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었을 땐 정말이지 기막힌 상상. 다음 달 개봉을 앞둔 <루카>는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는 소년들이 있다는 문장으로 출발한다. 평범한 이들의 삶이 궁금했던 소년 루카(목소리 연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알베르토(목소리 연기/잭 딜런 그레이저)가 바다 괴물이란 존재를 숨기고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더없이 찬란하게 담은 작품. 씨네플레이는 픽사가 언론에만 미리 공개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루카>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카>가 쌓아 올린 디테일의 깊이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실사 영화들이 넘볼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가치를 쌓아온 픽사는 이번에도 모험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뭉클하게 풀어냄과 동시에 이탈리아의 풍광을 찬란하게 펼쳐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씨네플레이는 지난 3월, <루카>의 보이스 캐스트와 제작진을 만났다. <루카>에 목소리를 덧입힌 두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잭 딜런 그레이저.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총괄한 마이크 벤투리니 슈퍼바이저와의 대화를 생생히 전한다.

*<루카>와 관련한 상세한 이야기, 감독/프로듀서 인터뷰는 위의 기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루카>만의 그림체를 찾는 재미"

마이크 벤투리니가 말하는 <루카>의 특별함

<루카>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마이크 벤투리니와의 인터뷰

<루카>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마이크 벤투리니

- <루카>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이 없는 작품입니다. 어떤 애니메이션보다도 바다의 텍스쳐, 느낌, 색감이 탁월하게 그려졌는데요. <루카>만의 지중해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웃음) <루카>만의 아름다운 바다는 빛을 담당하는 스태프들과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협력으로 완성됐습니다. 제게 물어본 것처럼, 저 역시도 푸르디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빛깔과 잔잔한 파도의 움직임을 사랑하는데요. 특히나 바다를 유려하게 표현해낸 독보적인 색깔은 빛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굉장히 많은 바다의 삽화를 찾아보고, 거기에 사용된 컬러 팔레트를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저희팀은 컴퓨터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깔들을 전부 다 사용해서 사실적으로 바다를 그리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햇빛이 바다에 투시되는 순간과 지중해만의 푸른색을 포착하기 위해서 오히려 색깔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또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태프들은 <루카>만의 스타일로 물의 움직임을 구현하려고 굉장한 노력을 했는데, '루카'가 장난을 칠 땐 바다의 움직임도 장난스럽게, 헤엄을 치는 순간엔 바다의 움직임도 우아하고 가볍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 <루카>는 바다 괴물의 세계(Sea Monster World)와 지상(Human World)의 모습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상 속 공간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과 현실의 공간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일 중 어떤 작업이 더 흥미로웠나요?

= 음, 확실히 바다 괴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게 더 도전적인 일이었죠. 루카의 집을 설계할 때 바다 괴물들은 대체 저녁을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들은 식탁에 앉지 않을 테니까요. (웃음) 또 그들이 방과 방을 헤엄쳐 다녀야 하니까, 집 구조를 떠올리는 일도 재미있었죠. 물론 바다 괴물들이 물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고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 움직임이 '인어공주'가 하는 수영처럼 보이길 원치 않았어요. 우리는 뭐랄까요, 좀 더 괴물같아 보였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속에서 헤엄치는 생명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팔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꼬리를 가지고 수영을 하는 해양 이구아나를 발견했고, 그들을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 <루카>만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커스텀 스타일을 개발했다고 들었어요. 여러 가지 커스텀 스타일 중,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는지 궁금합니다. 온라인 기자회견 당시 입 모양에 관한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거든요.

= <루카>는 많은 부분이 예술가로서 카사로사의 정체성, 그의 예술관에 영향을 끼친 것들 그리고 그의 그림 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카사로사는 훌륭한 실루엣을 통해서 그림을 단순화함과 동시에 표현력이 매우 풍부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죠. 특히나 그는 일본의 미야쟈키 하야오 감독과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카사로사 감독이 보고 자란 애니메이션들을 분석해 봤을 때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입 모양의 표현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감정이나 에너지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죠. 뭐랄까요, 캐릭터들의 입은 신체의 일부라기보단 감정에 관한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루카> 역시 좀 더 재미있게 표현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루카>는 아이들의 에너지와 정체성 표현에 관한 영화이니까,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림체를 고민했습니다. <루카>의 그림체가 다 큰 성인들을 표현하는 데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어도, 상상력이 풍부한 '루카'같은 아이들을 그리는 데에는 딱인 것이죠. 그래서 그림체를 좀 더 만화적으로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루카> 캐릭터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둥근 입 꼬리

- 이탈리아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여러 차례 답사를 하러 갔다고 들었어요. 이탈리아 답사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 아, 저는 답사에 가지 않았어요. <루카>의 미술팀이 작은 마을의 모습과 바다의 색깔 등등 이탈리아와 관련한 모든 디테일들을 조사해왔습니다. 특히 우리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 명이 그 동네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다양하게 촬영해 왔습니다. 제노바는 굉장히 작은 커뮤니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이 더욱더 친밀한 모습이었는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작은 마을만이 가진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 온라인 기자회견 당시 이야기해 준 "Think Differently"라는 문장이 계속 머리를 맴돌더라고요. 애니메이터로서 뇌를 말랑말랑하게 유지하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 예술가로서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제가 뇌를 유연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작업물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때론 우리가 모니터 앞에 앉아서 너무 긴 시간을 소요하면 세부 사항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로부터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가져서 신선한 눈으로 작업물을 바라봐야 합니다. 때론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는 것이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선사하니까요. 또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혹은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제 작업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통해 더욱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어려운 시기였지만, 한국 관객들은 극장에 달려가 큰 스크린으로 <소울>을 관람했습니다. <루카> 역시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루카>를 관람할 것 같은데. <루카>의 관람 포인트를 딱 한 가지만 말해줄 수 있을까요.

