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봄을 즐기고 싶지만, 쉬이 가라앉지 않는 바이러스의 여파에 망설이고 있던 이들이라면 주목해보자. 온라인 상영을 통한 방구석 산행으로 집콕족의 숨을 틔워주고, 안전 수칙을 지킨 자동차 극장, 캠핑을 통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 4월 2일부터 11일까지 제6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UMFF)가 개최된다. 자연과 맞닿아있어 더 특별한 UMFF를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가이드를 준비했다.
UMFF는 어떤 영화제죠?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UMFF는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다. 당대의 중요한 세계 산악영화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봉작 중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산악 영화, 자연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드문 자리. 자연과 마주하며 시련을 극복하고, 도전과 실패, 갈등과 공존을 겪는 영화 속 많은 이들의 모험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어 더 깊은 감동을 전한다. 팬데믹이 시작되며 국내 많은 이들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은 산행, 산악 문화의 흐름과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자.
자동차, 야외, 캠핑…
안전+낭만 챙긴 영화 관람법
비대면 시대에 들어선 2020년. 전 세계 대부분 영화제들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021년 UMFF의 상영 방식을 살펴보면 비대면 시대의 안전과 페스티벌 특유의 분위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한 여러 흔적이 돋보인다. 올해 UMFF는 영남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자동차 극장, 국내 최초의 야외 헤드셋 극장, 캠핑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별빛 야영장 캠핑 패키지를 마련했다.
― 자동차 극장
먼저 자동차 극장을 살펴보자. 100석이 마련된 자동차 극장은 히터나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운영된다. 창문을 내려 사운드를 듣는 방식이다. 오후 4시 30분과 저녁 8시 두 차례 상영된다.
― 헤드셋 극장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의 잔디밭은 야외 상영관인 헤드셋 극장으로 꾸려졌다. 2m 간격으로 40개의 빈 백 소파가 설치된 곳으로,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연 속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 별빛야영장 캠핑패키지
4월 2일부터 4월 4일까지 2박 3일로 즐길 수 있는 별빛 야영장 캠핑 패키지를 통해선 캠핑과 UMFF 상영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캠핑 패키지 이용자에겐 일반 상영관의 상영작을 자유롭게 예매할 수 있는 움프 패스 1매가 제공된다는 점도 놓치지 말자.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안전한 영화 관람을 위해 모든 공간에서 발열 체크와 전자출입 명부 확인이 진행된다. 상영관 내 음식물 반입이나 취식은 불가능하다.
이불 밖은 위험해?
그렇다면 온라인 상영!
수강신청을 방불케하는 티켓 예매 전쟁에서의 실패, 혹은 스케줄과 맞지 않는 상영 시간표로 인해 위시리스트 속 영화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지난날은 잊어도 좋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각자의 방구석에서 UMFF를 즐길 수 있다. 영화제 기간 10일 내내 시간 제약 없이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건 온라인 상영관만의 장점. 올해 UMFF에 초청된 43개국 146편의 작품 중 103편이 온라인에서 상영된다. 공식 홈페이지(www.umff.kr)의 온라인 상영관 페이지에서 관람 가능하며, 온라인 관람권 구매 후 휴대폰 인증을 거치면 바로 상영작을 만날 수 있다. 상영작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 관람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포인트, 바로 코멘터리 행사다. 보통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되는 초청작 코멘터리도 올해엔 온라인 상영관에 마련됐다.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캐나다의 자연 곳곳을 담아낸 경이로운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후 전문가들의 비하인드를 곁들이면 여운은 배가 될 것. 온라인 상영관, 공식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코멘터리 프로그램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영혼은 저 너머에> + 산악인 곽정혜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자는 누구인가. 탐험 역사상 전대미문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한 팀이 조사에 나선다. 에베레스트와 산악인에 대한 모든 고정 관념들은 역사상 가장 바쁜 에베레스트 등산 시즌에 잔인할 정도로 정직한 시선을 현 상황에 던지며 전환점을 맞는다.
<에베레스트- 험난한 길> + 산악인 오영훈
에베레스트의 가장 험난한 코스를 알프스 양식으로 등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세계적인 등반가 크리스 보닝턴은 이 코스를 The Hard Way라 명명하고 그런 방식의 등반은 불가능하다 단언한다. 그 후 1988년, 네 명의 슬로바키아 출신 등반가들이 이 코스에 도전한다.
