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의 보은>은 여고생인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면서 그 보답으로 고양이 왕국에 초대를 받아 겪게 되는 모험이 줄거리입니다. 여주인공의 모험을 법적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여주인공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도로를 건너는 고양이가 트럭에 치일 뻔한 광경을 목격하고 몸을 던져 고양이를 구해줍니다. 하루 덕에 목숨을 구한 고양이는 몸을 털고 두 발로 일어서더니 하루한테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면서 바쁜 관계로 보답은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그날 밤 잠을 자던 하루는 창밖에 비치는 환한 불빛 때문에 잠에서 깨어 집 밖으로 나가고 수백 마리의 고양이들이 열을 지어 행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고양이들은 하루의 집 앞에서 행진을 멈추고 바퀴 달린 가마에 타고 있던 고양이 왕국의 대왕 고양이가 낮에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는 대왕 고양이의 아들 룬왕자라고 말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다음 날 하루는 등굣길에 하룻밤 새 마당에 가득 자란 강아지풀과 학교 사물함을 가득 채운 쥐선물 박스, 개박하까지 고양이 왕국에서 보낸 보은선물을 받지만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고양이 왕국에서 보낸 대왕님의 신하 고양이는 하루한테 대왕님이 왕자님의 짝으로 며느리를 삼을 생각이니 밤에 데리러 간다고 말을 해줍니다.
고양이랑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한 하루는 이것을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사거리에 있는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라는 다른 고양이의 조언을 받고 하굣길에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게 됩니다. 하루는 그 곳에서 움베르토 본 지킹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바론(남작)과 크고 뚱뚱한 고양이 무타를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데요. 갑자기 고양이 왕국의 대왕님의 부하들이 고양이 사무소를 습격하고 수 백마리의 부하 고양이들이 무리를 지어 그 위에 하루를 강제로 태운 뒤 하늘을 통과하여 고양이 왕국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그렇다면 왕자와 혼인시키기 위해 하루를 강제로 태우고 고양이 왕국으로 데려간 행위는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까요. 여고생인 하루는 만 19세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미성년자에 해당합니다. 형법은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하면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신매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약취’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고, ‘유인’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하여 사람을 원래 생활관계에서 이탈 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옮기는 것을 말하는데요.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약취유인 행위가 있으면 바로 범죄에 해당하고, 성년의 경우에는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 목적을 가지고 약취유인하는 경우에만 죄가 됩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를 음식이나 게임 등으로 꾀어서 데려가려고 하면 이것만으로 미성년자약취유인죄가 성립하지만, 성년은 추행, 간음, 결혼 목적이나 매매할 목적(영리)으로 약취유인을 하는 경우에만 범죄가 되는 것이죠.
영화는 하루를 왕자와 결혼시키려고 강제로 고양이 왕국으로 데려가는데, 고양이 왕국을 나가려면 고양이 왕국에 있는 탑 꼭대기를 통해 하늘을 날아야 인간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 왕국 입구에 들어서면 하루는 인간세계로부터 이탈되어 고양이 왕국 대왕님의 실력적 지배하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고 이것은 약취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영화처럼 혼인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약취한 경우에는 미성년자약취죄가 아니라 혼인목적약취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혼인목적약취유인죄는 성년, 미성년을 불문하고 결혼할 목적이 있으면 성립하고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일반)미성년자약취유인죄보다 가중처벌돼요. 대왕님은 룬왕자와 결혼시킬 목적으로 하루를 강제로 고양이 왕국에 데려왔고 이것은 결혼목적약취죄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성년, 미성년을 불문하고 사람을 약취유인하면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더 무거워져요. 국외이송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추행이나 결혼 등의 다른 목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인간세계에서 고양이 왕국으로 가는 것을 국외이송으로 본다면, 대왕님한테는 국외이송목적약취유인죄가 성립되어 더욱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루를 구하려고 고양이 왕국에 함께 들어온 인간세계의 고양이 사무소에 거주하는 고양이 무타와 바론은 하루를 데리고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대왕님 부하들과 싸우면서 대립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무타가 고양이 왕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 호수의 물고기를 전부 먹고 도망친 전설의 먹튀 사건의 대도적 루나르도 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대도적 루나르도 문, 즉 무타한테는 일단 절도죄가 성립하고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절도죄도 가중처벌될 수 있는데,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서 절도죄가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어요.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절도죄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다시 절도행위를 해서 누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에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되고, 상습적으로 절도를 해서 2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3년 이내 다시 상습절도를 하면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으로 더욱 가중처벌됩니다. 특가법상 절도죄 가중처벌은 절도의 양(피해금액 규모)보다 횟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적용여부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훔친 것이 아니라 소액의 물건을 여러 번 훔치다가 걸려서 모두 처벌받고 피해금액이 몇 백만 원에 불과한 경우에도 처벌받은 횟수가 많으면 비록 총 피해금액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법이 아닌 특가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높아질 수 있어요. 영화에서 루나르도 문(무타)은 호수의 물고기를 전부 먹고 도망친 전설의 도적이므로 추측건대 훔친 물고기의 양은 아주 많을 것(즉 피해금액의 규모가 큼)으로 보이지만 이전에 한 번도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서 특가법상 가중처벌을 피하고 형법으로 처벌되는 것입니다. 영화 속 상황을 가지고 일상에서 가중처벌이 되는 경우가 어떤 것인지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