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쿵푸타운>은 3월 4일(목) 올레TV에서 ‘올레TV 초이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단독 공개됩니다.


쿵푸 덕후가 꽉 잡고 있는 마을을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

오랜 시간 소림사에서 무공을 갈고닦은 승려 푸다룽(용무). 무술 시합에서 인정받고 달마원에 가길 꿈꿨지만 스승으로부터 “무술을 깊게 이해하진 못했다”라는 평을 받은 그는 “하산해 수련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로부터 5년 후. 룽취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푸다룽은 맞은편 찻집을 운영하는 시스(고영설)를 짝사랑하면서 무공 수련을 이어간다. 어느 날 롱취안에서 전통차 축제 및 무술 대회가 열리고, 푸다룽의 소림사 동기를 비롯해 수많은 무림 고수들이 마을에 몰려든다. 그중에서도 푸다룽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들이 있었으니 험악한 무리의 러시아인들. 인생 최우선 요소는 정의감, 어떤 상황에서든 마을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푸다룽은 그들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운동선수 출신 주연 배우들의 활약

<쿵푸타운>은 무술 대회를 맞아 곳곳의 쿵푸 도사들이 마을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믹 액션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시시때때로 무공을 갈고닦는 주인공들 덕에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액션이 영화에 사실감을 더하는데, 알고 보면 주연 배우 대부분이 운동선수 출신이다. 푸다룽을 연기한 배우 용무는 역도, 복싱, 무술을 비롯해 스포츠 의학과 심리학에 다다르는 특수 과목까지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 체육 교사로 일하다 중국 전국 장사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며 방송계에 입문했고,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푸다룽의 소림사 스승을 연기한 자오룽 선 역시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다 캐스팅 제의를 받은 선수 출신 배우.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실제 팔극권, 처사장, 옹조공 등 각 문파들의 주인이 직접 출연해 액션의 퀄리티를 높였다.


이소룡, 성룡, 그리고? 홍콩의 3대 ‘룡’ 중 한 명이 등장한다

중국 무협 영화 팬들에게 반가울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소룡, 성룡과 함께 홍콩의 3대 ‘룡’으로 불리는 양소룡이 그 주인공. 16살의 나이로 영화계에 입문,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무술 감독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그는 이소룡, 성룡과 맞먹는 쟁쟁한 실력파로 이름을 알렸다. 첫 주연작 <생룡활호소영웅>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홍콩 소교부>, 중년의 나이에도 실력이 팔팔함을 입증해 보였던 <쿵푸 허슬>까지 20년간 무려 8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능력자. 현재까지도 코미디,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쿵푸타운>에서 그는 푸다룽을 눈여겨보며 중요한 순간마다 그에게 한 수 조언을 얹어주는 사부 공부라오리를 연기한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가벼운 몸놀림으로 여러 명의 적을 제압하는, 녹슬지 않은 그의 액션을 확인할 수 있다.


코믹 반, 액션 반, 균형감 잡힌 장르 맛집

코믹하거나, 뼈 때리는 대사가 담긴 명장면은 밈(Meme)으로 재탄생해 관객 사이를 떠돌며 오랜 생명력을 지닌다. <쿵푸타운>엔 밈으로 만들고 싶은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마음가짐과 무공, 참선, 이 세 가지를 중요시 여기며 수련에 힘쓰는 주인공의 과장된 비장함, 힘이 잔뜩 들어간 초월 번역들이 가끔씩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는 것. 장엄한 태도로 분위기를 잡으며 격투 기술을 가다듬다가도 허술한 빈틈을 보이고 마는 주인공 푸다룽은 무게감과 인간미를 고루 지닌 매력 넘치는 캐릭터다. 코믹한 장면과 둔탁한 액션을 함께 균형감 있게 배치해 리듬감 있는 긴장을 전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푸르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절도 있는 쿵푸 액션부터 보트 액션, 진흙탕 액션까지, 장르 팬들을 배부르게 만들 만한 액션 신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코미디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쿵푸타운>은 가벼운 마음으로 알차게 즐길 장르물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