= 단연 아름다운 색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루카>는 아름다운 색상과 화면을 비추는 방식이 매우 훌륭하고, 그것은 이 영화에만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루카>에 참여한 건 꿈같은 일이었다"

제이톱 트렘블레이 & 잭 딜런 그레이저

<루카>의 목소리를 연기한 두 배우와의 인터뷰

(왼쪽부터) 루카를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 알베르토를 연기한 잭 딜런 그레이저

-두 분 모두 어릴 적부터 픽사와 함께하며 자랐습니다. 픽사 영화에 참여할 수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니 캐스팅됐을 때 기분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잭 딜런 그레이저 = 정말이지 너무 좋았습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저는 픽사 영화들을 보면서 자라왔으니까요. 또 모두가 잘 알다시피 픽사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픽사의 목소리가 된다는 건 모두의 꿈이기 때문에 정말 흥분된 마음이었습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 = 저도요! 저는 <카>의 라이트닝 맥퀸을 보면서 자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픽사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카>와 같은 픽사 영화 캐릭터들을 제가 우러러보고 자랐으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픽사 영화는요?

제이콥 트렘블레이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단연 <카> 에요. 이 작품에 유년 시절 노스탤지어가 스며 들어있는 것 같아요. 워낙 라이트닝 맥퀸을 좋아했고,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장난감 차도 가지고 있었죠. (웃음)

잭 딜런 그레이저 = 저는 <니모를 찾아서>요! 니모를 굉장히 사랑합니다.

(왼쪽부터) <룸>, <원더>에 출연한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

(왼쪽부터) <위 아 후 위 아>, <샤잠>에 출연한 잭 딜런 그레이저

- <루카>를 보면서 알베트로 캐릭터와 잭 딜런 그레이저의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알베르토와 굉장히 비슷한 구석이 많아 보였거든요. 모험심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부분이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맞나요?

잭 딜런 그레이저 = 맞아요, 전 알베르토처럼 호기심이 많고, 제가 모르는 영역에 관한 모든 것이 궁금한 사람이죠.

연기를 제외하고, 최근에 가장 호기심을 가진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잭 딜런 그레이저 = 최근 제가 제일 관심 있는 건 자연 탐험이에요. 이 앱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iNaturalist'라는 앱을 혹시 아시나요? 우리가 식물의 사진을 찍고 올리면 식물의 이름을 정확히 알려주는 앱입니다. 최근엔 자연 탐험이 굉장히 재미있어서 푹 빠져있죠. 또 저는 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것들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죠. (웃음)

<루카> 루카 캐릭터 스케치

<루카> 알베르토 캐릭터 스케치

- <루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인데요. 어릴 적 상상이 이 작품의 단초가 됐다는 점이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내죠. 카사로사 감독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두 분 역시 나만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제이콥 트렘블레이 = 음, 저도 나이가 들면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은 재미로 글을 쓰고 있죠.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한 색채를 펼쳐내기 위해선 정말 엄청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 있어서 카사로사 감독은 정말 천재인 것 같습니다. (웃음) 감독님이 영감받은 애니메이션을 저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정말 멋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브리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러한 예술 스타일이 <루카>를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만큼, <루카>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잭 딜런 그레이저 = 네, 저는 영화감독이 될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요. 언제나 글을 쓰거나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죠. 또 어쩌면 무언가를 제작하게 될 수도 있고요. (웃음)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세계의 무언가 같습니다. 물론, 기회가 주어지면 전적으로 관심을 쏟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루카>는 감동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소소한 유머들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도 웃음이 났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까요?

제이콥 트렘블레이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 속에서 루카가 트림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제가 트림을 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실제로 제가 트림을 했습니다 (웃음) 그게 정말 재미있는 장면인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정말 웃겨요.

-코로나19로 비록 집에서 목소리 녹음을 하긴 했지만, 제작 과정 중에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루카>의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있나요?

제이콥 트렘블레이 =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경험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라서 실제로 스튜디오를 찾아갔었어요. 그곳에서 <루카>의 컨셉 아트를 구경할 수 있었고, 목소리 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잘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룸> <원더> 그리고 <그것> <위 아 후 위 아> 등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두 사람을 좋아하는 한국 팬들이 많습니다. <루카>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제이콥 트렘블레이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 역시도 <카>의 라이트닝 맥퀸과 픽사의 다른 캐릭터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많은 관객들이 <루카>를 관람하고 알베르토와 루카를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잭 딜런 그레이저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픽사 영화는 늘 교훈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루카> 역시 우리는 늘 꿈을 좇아야 하고, 열정의 힘을 믿어야 하며, 열망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소파를 내려와서, 많은 분들이 극장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