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기획하고 웨이브가 투자한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러브씬넘버#>가 2월 1일 공개된다. <러브씬넘버#>는 23, 29, 35, 42세를 보내고 있는 네 명의 여자들의 사랑을 진짜보다 진짜처럼 그려낸 옴니버스 드라마다. 김보라, 심은우, 류화영, 박진희 등 세대를 대표하는 얼굴을 내세우고 공감 100% 대사로 무장한 <러브씬넘버#>를 에피소드별로 뜯어보자.

4개의 에피소드 중 29세 하람(심은우) 편과 35세 반야(류화영) 편은 웨이브에서만 독점 공개한다. MBC 방송에서도 동시 편성된 23세 두아(김보라) 편, 42세 청경(박진희) 편을 포함한 전편의 미공개 영상도 함께 공개하는 등 기존 유통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러브씬넘버#>는 2월 1일 오전 10시 웨이브를 통해 전편 공개되며, <#23> <#42>가 2월 1일과 8일 양일 밤 10시 50분 MBC에서 방영된다.


#23

저는 지금 세 명의 남자와

동시에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저한테 있어서 연애는 테이크 앤 기브에요. 한사람이 전부를 채워줄 수 있다는 건 착각이에요. 난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딱 상대가 줄 수 있는 만큼만 바라지.” 그렇다. 23세 심리학과 대학생 두아(김보라)는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 두아는 폴리아모리, 즉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지향한다. 그에게 연애는 공식과도 같아서 서로의 메리트를 취하면 그만이다. 이를테면 귀여운 연하 시한(김성현)은 두아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이지적이고 성숙한 연상 상우(김준경)는 두아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 다함(김종훈)은 육체적 만족감을 준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겼다. 사실 두아는 폴리아모리를 완전히 실현하고 있지는 못했다. 폴리아모리의 정의, ‘여러 명의 파트너와 합의된 관계를 유지하는 연애 형태’에서 ‘합의된’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두아의 남자친구들이 서로의 존재를 몰라서, 그래서 더 완벽했던 연애인데. 이 모든 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폭로하려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두아는 이 연애를 지켜낼 수 있을까.

사랑이 뭘까

“사랑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로맨틱한 말이 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을 안기는 말이 된다. 23세 두아에게 사랑은 두려운 무언가였다. 자기도 모르게 사랑의 무게를 깨달아버린 두아는 지레 겁먹고 자신의 감정을 외면했다. 그래서 사랑 없는 관계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한동안 그게 옳은 줄 알았다. 23세. 사랑, 성생활, 연애에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을까. <#23>은 두아가 어떤 형태의 연애가 이상적이냐 이전에 얼마만큼 진심이냐가 우선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그게 왜 여자를 싸잡아서 욕 먹이는 거야? 여자의 적은 여자이니 뭐니 말 같지도 않은 한심한 일반화를 떠드는 무식한 애들한테 먹이를 주는 거 아니야. 내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나한테나 말해”와 같은 두아의 사이다 대사, 그리고 김보라의 똑 부러지는 캐릭터 구현은 이 드라마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29

내 인생 첫 일탈은 나의 결혼식에서

도망치면서부터 시작된다

“다들 사랑을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29년째 한 집에 살고 있는 우리 엄마도. 이름 모를 타인도. 어쩌면 나만 안 하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29세 초등교사 하람(심은우)은 남자친구 정석(한준우)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사람과 적당한 예산으로 하는 무난한 결혼에 하람은 확신이 없다. 정석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뜨거웠던 적이 없으니까. 무료한 잠자리에서는 하품이 나올 정도다. 정석의 방에서 나와 정처 없이 달리다가 우연히 목격한 타인의 격정적인 잠자리는 내 관계에 대한 의심만 키운다. 뒤통수를 맞은 듯하다. 멍해진다. 마냥 착하게만 살아온 하람은 인생 첫 일탈을 감행한다.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쳐 버린다. 하람은 정말 정석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람은 그저 결혼이 하기 싫었던 걸까.

이게 과연 사랑일까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결혼을 앞둔 이들이 겪는 우울과 불안. <#29>는 여느 예비부부가 겪을 법한 복합적인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공감을 자아낸다. 사실 어딘가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식장이라는 공간이었을 뿐이지, 하람은 그 어디서든 도망치고 싶었다. 나이 30을 목전에 두고 온갖 종류의 불안감이 중첩되었다. 원하지도 않았던 직업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확신 없는 결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이 드라마에서 정석과 하람의 관계만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하람의 유일한 가족, 엄마 선화(윤유선)와 하람의 관계다. 지금까지 하람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던 사람은 언제나 엄마였고, 그래서 엄마의 삶에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했다. 하람은 자신의 불행을 엄마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람이 경험한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하람과 선화의 뼈 때리는 대화에서 건강한 조언을 얻어보자. <부부의 세계> 민현서, 심은우와 <멜로가 체질> 홍대, 한준우 등 라이징 스타의 호연이 돋보이는 <#29>는 오직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35

