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는 2월 4일(목)부터 올레 tv에서 '올레 tv 초이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단독 공개됩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과거엔 우주로 간다는 건, 국가 단위에서나 신경 쓰는 일이었다. 개인 이상의 집단이 일종의 선전처럼 사용하던 '우주 개척'은 이제, 한 인물과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손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의 선구자, 전기 자동차의 개척자, 일명 '현실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사업가로서 어떤 길을 걸었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투자자를 자처하고 그를 지지하는 걸까. 그 해답을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을 소개한다.
시대를 흔드는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면, 그 수장은 자연스럽게 스타가 되기 마련이다. 이름이 상식처럼 자리 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 등이 그렇다. 일론 머스크는 유능함 하나로 성공한 여러 사업가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정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그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불가능을 현실로 증명해낸다는 면에서 현실판 '아이언맨'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익을 위해 일하는 기업인을 넘어 우주선 개발, 화성자립도시 건설 등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가로서의 이미지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꿈꾸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고 말하는 그는 여러 번의 우주선 발사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마침내 새로운 우주 탐사의 모델로 스페이스X를 선보였고, 배기가스로 인한 공기 오염이 없으면서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가진 전기차까지 그동안 상상으로 존재하던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일론 머스크가 어떤 인물이길래 이런 독특한 지점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은 그 과정을 하나씩 살펴본다. 일론 머스크가 자라온 환경부터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으며 그 젊은 나이에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간략하게 보여준다.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관련 인터뷰와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해 깊이를 더했으며, 일론 머스크란 이름만 안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사를 빠르게 짚어내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일론 머스크를 '사업가'로서만 다루지 않고 개인사까지 다루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부분은 그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의 어머니이자 유능한 모델 메이 머스크의 인터뷰,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나 학교 등 굵직한 자료들을 통해 그의 인생을 보다 또렷하게 전해준다. 아버지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는 점, 그럼에도 아버지 덕분에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높았다는 언급은 그의 별명 '리얼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도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과학적 재능은 그대로 물려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은 일론 머스크의 일대기를 아우르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각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이나 설립 후 일어나는 산업적 변화는 전문가 수준으로 자세히 다루진 않는다. 대신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각계각층 인사들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일한 홍보 부사장, 우주비행사, 차량 전문 기자, 작가 등을 비롯해 연예 전문 기자, 심리학 교수 등이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에서 인터뷰이로 등장해 일론 머스크의 다양한 면을 언급한다.
인터뷰이의 업종이 다양한 만큼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들의 설명도 다채롭다. 심리학 교수는 어린시절과 그의 진취적인 성격을 결부해 지금의 그를 설명하고, 연예부 기자는 연예부에서의 경험이나 일화를 통해 머스크의 인간적 면모를 간접적으로 전하며, 전문 기자들은 그의 기업들이 이룬 성취를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한다. 산업 종사자들이 특정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일론 머스크에 접근하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산업에 관심 있건 머스크 개인에게 관심 있건 지루할 틈 없이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들의 발언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이상과 꿈을 현실화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한결같은 우직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또 이번 다큐멘터리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자료 화면에 매몰되기 쉬운 다큐멘터리 특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혁신성을 나름대로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는 오프닝은 기본이고, 중간중간 사용한 사진 또한 레이어를 나눠 입체적인 느낌으로 구성했다. 2D의 평평한 이미지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3D 스타일의 순간들은 금융산업, 자동차산업, 운송산업, 심지어 우주산업까지 넘나드는 일론 머스크의 폭넓은 행보와 혁신성을 부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까지 있다.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은 제목처럼 일론 머스크가 기업가로서 걸어온 길, 그의 천재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사업가이고, 앞으로도 그럴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내밀한 인간성이나 도전의 결과는 물음표로 남겨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 진취적인 사업가의 방향성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기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한 사업가가 어떻게 슈퍼스타처럼 팬을 모을 수 있었는지, 왜 세기의 천재라고 칭송받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