<쿰바카르나: 그림자의 벽> + 산악인 박성만
<하늘을 향한 여정, K2> 감독 엘리자 쿠바르스카가 히말라야를 다시 방문했다.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 셰르파 가족이 금기를 깨고 가장 신성한 산인 쿰바카르나를 오른다. 유럽 원정대와 함께 그 누구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오르는 그들은 과연 산신의 분노를 마주하게 될까.
<셰르파> + 산악인 김미곤
2014년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에 일어난 눈사태와 비극적인 후유증을 셰르파의 눈으로 보았다
<보레알리스> + 주한캐나다대사관
<보레알리스>는 영화적 다큐멘터리로 캐나다의 상징과도 같은 침엽수림의 중심부를 탐험하며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화재나 해충, 인간 등 외부의 공격에서 살아남는지 그린다.
<용서의 강> + 주한캐나다대사관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準州)에 위치한 나하니 강을 무스 가죽 배를 타고 탐험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영혼을 치유하는 자연의 영적인 힘과 캐나다 원주민 데네족의 회복력과 견고함에 대한 찬사이다.
음악, 전시, 클라이밍…
볼 거리 여기 다 모였다
영화제, 말 그대로 페스티벌 다운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올해 UMFF는 자연을 테마로 삼아 영화제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 <세이프티 라스트> +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 공연
채플린, 키튼과 함께 1920년대 무성영화를 꽃피웠던 코미디언 해롤드 로이드의 대표작, <세이프티 라스트>는 올해 UMFF의 기대작 중 하나다. UMFF는 흑백 무성영화 <세이프티 라스트>, 그리고 미국 저작권 협회에서 루이 암스트롱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편곡가인 진수영의 밴드,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의 공연을 준비했다. 영화의 극적인 흐름과 스릴 위로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이 직접 편곡한 음악이 더해져 관객에게 남다른 감상을 전할 예정이다.
― 클라이밍 체험
UMFF가 산악영화제였다는 점을 잊지 말자.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 암벽장인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클라이밍 장에서 전문가의 지도 아래 클라이밍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6개 루트의 완등 여부에 따라 기념품을 지급한다니 암벽 타기에 자신 있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보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코멘터리
온라인 코멘터리뿐 아니라 오프라인 코멘터리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상영작 관람 후 전문가와 함께 영화에 대한 해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쌍방향 소통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오프라인 코멘터리만의 장점이니 관심 있는 상영작이 있다면 행사도 놓치지 말자. 코멘터리 행사 일정은 다음과 같다.
<내 이름은 꾸제트> + 아동심리전문가 이임숙
일시 : 4. 3.(토) 15:30
장소 : 울주중부청소년수련관
소요시간 : 126분 / 영화 (66분) - 토크(60분)
<멍키 비치> + 주한캐나다대사관
일시 : 4. 3.(토) 13:00
장소 : 알프스 시네마 1
소요시간 : 135분 / 영화 (105분) - 토크(30분)
<반다르 밴드> + 청소년심사단(천상고등학교)
일시 : 4. 4.(일) 15:30
장소 : 울주중부청소년수련관
소요시간 : 105분 / 영화 (75분) - 토크(30분)
<도와줘!> <불꽃놀이> + 청소년심사단(상북중학교)
일시 : 4. 5.(월) 17:00
장소 : 알프스시네마1
소요시간 : 90분 / 영화 (60분) - 토크(30분)
<바위섬의 삶> + 청소년심사단(상북중학교)
일시 : 4. 6.(토) 14:30
장소 : 알프스시네마1
소요시간 : 96분 / 영화 (66분) - 토크(30분)
이외에도 울산과 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UMFF가 협업한 프로젝트 ‘봄날을 노래하다’, ‘오로라-캐나다 스크리닝’을 비롯한 스포츠/자연 관련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인간과 자연,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들로 꾸려진 UMFF는 봄을 맞이해 굳어있던 어깨를 펴고 새로운 도약을 펼칠 이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해 보인다. 곧 만개할 봄을 안전하게, 건강하게 즐기고 싶다면 UMFF와 함께해보자.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4월 2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