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북촌방향>의 남자 주인공 성준(유준상)은 과거에 영화감독이었는데 지금은 지방에서 교수를 하고 있고, 겨울 어느 날 서울에 올라와서 북촌에 사는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려고 며칠 동안 머무르게 됩니다.


1. 음식점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과 부과됩니다.

성준은 영호를 만나지 못하고 북촌에 있는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영화과 학생들 3명과 합석을 하게 되는데요. 성준은 술을 마시면서 실내에서 계속 담배를 피웁니다. 지금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영화가 개봉된 2011년에는 모든 음식점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모든 음식점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된 것은 2015년 1월 1일부터입니다. 그 전부터 일부 음식점에서는 실내 흡연이 금지되었지만, 금연범위를 점차 넓혀가면서 국민과 음식점들이 적응할 기간을 부여한 후 2015년에 모든 영업소로 확대된 것이죠. 2013년까지는 150제곱미터 이상인 영업소만 실내 흡연이 금지되었고, 2014년에는 100제곱미터 이상 영업소로 금지범위가 더 넓어지고, 2015년부터 모든 영업소로 금연이 확대되었습니다. 만약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영화의 배경이 2015년 이후라면 성준은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하는 것이죠.

여기서 술을 판매하는 곳은 혹시 단란주점영업이라서 흡연이 가능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음식점의 종류는, 휴게음식점영업소, 일반음식점영업소, 제과점영업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호프집, 이자카야는 대체로 일반음식점영업에 해당하는데, 일반음식점영업에서도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됩니다. 따라서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형태의 영업이 아니라면 식사를 하는 곳은 대부분 일반음식점영업이라고 볼 수 있고, 결국 음식점 면적규모와 상관없이 실내흡연은 전부 금지되는 것이죠. 이에 대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의무를 확대하는 것은 음식점업주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음식점 영업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간접흡연을 차단하여 국미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욱 중대하다고 보아 합헌결정이 나왔습니다.

2. 주인없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범죄지만, 주인의 추정적 승낙이 가능합니다.

성준과 영호, 영호의 후배 보람(송선미) 등은 소설이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술집 주인 예전(김보경)이 없는데도 그냥 들어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죠. 이건 당연히 범죄에 해당하고 일단 주거침입죄, 절도죄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그러나 영호는 소설의 단골로 보이고, 주인 예전과도 연락을 하는 관계로, 소설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서너번 나오는데 영호가 예전한테 미리 연락을 한 적도 있습니다.

추정적 승낙이란, 피해자의 현실적 승낙이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을 근거로 판단해 볼 때 그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피해자가 당연히 승낙했으리라고 추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돼서 범죄가 되지 않는데요. 추정적 승낙은 피해자가 처분할 수 있는 법익만 가능하고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가진 법익이므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어도 침해하면 범죄가 됩니다. 절도나 주거침입은 예전의 개인적 법익으로 예전의 승낙이 있으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영호가 소설에 가기 전에 미리 예전한테 연락을 했다면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현실적인 승낙이 없을 때 고려되는 추정적 승낙은 고려할 필요가 없고 죄가 되지 않습니다.

3. 별거 중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도 부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성준, 영호, 중원(김의성)은 셋이서 다정이란 한정식 방에서 식사를 하는데요. 셋의 대화를 통해 영호가 별거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원이 영호한테 여자는 안 만나는지 자연스럽게 묻고 영호는 만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영호가 보람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장면과 대화가 여러 번 나와요. 그렇다면 일단 영호는 별거 중에 보람을 만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별거 중에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은 이혼사유인 부정행위가 될까요? 이건 상황마다 다릅니다. 별거 중인 부부의 관계가 얼마나 파탄이 났는지에 따라 부정행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부부의 관계가 이미 파탄이 나서, 배우자가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이 양해가 된 정도에 이르렀다면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은 이혼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례도 이미 혼인파탄 후 일방이 다른 이성과 성적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일방이 다른 이성과 성적행위를 한 것이 다른 배우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본 사안이 있습니다. 그리고 별거가 특별한 이유없이 장기간 유지되면 혼인관계의 실체를 상실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에서 영호는 별거 중이지만 부인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좋은 사람인데 둘은 잘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 정도죠. 따라서 만약 영호가 부인과 아예 갈라서는 것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된 상태에서 보람을 만났다면 이혼사유가 되거나 위자료는 발생하기 어렵지만, 그게 아니라면 영호의 부인은 증거를 찾아내서 영호와 보람을 상대로 위자료청구를 할 수 있겠죠. 영화 <북촌방향>을 법률적으로 살펴봤습니다.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