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극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요지부동, 꿈쩍도 안 하던 한국영화가 드디어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시장에서 기대치가 보여서일 수도 있고, 더 이상은 관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되어서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그들에게 있어 동기부여가 될 뭔가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3월 3일 개봉된 <미나리>의 선전으로 시장이 작년대비 약간의 성장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분명 아닙니다.

<자산어보>.

그럼에도 3월 31일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시작으로 4월 15일 공유, 박보검의 <서복>이 연속으로 개봉된다는 것은 시장에서 볼 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에 여기서 일말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줄줄이 한국영화의 개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개봉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영화는 약 70여 편 정도입니다.(일 년에 개봉되는 흥행성 영화는 약 50여 편 정도입니다) 들고 있기도 벅찰 정도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들이 작은 구멍이라도 보이며 서둘러(앞 다투어) 시장에 나와 줄 것이고, 그 덕분에 시장 회복이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희소식은 코로나19로 셧다운 된 미국의 대형 영화관 체인 AMC 그리고 리갈시네마가 하나둘 재오픈한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맞춰 할리우드 배급사들도 개봉을 앞당기겠다고 하였고요. 그러면 할리우드 영화들까지 국내에 개봉이 될 것이니 새 영화들로 인한 시장 회복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서복>.

<서복>이 국내 시장 회복에 있어 중요한 키를 쥔 만큼 이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출연배우를 살펴보면 공유와 박보검에 대한 시장에서의 신뢰성인데, 이 부분은 매우 높은 편이라 하겠습니다. 거기에 오래간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얼굴이기도 하고, 간만에 나온 기대치 높은 영화이기도 하니 이런 기대치로 인해 초반 흥행은 매우 순조로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어서 흥행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드라마(장르)는 태그라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즉 이 영화가 가진 코드는 전직 프로페셔널에게 미션이 주어지는 그런 류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전직이냐 현직이냐에 따라서 극의 재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전직 프로페셔널이었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코드임에는 분명합니다. 전직일 경우 극적 서스펜스는 그가 전직 특수부대(또는 정보국 소속, 요원) 출신이든 아니면 킬러(암살자) 출신이든 그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얼마나 세게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이어서 주인공의 미션이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에 주인공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냐, 아니면 미션을 부여받고 나서 사건이 발생하였느냐에 따라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미션이 주인공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의 영화로는 원빈의 <아저씨>(2010),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2015),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2015), 그리고 필리핀 영화인 <마리아>(2019, 넷플릭스)등이 있습니다. 조금 범위를 넓히면 공유의 <용의자>(2013), 황정민․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존 트라볼타가 악역으로 나온 <퍼니셔>(2004), 아론 에크하트의 <하드데이>(2014),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사선에서>(1993), 스티븐 시걸의 <언더 씨즈>(1992) 그리고 공포물로 풀어낸 <맨 인 더 다크>(2016, 걸프전에 참전한 베테랑), 이야기를 한 번 더 꺾은 지나 데이비스의 <롱 키스 굿나잇>(1996)까지도 포함이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직요원인 주인공에게 누군가가 임무를 주면서 시작되는 영화로 가장 유명한 영화는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2004)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죽음을 집행했던 전 CIA 전문 암살 요원 존 크리시(덴젤 워싱턴). 암울한 과거로 인해 알코올에 의지하며 정처 없이 떠돌던 그는, 오랜 친구이자 동지인 레이번(크리스토퍼 월켄 분)의 권유로 마지못해 멕시코시티에서 보디가드로 일하게 되는데…’ 이런 종류의 영화로 또 다른 영화로는 마크 월버그의 <더블 타겟>(2007) 등이 있는데 <서복>도 이 분류에 포함된다 하겠습니다.

<아저씨>.

다음은 전직프로페셔널을 코드로 한 영화들의 국내 흥행 성적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영화로는 <아저씨>가 620만으로 1위를, 이어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40만으로 2위, <용의자>가 410만으로 3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영화로는 <테이큰>이 236만으로 1위, <테이큰 2>가 231만으로 2위 그리고 <테이큰 3>가 200만으로 3위로 <테이큰> 시리즈가 몽땅 다 차지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보면, 전직 프로페셔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에 있어 주인공의 조력자는 존재하지만 다분히 ‘원맨쇼’라는 것. 그 원맨쇼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아이고!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들었네!’라는 심정과 함께 ‘인간쓰레기들에 대한 통쾌한 청소’ 수위가 바로 흥행 차이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테이큰>.

흥행에 있어 차이는 있지만 분명 이 코드는 면면히 흥행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액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서복>은 액션이 아닌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공유가 주인공을 맡고 있으니 액션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이 영화는 공유와 박보검의 캐미와 드라마에 더 집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서복>의 기대치는 통쾌한 액션보다는 어떤 드라마로 공유과 박보검이 극을 이끌고 가느냐에 더 기대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과거 이 영화의 감독인 이용주감독의 <건축학개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드라마 기대치가 높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