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운>

엠마 코린

<미나리>의 수상 행보가 궁금해서, 연이어 열리고 있는 시상식들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귀에 익도록 많이 들었을 작품이 있다. 제78회 골든글로브 4관왕, 제26회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4관왕,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2관왕에 빛나는 <더 크라운> 시즌4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기를 중심으로 영국 왕실을 그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은, 극 중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시즌을 단위로 캐스트가 바뀐다. 시즌1, 2에서는 클레어 포이가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했고, 시즌3, 4에서 올리비아 콜맨이 연기했다.

<더 크라운>의 네 번째 시즌은 마가렛 대처가 수상으로 지냈던 1979년부터 1990년을 다룬다. 마가렛 대처와 더불어 이 시기 왕가에 새로 등장한 인물, 다이애나비. 시즌1, 2가 호평 가운데 종영된 후.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한 이 시리즈에서, 왕가의 일원이면서 대중으로부터 크게 사랑받은 셀럽이기도 했던 다이애나비를 누가 연기하게 될지에 기대가 모였고. 2019년 4월 엠마 코린의 캐스팅 확정 소식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엠마 코린은 몇몇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을 맡았던 신인 배우였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다이애나 스펜서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되면서 난생처음 파파라치 세례를 겪었던 것처럼, 이제 코린에게도 파파라치가 따라붙는다. 지난해 11월 <더 크라운> 시즌4가 공개된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수상을 축하하며,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지는 떠오르는 배우 엠마 코린에 대해 알아보자.


다이애나 비・찰스 왕세자, <더 크라운> 엠마 코린・조쉬 오코너

1 <더 크라운>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엠마 코린은 <더 크라운> 시즌4로 얼굴을 알렸다. 코린은 가족, 친구와 멀어져 버킹엄궁에 갇혀 지내며 외로움과 섭식장애로 허덕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극중 다이애나는 남편 찰스 왕세자에게서는 사랑 대신 질투를 받았고, 왕실 식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더 크라운>의 플롯이 다이애나 옹호적이며, 왕세자를 포함한 왕실 일가에는 등을 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코린이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 크라운>

그의 연기와 관련해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이 몇 있다. 3화 ‘동화’에서 찰스와 다이애나가 약혼을 발표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인데. 1981년 실제 둘의 약혼 발표 인터뷰를 재현한 이 장면에서, 카메라가 어색한 다이애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부끄럼이 서린 비뚤어진 미소는 다이애나가 공식 석상에서 곧잘 짓던 표정이었다고 한다. 코린은 다이애나의 어설픈 미소를 잡아냈고, 이 장면은 공개 직후 밈(meme)이 되어 퍼지기도 했다. 3화의 또 다른 장면, 다이애나가 텅 빈 궁전에서 혼자 춤을 추는 장면 역시 여운을 남겼다. 약혼 직후 찰스가 6주간 해외 순방을 떠나 있는 동안 다이애나는 궁에 고립됐다. 그는 왕실 ‘예절’ 교육을 받으며 말투부터 몸가짐까지 통제받았다. 홀로 발레 연습을 하는가 싶더니, 형식 없는 몸부림에 가까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경쾌한 팝이 흐르고 그의 춤은 아주 역동적이었지만 슬퍼 보일 뿐이다. 당초 이 장면은 사전에 안무를 짜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코린은 통제력을 잃은 다이애나를 온전히 표현하려면 안무가 없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즉석에서 춤을 췄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때 극의 배경음악으로는 다이애나가 생전 즐겨듣던 엘튼 존의 음악이 흘렀지만, 현장에서 코린은 셰어의 ‘Believe’에 맞춰 춤을 췄다고.


제78회 골든글로브

2 주연 데뷔작에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더 크라운>은 엠마 코린의 주연 데뷔작이다. 그는 <더 크라운>으로 제78회 골든글로브와 제26회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TV 시리즈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는 <더 크라운> 배우들과 함께 TV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받았다. 데뷔작에서 바로 주연상을 받은 엠마 코린. 아래 코린의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 방송 실시간 리액션 영상을 통해, 수상의 기쁨의 크기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방송을 보던 코린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로 본인의 이름이 불리자 방방 날뛴다. 실제 수상자가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때의 100배쯤 됐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