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수 엘프 레골라스, 현실은 인간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3부작은 각각 3년에 걸쳐 개봉했지만, 촬영은 동시에 진행됐다. <반지의 제왕>을 2000년에, <호빗>을 2011년에 촬영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원정을 떠난 시기를 현재라고 했을 때, <호빗> 속 빌보(마틴 프리먼)의 여정은 그로부터 60년 전의 사건이다. 배우들은 두 시리즈 사이 11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는데, 영화 속에서는 60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것. 올랜도 블룸의 레골라스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 처음 등장했을 때 어딘가 어색했다면, 그것은 레골라스 외모의 역행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톨킨 세계관에서 수천 년을 살며 좀처럼 늙지 않는 엘프인데, 과거에 더 나이든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회의를 품은 블룸은 <호빗> 복귀를 고사하려 했으나, 잭슨 감독이 그를 설득했다. 잭슨은 두 트릴로지 속 레골라스 외모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그의 눈가에 빛을 더하는 등 CG를 이용했다. 프로도, 일라이저 우드도 CG를 피할 수 없었다. <호빗> 첫 장면과 <반지의 제왕> 첫 장면은 같은 날을 담는다. 프로도가 절대반지 파괴를 위해 떠나는 그 날을. 영화가 같은 사건을 담을지 모르겠으나, 일라이저 우드는 더이상 19세가 아니었다. 잭슨은 CG로 우드의 주름과 잡티를 지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