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드림랜드>는 2월 11일(목)부터 올레 tv에서 ‘올레 tv 초이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단독 공개됩니다.


<드림랜드>. 이 영화의 제목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를 다룬 <드림랜드>의 공간적 배경은 텍사스의 황무지다. 수시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몰아치기에 이곳 주민들은 방독면처럼 생긴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한다. 모든 농작물이 말라버린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오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곳을 “저주 받은 땅”이라고 영화 속 인물이 말했다. 그럼에도 그곳은 꿈을 이야기하는 땅이다. 여기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표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꿈의 땅, 미국. 그곳에 사는 청년, 유진(핀 콜)이 <드림랜드>의 주인공이다.

영국 출신의 신예, 핀 콜

삭막하고 황량한 고향을 떠나고 싶어하는 유진은 핀 콜이 연기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에 출연한 그가 영국 출신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핀 콜은 BBC의 TV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로 이름을 얻은 배우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출연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가 주목한 떠오르는 신예, 핀 콜은 자신을 버리고 멕시코로 떠나버린 아버지와 억압적인 새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유진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대부분 청년들이 그러하듯 고향을 떠나고 싶어한 유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은행 강도 지명수배자 앨리슨(마고 로비)을 만나게 된다. 몇 살이냐는 앨리슨의 질문에 25살이라고 당돌하게 거짓말을 하는 17살 청년 유진과 경찰의 총에 맞고 도주하는 앨리슨은 각자의 희망을 찾아 멕시코로 함께 떠난다.

마고 로비, 연기의 신

<드림랜드>의 주인공은 분명 핀 콜이 연기한 유진이다. 이 청년이 어떻게 모래 먼지 가득한 땅을 떠나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앨리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이런 캐릭터를 일컬어 진짜 주인공, 진(眞) 주인공이라고 하던가. <드림랜드>에서 마고 로비가 보여준 연기는 모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마고 로비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드림랜드>의 마고 로비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분장을 지운 그녀의 얼굴은 고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의 페이 더너웨이를 연상시킨다. 마고 로비가 그야말로 미친 연기력을 뽐냈던 <아이, 토냐>와 비교해도 <드림랜드>는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마고 로비가 섹시하고 예쁘기만 한 배우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드림랜드>를 보면서 마고 로비의 연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로스트 인 더스트> 사이

<드림랜드>와 앞서 마고 로비의 연기를 언급할 때 등장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비슷한 지점이 많다. 분명 1930년대 실존했던 은행강도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을 찾아보면 <드림랜드>의 장점이 또렷하게 보인다. 말하자면 <드림랜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속편과 같은 영화다. 클라이드를 잃고 혼자 된 보니가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남자를 만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보니 캐릭터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 앨리슨이다. 앨리슨과 만나 어른으로서의 새 삶을 꿈꾸는 유진의 흔들리는 감정을 <드림랜드>는 섬세하게 담아냈다. 한편, <드림랜드>를 보면서 <로스트 인 더스트>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관람법이 될 듯하다. 텍사스의 황량한 토지, 가난한 주인공, 은행강도라는 소재까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점은 시대 배경이다. 1930년대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던 그 땅에는 가난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유명한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을 쓴 작품이다.

캐릭터, 스토리, 미장센의 재미

<드림랜드>는 영화적 재미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핀 콜과 마고 로비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캐릭터를 중심에 둔 감상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로스트 인 더스트>와 같은 영화에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는 스토리에 집중해서 재미를 찾는 방법이다. 마지막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미장센이다. <드림랜드>의 황무지는 역설적이게도 아름답다. 해가 지는 사막의 지평선이라든지 거대한 모래 폭풍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일스 요리스-페이라피트 감독은 영화 곳곳에 오래된 필름처럼 처리한 화면비의 이미지를 배치했다. 순간적으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스틸 컷과 같은 이 이미지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대신해 보여주는 기능을 하면서 미장센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캐릭터, 스토리, 촬영까지 <드림랜드>는 세 가지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