그날 밤 이후 기대 이상의 것을 얻었다

숨통이 트였다

영화감독 반야(류화영)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눈부신 재능을 눌러 담은 그의 영화는 평단을 사로잡았다. 한때는. 서른다섯이 된 지금의 반야에게 남은 건, 꿈을 키우며 쌓아온 낡은 책 무더기와 5개월 치의 전기 요금 미납고지서뿐. 대학 시간 강사 일을 하며 겨우 연명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억울하게 잘린다. 그 앞에 업계 거물급 인사가 된 선배 감독 성문(김승수)이 나타난다. 아슬아슬한 대화에 성문은 반야에게 빨려 들어간다. 반야도 같은 감정이었을까. “그날 단 한 번의 잠자리 후 기대 이상의 것을 얻었다. 숨통이 트였다.” 성문을 만나니, 돈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떨어졌다. 그것도 쉽게. 반야에게 성문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어 선택한 가짜 사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성문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진짜 사랑이다. 이제 반야는 성문에게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랑해도 될까

“저 35살이거든요. 연장자 입장에서 보면야 아직은 어린 나이지. 근데 체감은 달라요. 돈이건 지위건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으면, 진짜 아무거도 할 수 없는 나이가 35살이거든요. 물러날 곳 없는 마지노선.” 반야는 그래서 더 불안했고, 겉으로 더 단단한 척했다. <#35>는 반야가 두려움에서 시작한 조건적 사랑이, 수식이 필요 없는 진실된 사랑이 되어버린 것을 깨닫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한 가지 더 등장한다. 성문은 사실 9년 전 결혼했다. 일반적인 결혼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성문과 그의 아내 지성(김영아)은 8년째 별거 중이다. 불의의 비극적인 사건을 공유한 그들의 결혼은 약점으로 묶여있다. 오래전부터 지독하게 엮인 세 사람이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 <#35>는 오직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42

그날 새벽 3시 35분,

견고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42세 가구 디자이너 청경(박진희)은 학창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운범(지승현)과 결혼해 20년도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공방을 운영하는 둘은 일도 함께한다. 이들의 결혼 생활에는 별 탈이 없고, 이제 사업장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모든 것이 안정적인데 어쩐지 청경은 여자인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는 잠자리도 하지 않은 지 오래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가뜩이나 심란한데 남편도 좀 이상하다. 작은 말에 귀 기울여주는 다정한 사람인데 요즘엔 나사 빠진 사람 같다. 어느 날 새벽 3시 35분. 운범이 옅은 휴대폰 불빛에 깨어 밖으로 나간다. 그 새벽에 운범이 한걸음에 달려간 곳은 병원 응급실. 거기엔 다른 여자가 있다. 정신적 외도다. 청경에게 운범은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동업자이자 동반자였다. 둘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청경은 운범 없이 살 수 있을까. 둘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사랑이 끝난 걸까

이 부부에게는 이들만의 아침 루틴이 있다. 둘은 자명종 소리에 매일 같은 시간 기상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청경이 베개를 두드려 부풀리는 동안 운범은 햇빛이 들게 커튼을 친다. 다음으로, 침대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이불의 양 끝을 잡는다. 침구를 정리하고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식탁에 둘러앉아 그날의 날씨와 하루 일정을 이야기한다. 이 루틴은 수미쌍관으로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청경과 운범은 그렇게 20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던 루틴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부부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아침을 다시 마주하면 감회가 다르다. 시계 톱니바퀴 돌듯 반복되더라도 더없이 소중한 일상. 운범의 말마따나 서로 마음에 생채기 낸 것, 청경과 운범 둘 아니면 아무도 아물게 하지 못한다. 둘이서 덮고 세월에 아물도록 오래도록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사는 것. 그게 이들의 결혼인 걸까.


#지성

네 에피소드에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지성이다. <#23> <#29>까지 지성은 꽤 괜찮은 조언자 혹은 사랑 전문가의 포지션을 맡았다. 두아가 자신의 연애 방식에 대해 공부하게 했고, 혼란을 겪는 하람에게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져 본인의 감정이 어떤지 끄집어내어 정리하도록 했다. 일종의 트리거와 같은 역할을 한 거다. “그냥 자연스러운 건 없어. 모든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당장 내가 알고 모르고 그 차이지.” “헤어질 이유가 딱히 없어서 차선으로 선택할 만큼, 결혼이란 게 녹록하지가 않아. 어쨌든 가족이 되는 거잖아.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 근데 누구나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야. 참 당연한 건데. 모르는 것 같아.” 앞 에피소드에서 지성이 던지는 말들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파트너와의 관계, 결혼, 사랑 등 모든 연애 관계에 통달한 사람 같았다. 작가 후배 반야가 만나는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란 걸 알고 무너져내리는 지성을 보기 전까지는. 지성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내건 이 드라마에 힘을 실어준 캐릭터 같기도 하다. 완벽한 사랑을 하고 이상적인 관계만을 이룰 것 같던 그마저도 그러지 못한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