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예전이었다면 그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21년 지금은 이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주인공은 잭 스나이더. 코로나로 얼어붙은 영화계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장작을 마련해 주고,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는 현재 새로운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5월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가 이미 한 번 정복한 '좀비 영화'이기 때문에 '왕의 귀환'이란 수식어가 더 적절해 보인다. 첫 장편 데뷔작 <새벽의 저주>에 이어 다시 좀비 영화를 꺼내든 그는 이번 작품에서 촬영감독까지 겸하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준비를 마쳤다. 공개일이 점점 가까워지는 4월 13일(한국 기준), 넷플릭스는 잭 스나이더 감독과 전 세계 기자들이 만나는 라이브 방송을 실시했다. 이날 공개한 예고편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직접 언급한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이 자리에서 함께 살펴보자.
이날 공개한 메인 예고편은 일전의 티저 예고편에 비하면 전체적인 스토리와 전개에 대한 설명이 대폭 늘었다. 스콧(데이브 바티스타)은 헌터 블라이(사나다 히로유키)의 제안을 받아 팀을 꾸려 라스베가스의 한 금고를 털러 간다. 그러나 일행은 그곳에서 지능이 발달해 군대처럼 움직이는 좀비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좀비 영화를 베이스로 하이스트 영화의 결을 취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예고편에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스토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좀비들의 모습.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조직적이야"라는 대사처럼 이들은 단순히 걸어 다니는 시체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지도자를 추대하듯 특정 좀비를 숭배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스콧의 공격을 미리 예측해 피하는 듯한 반사신경과 전투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강렬함의 끝을 찍는 건 좀비 호랑이. 몸이 썩어들어간 몰골의 호랑이라니, 쟁쟁한 배우(와 좀비)를 제치고 예고편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메인 예고편 공개 이후 잭 스나이더가 참석한 라이브 Q&A 시간이 이어졌다. 전 세계 기자단과 팬들의 질문 속에서 <아미 오브 더 데드> 관람 전 참고할 만한 잭 스나이더의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잭 스나이더가 설명하는 인물들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는 메인 주인공으로 미션을 위해 팀을 꾸리는 인물이다. 딸(엘라 퍼넬)이 있는데, 그과 딸의 부녀 관계는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케이트 워드(엘라 퍼넬)는 스콧의 딸이며 뛰어난 기계공이다.
벤더로히(오마리 하드윅)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해 좀비에 대한 철학적인 시각을 가진 캐릭터다.
미키 구즈먼(라울 카스틸로)은 좀비 킬러 같은 쿨한 캐릭터이고 챔버스(사만다 윈) 또한 그런 류의 캐릭터다. 챔버스는 좀비를 죽인 적 없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그래야 하는 순간이 되면 훌륭한 솜씨를 보여준다. 마치 타고난 사람처럼.
노라 아르네제더(캐릭터 이름이 공개되지 않음)는 양을 데려가는 코요테 같은 캐릭터로 어떻게 벽을 뚫고 베가스를 가야 하는지 아는 인물이다. 그룹의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한다.
지타(후마 쿠레쉬, 공개된 출연 사진 없음)는 난민 캠프와 관련된 인물로 정치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난민캠프에 좀비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이 몰려있음에도 정확히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이기 때문. 또한 난민촌에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유'로 그곳에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게 휴마의 캐릭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재밌는 부분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유일한 면역을 가진 동물은…
좀비 호랑이의 등장은 이 좀비 바이러스가 어떤 생명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에 대한 잭 스나이더의 답변은 "새는 감염되지 않는다"였다. 그는 새만이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유일한 개체라고 설명했는데, 새까지 감염된다고 하면 문제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라고. 영화 공개 후 나올 프리퀄 <아미 오브 씨브스> 좀비 개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라도 좀비 팬데믹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이날 Q&A를 위해 기자와 팬들에게 받은 질문 중 진행자가 가장 궁금하다고 선정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잭 스나이더 본인은 좀비 팬데믹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잭 스나이더는 배우 못지않은 듬직한 체격에 좀비 영화도 여러 편 찍었으니 이런 호기심이 들 법도 하다. 잭 스나이더는 자신도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가 구체적이다. 그는 "좀비에 대한 픽션들이 좀비에 대한 잘못된 안전 감각을 줄 수 있어서 이게 곧 재앙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쉽게 말해 실제 좀비는 영화 속 좀비와 다를 수 있는데, 우리가 좀비 영화를 보고 배운 '편견'이 역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단 뜻. 그러면서도 스나이더는 현실 세계에선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프 프롬 뉴욕, 에이리언, 괴물
잭 스나이더는 좀비 영화가 다른 장르, 사회적 논평 등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좀비 영화만큼이나 영감을 받은 영화를 예시로 들었는데, <에스케이프 프롬 뉴욕>(1981), <에이리언>(1979), <괴물>(The Thing, 1982) 세 영화였다. <에스케이프 프롬 뉴욕>은 존 카펜터가 연출한 영화로, 범죄자들의 무법지가 된 뉴욕에서 대통령을 구출해야 하는 스네이크 플리스켄(커트 러셀)이 주인공이다. 검은 안대를 한 커트 러셀의 모습이 아이콘화된 영화. <괴물> 역시 존 카펜터의 영화로(원작이 있긴 하다)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는 외계 생명체와 맞닥뜨린 남극 탐사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 보기에도 섬뜩한 고어 표현이 특징이다. <에이리언>은 아이코닉한 외계 생명체 제노모프가 처음 등장한 작품으로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 <에스케이프 프롬 뉴욕>는 포스트 아포칼립스풍의 액션, <괴물>과 <에이리언>은 SF 공포라는 점에서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좀비+하이스트 영화라는 장르적 결합이 떠오른다.
잭 스나이더는 몇 년간 함께 일하고 싶었던 감독
-데이브 바티스타
이번 영화의 스콧 역을 맡은 데이브 바티스타는 해당 라이브 Q&A 시간에 짧게나마 참석해 잭 스나이더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배우로서 자신을 입증할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잭 스나이더는 바티스타에게 '좀비 영화'라며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소개했지만 바티스타는 그와 대화를 하면서 이 영화에 좀비 영화뿐만 아니라 하이스트 영화, 갈등 중심의 드라마 등 여러 층의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됐음을 알았다. 그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유혈 낭자하고 공포스러울 뿐만 아니라 재미를 위해 만들었음을 스스로 아는 영화"라고 설명하며 관객들은 그저 즐기면 된다고 당부했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감독판이다
그동안 잭 스나이더는 '감독판'이란 단어로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최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도 있지만, 기존에 했던 <왓치맨>이나 <서커 펀치> 등도 항상 러닝타임이나 심의 문제로 감독판·확장판이 나왔다. 슬로우 모션과 과감한 액션 연출 등 스나이더의 연출이 극장 개봉에는 제약이 컸기 때문.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제작비는 주고 터치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만큼 그의 비전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여러분이 바로 만나게 될 영화가 감독판"이라며 이번 영화 제작 당시 어떤 알력 다툼이 없었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아미 오브 더 데드> 제작에 관여하긴커녕 이번 작품을 중심으로 한 유니버스를 제안한 잭 스나이더를 전적으로 지지해줬다. 그 결과 본편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나오기도 전, 프리퀄 <아미 오브 씨브스>와 스핀 오프 애니메이션 <아미 오브 더 데드: 라스베가스>도 제작에 들어갔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