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한 유형으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시간 판타지를 담은 영화들은 많습니다. 특히 로맨스 영화에서 '시간 판타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더욱 운명적으로 만드는데요.

판타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는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중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판타지의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들만 모아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추운 날씨 따뜻하게 만들어줄 시간 판타지 로맨스 영화들에 빠져보실까요~!


<말할 수 없는 비밀> 
'피아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청춘 로맨스, 신파, 미스터리, 공포, 판타지의 다양한 장르를 아주 절묘하게 잘 엮은 수작입니다. 꽁냥거리는 청춘 연애물인 줄 알았던 영화는 오래된 피아노 한 대가 등장하며 갑자기 장르가 미스터리 판타지로 바뀌어 버리죠.

시간을 거슬러 만난 샹룬(주걸륜)과 샤오위(계륜미)는 사랑에 빠집니다. 같은 음악실에 있는 오래된 피아노 덕분이죠. 이 피아노로 'Secret'을 연주하면 20년을 거슬러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시간여행이 시작되면 자기를 처음 본 사람만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눈을 감고 항상 서로를 처음 만나기 위해 노력하죠. 영화에서 피아노는 판타지의 통로, 주인공의 감정 상태, 영화의 분위기까지 형성하는 전천후 역할을 했습니다.


<어바웃 타임>
'장롱'

<어바웃 타임>에서 성인이 된 팀(도널 글리슨)에게 아버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가문의 능력이 있다는 비밀을 알려줍니다. 주먹을 쥐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 가고 싶은 시점을 생각하면 언제든지 타임슬립이 가능한 '무적의 설정'이죠. 그러나 모태솔로였던 팀은 큰 걸 바라지도 않고, 여자 친구를 만드는 데 이 능력을 적극 사용하게 됩니다.

짝사랑하는 그녀가 솔로였던 때로 돌아가 고백을 하지만 1차 실패. 다시 돌아가 제대로 고백을 성공합니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자 여자친구와 보냈던 시간은 없어지게 되죠. 팀은 점점 시간여행을 할 수록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에서 팀은 자신을 위해서만 시간여행을 하지 않습니다. 연인,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의 행복을 위해 시간여행을 하죠. 그래서 <어바웃 타임>은 타임슬립 영화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영화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빠르게 달리고 점프'

마코토는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고장나 기차와 부딪칠 뻔하던 순간 처음으로 시간여행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활발한 10대 소녀 주인공. 이때를 기억하고 무작정 달려가 부딪치고, 구르죠.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빠르게 달리다가 점프를 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법칙을 깨닫게 된 마코토. 시간을 돌려서 한 일은 아주 깨알 같지만 있으면 꿀인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지각하기 전으로 되돌리고, 타임리프를 반복해 노래방 이용 시간을 무한정 늘리는 것 같은 거요.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았던 친한 친구 치아키의 고백을 받고 깜짝 놀라 고백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기도 하지만 치아키에게 연인이 생기게 되자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시월애>
'우체통'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 감성이 낭낭한 영화 <시월애>. 1998년에는 성현(이정재)이, 2000년에는 은주(전지현)가 '일마레'라는 같은 집을 살게 되면서 시간을 초월해 사랑에 빠집니다. 바로 이 두 사람을 잇는 것은 집 앞에 있는 '우체통'이었습니다.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2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전달되죠. 덕분에 성현과 은주는 같은 시간에 살지 않지만 편지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은주는 성현처럼 요리를 만들고, 성현은 잊고 싶은 기억을 잊기 위해 은주처럼 빨래를 널기도 하죠. 1998년에 성현은 편지로 한 카페에 와인을 놓아두었다고 전합니다. 2000년에 그 편지를 받은 은주는 그 와인을 찾아 마시기도 하죠. 이렇게 둘에게 우체통은 서로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동감>
'무전기'

2016년에는 무전기를 이용한 시간판타지 드라마 <시그널>이 있었습니다. 지직지직- "여기는 2016년이예요. 16년 전 2000년에도 무전기가 나오는 시간 판타지 영화가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네. 여기는 2000년. <동감>이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동감>에서 2000년 무선 통신에 열광하던 지인(유지태)은 무전기를 통해 21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 여자로부터 교신을 받게 됩니다. 둘은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죠. 1979년의 소은(김하늘)과 지인(유지태)을 잇는 건 오직 무전기. 둘은 무전기를 통해 서로의 세상,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집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
'낡은 푸조 자동차'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의 야경 자체가 판타지의 극치였던 영화입니다. 늦은 밤, 파리의 한적한 골목에는 밤 12시 종이 땡 치면 낡은 자동차 한 대가 '길'을 데리러 옵니다. 낡은 푸조 자동차는 '길'을 1920년대의 파리로 데려다주죠.

빌은 그곳에서 평소 동경하던 헤밍웨이를 만나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고,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집니다. 제대로 파리의 황금시대를 누리는 주인공.  다른 영화에 비해 시간여행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특별하진 않지만 노란 불빛이 어른거리는 파리의 밤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여행 하는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가려진 시간>
'나무 동굴'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가려진 시간>은 시간이 멈춘 채 혼자 어른이 된 남자 아이와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산 속에 있던 의문의 나무 동굴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판타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동굴 속에 들어가 신비로운 색깔의 호수를 맞닥뜨리게 되죠.

그 호수 밑바닥에 커다란 알이 신비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소년이 이 알을 깨는 순간 모든 세상은 멈추고 소년의 시간만 흘러 어른이 되죠. 멈춰진 시간이 깨지고 어른이 된 소년은 소녀와 다시 마주칩니다. 이후에 또 어떤 판타지가 펼쳐질지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 방지를 위해 참겠습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알약'

다음은 개봉 예정인 기욤 뮈소 원작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입니다. 2015년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 10개를 얻게 된 수현(김윤석). 1985년으로 돌아가 30년 전 자신인 수현(변요한)을 만나게 됩니다. 수현은 10번의 기회를 통해 과거의 바꾸고 싶었던 순간들을 바꾸려 하죠. 모티브 차용이냐 표절이냐 논란이 있었던 드라마 <나인>에서는 9개의 향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시간 판타지를 만드는 영화 속 통로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아이템, 혹은 어떤 법칙들을 활용하니까 왠지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도 판타지 세계로 가는 요런 방법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타임워프 할 수 있는 통로라든지 말이에요.  하지만 판타지따윈 없는 현실 오늘도 영화로 대리만족하며 저는 이만~!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