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국내 흥행시장에서 명절 시즌이라 함은 설 시즌과 추석 시즌을 일컫는데, 설 시즌은 상반기 최대 대목시장이기도 합니다. 설 시즌을 포함한 명절 시즌 영화들은 보통 연휴보다 한주 앞서 개봉 시켜 분위기를 상승시킨 다음 그 힘으로 연휴로 넘어가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 타깃이 긴 연휴라 그렇습니다.

설 연휴 동안의 흥행 모습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흥행의 시작은 설날 당일 오후부터 시작되며 설 다음 날에 관객 최대치를 찍고는 이후 서서히 하락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설날을 기준으로 이전보다는 이후로 휴일이 긴 편이 흥행에 유리하다 하겠습니다. 관객은 연휴 동안 하루 평균 약 130만 명이 듭니다. 또한 설 연휴가 1월 말보다는 2월 초에 있는 것이 평균적으로 볼 때 흥행이 더 잘되고 있습니다.

역대 설 시즌 영화 흥행 탑10 (kobis ‘역대 박스오피스’ 기준)

1위 <극한직업> 2019년 1627만 명

2위 <7번방의 선물> 2013년 1281만 명

3위 <겨울왕국> 2014년 1030만 명

4위 <검사외전> 2016년 971만 명

5위 <수상한 그녀> 2014년 866만 명

6위 <공조> 2017년 782만 명

7위 <베를린> 2013년 717만 명

8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년 613만 명

9위 <의형제> 2010년 542만 명

10위 <블랙팬서> 2018년 540만 명

명절 시즌이라선지 한국영화들이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한국영화를 먼저 살펴보면, 홍지영 감독의 멜로물 <새해전야>(김강우, 유인나 출연)와 김현탁 감독의 드라마물 <아이>(김향기, 류현경 출연)가 개봉 대기 중에 있고 김지훈 감독의 현실재난영화 <싱크홀>(차승원, 김성균 출연)은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관망 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외화로는 브루스 월리스 주연의 <서바이브 더 나잇> 그리고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몬스터 헌터>, 작년 코로나 속에서 개봉되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워 위드 그랜파>가 개봉을 확정한 상태이고, 리암 리슨 주연의 <어니스트 씨프>는 갈지 말지 관망 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전망치도 한국영화 강세가 예상되지만 <싱크홀>이 개봉되지 않는 이상 큰 여파는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라인업이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것인데, 매번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국내 최대 배급사 CJ마저 출정을 시키지 않을 것을 보면 배급사들이 이번 설 시장을 크게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초토화된 시장에 누가 먼저 불을 피워야 하는 것이 맞을까? 영화 없이도 자동적으로 시장이 회복되리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시장을 리드해 나가야 하는 배급사들로서는 좋은 방안도 아닐 것이고요. 이렇게 소극적인 대응전략 가지고는 시장을 회복시키기에는 버거울 테니 말입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설 시즌이 지나면 일명 ‘흥행판 보릿고개’를 지나게 됩니다. 그 어렵다는 3, 4월을 견뎌내야 하는데, 올해는 유독 많이 배고플 것 같습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