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영화음악 감상실에서 곱씹어 볼 영화는 <올모스트 페이머스>(1999)다. 저명한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의 기자 출신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한 만큼 70년대 록 음악의 향연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얼마 전 세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맨드의 명연이 만날 수 있기도 하다.


America

SIMON & GARFUNKEL

샌디에고에 사는 윌리엄(패트릭 퓨깃)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어머니(프랜시스 맥도맨드)의 지극히 보수적인 가정 교육 아래 자랐다.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며 월반을 시키는 바람에 실은 같은 학년의 애들보다 한 살이 어리다. 윌리엄의 누나 아니타(주이 데이샤넬)는 여느 때처럼 몰래 들어오다가 들켜서 남자친구와 키스한 걸 추궁받고, 외투에 감췄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앨범 <Bookends>조차 압수 당한다. 그들의 가사는 시라고 말하고, 마약과 난교에 관한 시라고 쏘아붙이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결국 아니타는 "이 노래를 들으면 내가 집을 떠나려는 이유를 알 거예요"라며 엄마와 윌리엄 앞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의 'America'를 틀어놓는다. 며칠 전 다툼이 있게 한 바로 그 음반에 수록된 노래. 그리고 그날 아니타는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짜 '미국'을 살기 위해 떠난다. 7살 어린 동생에게 "언젠간 넌 멋진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뒤도 안 돌아보고 차에 뛰어들더니만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집 쪽을 빤히 바라본다.


Sparks

THE WHO

"침대 밑을 봐봐. 그게 널 자유롭게 할 거야." 아니타는 윌리엄에게 자신이 모았던 락 음반들을 물려준다. 비치 보이스,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 닐 영, 지미 헨드릭스, 크림, 조니 미첼, 밥 딜런... 그리고 더 후. 발매된 지 얼마 안 된 더 후의 음반 <Tommy>를 열어보니 "촛불을 켜고 <Tommy>를 들어봐, 네 미래를 볼 수 있을 거야"라는 메모가 있다. 윌리엄은 그대로 하고, 누나의 말은 적중한다. 마법처럼 그 음악에 빠져들면 시간은 휘릭 1973년으로 흐르고, 윌리엄은 노트에 록 밴드의 이름을 쓰고 또 쓰는 고등학생이 된다. 같이 학교 다니는 친구들보다 나이가 어려서 여전히 무시를 당하면서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게 성장했고, 방과 후엔 샌디에이고에 온 유명 록 칼럼니스트 레스터 뱅스(필립 세이모어 호프먼)를 찾아가서 필력을 인정받는다.


Fever Dog

STILL WATER

'스승님' 레스터 뱅스는 윌리엄에게 블랙 사바스에 대해 글을 쓰라고 숙제를 내준다. 며칠 후 샌디에이고에서 스틸워터가 오프닝 밴드로 서는 블랙 사바스의 공연이 열리고, 윌리엄은 친히 엄마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공연장에 도착한다. 백스테이지로 가서 <크림>의 블랙 사바스 인터뷰 때문에 왔다고 말하지만, 연거푸 문전 박대 당한다. 근처에서 처음 만난 그루피 페니 레인(케이트 허드슨)과 일행들도 윌리엄을 들여보내진 못한다.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려고 하는 스틸워터를 붙들고 취재 요청을 하고 당연히 무시당하지만, 윌리엄은 밴드 멤버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Fever Dog'은 당신들의 진일보였어요.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던 것도 정말 잘한 일이었고요"라고 하자 스틸워터는 백스테이지로 들여보내준다. 그렇게 스틸워터, 특히 밴드의 기타리스트 러셀 해몬드(빌리 크루덥)와의 인연은 시작된다. 스틸워터를 만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윌리엄은 그들의 공연을 무대 바로 뒤에서 보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스틸워터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밴드다. 윌리엄이 극찬한 'Fever Dog'을 비롯해, 영화 속에 종종 나오는 스틸워터의 노래는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음악감독(이자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당시 아내였던) 낸시 윌슨이 만들었다. 윌슨은 음악 작업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밴드를 연기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보이고 행동하는지 코칭까지 맡았다.


