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연기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액션 장르는 첫 도전이라고 해서 좀 놀랐다. 처음이다보니 심히 고심하며 준비를 했을 것 같은데.
액션을 완벽히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액션 영화가 처음이다보니 연습을 많이 해가도 내 모습이 카메라에 잘 담기는지 모르겠더라. 현장에서도 액션 연습을 하고, 촬영 전날에도 액션 팀이랑 모여서 연습하고, 또 찍다가도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되면 즉흥적으로 연습을 하곤 했다. (웃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날을 세우고 좀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어디서나 볼 법한 틀에 박힌 액션이 아니라 생활 집기들을 사용한 움직임이 재밌기도 하고 신선한 구석이 있더라.
아, 무술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해달라고 한 에피소드가 있다! 액션 스쿨을 처음 가서 칼리 아르니스(Kali Arnis)라는 필리핀 전통 무술을 처음 배우는데, 처음엔 조금 기초적인 걸 알려주시다가 갑자기 “사람이 진짜 두려우면 어떻게 되나 봐봐”하시더니 진짜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오시더라. (웃음) 정~말 느리게 슥 칼을 가져다 대시는데, 몸에서 힘이 막 저절로 빠지더라. 무술 감독님께서 이런 리얼함을 가진 무술 액션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놀라긴 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잘 해주셔서 액션신들이 잘 나온 것 같다.
액션 연기를 해보니 가장 고생스러운 점이 무엇이던가.
일단 손이 너무 아팠다. ‘안전칼’이어도 서로 가깝게 있다 보니까 많이 부딪힌다. 그게 너무 아팠다. 약간 참기 힘든, 꽉 찍히는 그런 아픔이다. (웃음) 또 저희 영화 후반부에 액션이 몰려 있기도 하고, 특정 장소에서 싸움이 이뤄지다 보니까 액션 신 촬영을 2주에 몰아서 했다. 4일 정도 연속으로 촬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점프가 잘 안 되더라! (웃음) 그래서 정말 무술 감독님한테 고마운 게, 한 날은 제가 도저히 점프도 안 되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촬영을 끊고 하루 쉬게 해주셨다. 정말로 무술 감독님한테 고마운 점이 많다.
대역 없이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했다고 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릴 수밖에 없었겠다.
대본을 읽으면서 “어, 이건 대역(신)이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긴 했는데…. (일동 웃음) 사실 현장에 대역 배우가 계셨고, 그 분이 직접 리허설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이 막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얼굴이 많이 나오는 앵글이라 내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웃음) 그래서 거의 모든 액션 신을 직접 소화하게 됐다. 옆에서 대역 배우 분이 도와주시긴 했는데. 앵글이나 각도 자체가 얼굴이 너무 잘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내 키가 너무 커서 대역을 하면 티가 많이 나더라. (웃음)
앞으로 액션 작품을 할 때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사실 이번에 액션을 소화하면서 자신감을 가진 게 생각보다 내가 재빠르구나? 날다람쥐 같구나? 라는 걸 알게 됐다. (일동 웃음) 방금 영화를 보는 데도 액션이 어색하지가 않아서 혼자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