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매력이라면 신작을 누구보다 빨리 만나는 것도 있지만, 극장에서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옛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4월 2일부터 11일 동안 열리는 제6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UMFF) 또한 예년처럼 다양한 명작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름다운 자연, 혹은 새로운 관람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명작들을 소개한다. 편의를 위해 일정 순서에 맞춰 영화를 나열했다.


스파타커스

포커스|207분(휴식 시간 10분 포함)|15세 관람가|4월 3일 토요일 18:30 알프스 시네마 1

거장 스탠리 큐브릭에겐 아픈 손가락이겠으나 영화사에 길이 남은 걸작 <스파타커스>.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을 맡은 대작으로 로마에 저항한 노예 출신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를 그렸다. 국내에는 스팔타커스, 스파르타쿠스, 스파타커스 등등 여러 이름으로 소개됐다.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하워드 패스트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했기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영웅담'을 만들고 싶었던 주연 겸 제작자 커크 더글라스의 의도대로 자유와 동지를 위해 앞장선 스파르타쿠스의 숭고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번 상영은 첫 시사회 당시 편집본에 가장 가까운 197분 복원판으로 진행해 휴식시간 10분을 포함한 207분간 상영한다. 큐브릭은 커크 더글라스 및 제작자와의 마찰 때문에 자신의 기획대로 연출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전에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스탠리 큐브릭 관련 기획전에서도 좀처럼 상영하지 않는 작품인데, 올해 UMFF를 방문한다면 극장에서 <스파타커스> 보는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세이프티 라스트

투게더|73분|전체 관람가|4월 3일 토요일1 19:00 서울주문화센터

'할리우드 흑백 무성 영화' 하면 보통 삼대장이 언급된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그리고 해롤드 로이드. 세 사람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경유해 각자의 스타일을 구축했는데, 그중 채플린과 키튼 두 사람이 본인은 위험한지도 모른 채 천연덕스러운 스턴트를 선보인다면, 해롤드 로이드는 위기에 봉착한 인물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세이프티 라스트>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다. 시계탑에 매달린 장면은 추후 여러 작품에서 오마주한 명장면. 이번 UMFF에서의 상영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걸 넘어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이 영화에 맞춰 라이브 연주를 선사한다. 즉 흑백 무성 영화 시절 영상을 틀고 실시간으로 악보를 연주하는 상영 방식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쇼생크 탈출

포커스|143분|15세 관람가|4월 3일 20:00 자동차극장

명작은 언제, 어디서 봐도 관객의 심장에 흔적을 남긴다. <쇼생크 탈출>이 딱 그런 영화의 대표주자다.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다소 미적지근했으나 그해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와 VHS 출시 후 입소문 하나로 지금까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내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폭력적인 교도소에서 어떻게 적응해가는지, 끝내 개인의 인간성을 보존하는지를 그렸다. 다소 무거운 내용임에도 위트 있는 유머와 가슴 뭉클한 드라마, 각자의 매력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영화를 꽉 채워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잡은 작품.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의 앙상블 또한 인상적이다. 흔히 말하는 '케이블 채널 단골 영화'인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영화의 흡입력이 상당하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포커스|133분|15세 관람가|4월 5일 19:00 알프스 시네마 1

개인은 국가적 권력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지는가.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아일랜드의 완전 독립을 주장하는 IPA(아일랜드 공화국군 임시파)와 영국 정부가 대립하던 1970년대, 테러 주동자 누명을 쓴 게리 콘론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개인의 주권을 짓밟는 집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를 통한 성장까지 포착한다. 은퇴를 선언한 지금도 명실상부 명배우라고 칭송받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10주기를 맞이한 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연기가 영화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더 웨이브

파노라마|104분|12세 관람가|4월 9일 20:00 자동차극장

명작들을 빡빡하게 설명했으니 마지막은 UMFF에 걸맞은 테마의 영화를 소개한다. <더 웨이브>는 산사태와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다. 뭐 이렇게 뻔한 영화를 소개하냐, 싶을 수 있으나 그 숱한 재난 영화 중에서 노르웨이 태생이란 점 하나로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할리우드식 재난 영화 스토리를 빼다 박은 투박한 스토리가 단점이지만, 도시나 평야가 아닌 산악지대에서 펼쳐지는 재난 상황은 고전 할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우직한 맛이 있다. 특히 예상외로 CG 퀄리티가 빼어나 스토리에서 녹다운된 관객들도 재난 영화로서의 재미는 호평하는 편. 영화제니까 좀 더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더 웨이브>야말로 적당한 영화일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