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이하 디즈니 플러스)가 아직 한국 서비스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지만, 첫 번째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공개작이었던 <완다비전>과 최근 공개된 <팔콘 앤 윈터 솔져>의 호평에 힘입어 잇달아 공개 예정인 여타의 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블 영화 가운데 솔로 무비가 없는 유일한 원년 멤버로 남은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시리즈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도 들려왔는데.
<호크아이>에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일 에코가 등장할 예정인데, 이 에코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따르면 마블 스튜디오는 에코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의 제작에 착수했으며 <맨 인 블랙 3>의 각본을 쓴 바 있는 코헨 부부가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확실히 밝혀진 바 없지만, 에코의 MCU 등장 및 본격적인 시리즈 입성은 몇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측면이 있다.
1) Who's Echo?
에코는 1999년의 <데어데블> 이슈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로닌으로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북미 원주민 즉 인디언 출신으로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대신 뛰어난 시각을 갖고 있다. 한번 보기만 한 것으로 행동이나 기술 등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
에코 마야 로페즈의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을 비롯한 뉴욕 슈퍼히어로들의 적으로 유명한 빌런 캐릭터 킹핀의 부하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킹핀은 그를 죽이려 했고, 마지막 소원으로 딸인 마야 로페즈를 잘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킹핀은 마야 로페즈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고 실제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원수가 데어데블이라고 마야를 속여 이용하려 했다.
물론 데어데블은 킹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으며 화가 난 마야 로페즈는 킹핀을 공격하게 되면서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데어데블의 추천으로 뉴 어벤져스에 합류한 바 있으며, 이 때 로닌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던 이력이 있다.
2) 에코의 MCU 등장, 그리고
에코의 이야기를 쭉 훑어보면 호크아이보다는 스파이더맨이나 데어데블과 연관점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첫 번째 로닌이자 호크아이에게 로닌 아이덴티티를 물려주었다는 점에서는 그와의 관계성도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근래 공개된 <호크아이> 촬영장 스틸컷에서 제레미 레너가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코믹스에서 호크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클린트 바튼의 청력에 문제가 생기고 이 때문에 에코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호크아이> 방영이 시작되는 올해 후반이나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데어데블과 접점이 있는 캐릭터인 에코가 MCU의 무대에 등장한다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등장했던 디펜더스 4명의 캐릭터가 다시금 MCU의 무대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다.
샹치 솔로무비를 통해 아이언 피스트가 재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에코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제작된다면 그의 기원에 대해서 다루는 시점에서 데어데블과 킹핀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4편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데어데블 역시 본무대로 돌아와 활약을 펼쳐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이제는 나름 현실적인 것처럼 보인다.
3) 데어데블, 그리고 디펜더스
넷플릭스 서비스 초창기에 구독의 이유가 되기까지 했을 만큼 기대를 모았던 시리즈가 바로 <디펜더스>였다.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라는 뉴욕 자경단 히어로 4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며 팀업 시리즈인 <디펜더스>로 이어졌던 것인데, 아쉽게도 각각의 시리즈는 기대만큼 높은 인기를 얻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상대적으로 호흡이 길고 예산 면에서도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도 <데어데블>은 캐릭터가 지닌 오리지널 스토리와 독특한 특징들, 더불어 파워풀한 액션 씬으로 인기를 얻으며 3시즌까지 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는 3시즌으로 종료되고 더 이상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고, 여기에 2년 간 넷플릭스 외 타사 영화에는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다가 MCU 측에서는 시즌을 별도로 이어갈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바람에 데어데블의 향방은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물론 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데어데블 역을 맡았던 찰리 콕스가 그대로 데어데블을 맡아 MCU에 데뷔하는 것도 기능해졌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던 바, 이런 시점에서 에코의 데뷔 및 스핀오프 제작 소식이 들려오면서 여러 측면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래저래 오랫동안 팬들을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었던 디즈니 플러스의 신작들이 속속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공개된 작품들은 물론 추후 공개될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서비스는 먼 일만 같았던 것도 이미 예전 일이 되었고, 빠르면 하반기 초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이기에 국내 관객들도 오매불망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거의 모든 시리즈와 작품의 런칭이 미뤄졌고, 극장 개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디즈니 플러스의 새로운 MCU 시리즈들은 스크린을 대신해 팬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존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만 남아 있던 디펜더스의 멤버들이 다시 전면 무대에 등장할 수 있다면, 디즈니 플러스 런칭과 그를 통해 서비스될 수많은 신작들은 실사화 성적이 좋지 않았던 캐릭터들에게도, 그리고 아직 실사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캐릭터들에게도 어떤 기회일 수 있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