Tiny Dancer

ELTON JOHN

윌리엄은 블랙 사바스 취재 때문에 만난 스틸워터에 대한 기사를 <롤링 스톤>에 싣기로 하고, 그들을 인터뷰한다는 명목으로 스틸워터의 미국 투어에 동행한다. 투어 중엔 정말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윌리엄은 애인이 있는 러셀을 사랑하는 페니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밴드에서 압도적인 역량을 자랑하는 러셀은 다른 멤버들과 싸우고, 윌리엄과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토피카 젊은이들의 파티에 참석하고 약에 취한 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러셀과 윌리엄은 다시 스틸워터 투어버스에 올라탄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버스 안에선 엘튼 존의 'Tiny Dancer'가 흐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다가 베이시스트 래리(마크 코즐렉)가 그 노래를 따라 불러서 침묵을 깨면, 하나둘 목소리를 더해서 버스 안의 모두가 "나를 꼭 안아줘요, 작은 댄서. 고속도로의 헤드라이트를 세어봐요. 날 리넨 시트에 뉘여줘요.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였거든요"를 열창한다. 'Tiny Dancer'는 엘튼 존이 1971년 가을에 발표한 4집 <Madman Across the Water>의 문을 여는 노래다. 앨범은 유독 낮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Tiny Dancer'만큼은 큰 사랑을 받았다.


Colour My World

CHICAGO

러셀을 사랑하는 페니의 마음은 커져가지만, 스틸워터가 잘나가는 밴드가 될수록 그들의 관계는 멀어진다. 스틸워터와 그들의 매니저에게 비참한 취급을 당하고서도 부득불 뉴욕으로 쫓아온 페니를 바라보는 윌리엄의 심정도 괴롭다. 윌리엄이 상처받은 페니를 (영화에 쓰인 또 다른 엘튼 존의 노래) 'Mona Lisas and Mad Hatters'와 함께 쫓아가면, 수면제를 잔뜩 먹고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페니를 마주한다. 윌리엄이 참석하지 않은 윌리엄 학교의 졸업식에선 시카고의 'Colour My Heart'가 연주되고, 그곳에 홀로 참석한 엄마의 모습이 페니를 겨우 부둥켜안은 윌리엄과 교차된다. 낮은 피아노 소리가 음울한 멜로디를 늘어놓는 'Colour My Heart'는 분명 졸업식에서 들리고 있지만, 오히려 저 멀리 뉴욕 어느 호텔에서 곤란에 빠져 있는 윌리엄에게 더 걸맞다. 음악은 멈추고 윌리엄은 페니에게 말한다. "넌 이 말을 들어봤겠지만 난 한 번도 안 해봤어. 그냥 가족한테 하는 그런 거 말고. 아 왜 이렇게 떨리지.. 어차피 넌 기억도 못 할 텐데. 사랑해."


Cortez the Killer

NEIL YOUNG & CRAZY HORSE

전용기에서 폭풍우를 만나 죽음을 앞두고 모두가 속에 있는 비밀을 털어놓은 밤이 지나고, 스틸워터 팀은 무사히 아침을 맞는다. 예전 투어버스의 정적보다 더 기괴한 분위기. 페니를 막 대한 것에 대해 윌리엄의 열변을 듣고 난 후라, 투어 기간 동안 나름 돈독한 우정을 쌓은 러셀과 윌리엄도 어색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지난날들의 방탕한 흥분이 무색한 이 상황을 닐 영의 명곡 'Cortez the Killer'가 채운다. 7분 30초에 달하는 이 대곡은 그 길이만큼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차근차근 펼쳐놓는데,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는 그 신의 상황처럼 소동이 모두 끝난 후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만이 황량이 울리는 종반부가 사용됐다. 토피카 파티에 들어설 때 닐 영의 또 다른 노래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가 쓰였던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더욱 헛헛하게 느껴지는 신이다.


Tangerine

LED ZEP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