노스와의 한판 승부를 기대하고 이승으로 돌아온 프랭크는 지구의 인류가 이미 몰살당한 뒤였다. 프랭크는 고독과 싸우면서 서서히 미쳐갔고, 전보다 가벼운 성격으로 변했다.
어느 날, 끊임없이 배가 고파 행성을 먹어야 하는 갤럭투스라는 거대한 존재가 지구를 찾아왔다. 이때 프랭크는 타노스를 찾아가기 위해 지구를 먹이로 주는 대신, 그의 부하가 되어 다시 한번 능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갤럭투스로부터 강력한 능력을 받은 프랭크는 우주를 마음대로 누비고, 염력이나 광선을 발사하는 능력까지 갖춘 ‘코스믹 고스트 라이더’로 거듭났다.
그러나 타노스는 갤럭투스의 도움을 받아도 이기지 못할 만큼 강했다. 프랭크는 궁리 끝에 타임 스톤을 이용해 타노스가 아기인 시절로 가서 미리 없앤다는 남다른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기 타노스에게서 그 어떤 죄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프랭크는 자신이 직접 아기를 올바르게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프랭크의 영향을 받은 타노스는 막강한 힘을 가진 독재자 퍼니셔로 성장했고, 실패를 깨달은 프랭크는 퍼니셔 타노스를 죽이고 아기를 다시 과거로 돌려보내야 했다.
시간 여행을 자유롭게 다닌 프랭크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일은 없었을까? 이런 생각은 제작진도 써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지, 프랭크가 현재의 시간대로 와서 지구에 있는 가족의 묘지를 찾았다가 현재의 자신과 만나는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현재의 프랭크, 즉 퍼니셔는 다짜고짜 총을 쏘기 시작했고, 고스트 라이더에게 과거의 자신은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력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 결국 힘으로 제압하는 데 성공한 미래의 프랭크가 공격한 이유를 묻자, 퍼니셔는 왜 더 과거로 가서 가족들을 되살리지 않느냐며 화를 냈다. 프랭크는 대답을 못했지만, 사실은 이미 그 일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였다. 제아무리 우주의 힘을 갖고 있다 해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까진 막을 수는 없었다.
에그테일.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