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의 뒤를 이을, 새로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얼굴이 될까. 지난 5월 24일(국내 시간) <이터널스>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됐다. 마블 세계관 내 불멸의 존재, 이터널들의 이야기를 다룬 첫 영화.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안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리처드 매든, 젬마 찬, 마동석 등 전 세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에게 히어로 슈트를 입혔다는 점만으로도 기대되는 작품. 예고편을 보고 전 세계 팬들이 건져낸 떡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터널스의 우주선

예고편 도입부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요소 중 하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삼각형 모양의 우주선이다. 코믹스 속 이터널스는 인류 문명의 길잡이 역할을 한 히어로들로 묘사된다. 2019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쿠마일 난지아니는 이터널스의 기원에 대해 수천 년 전 괴물들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지구로 보내졌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예고편의 오프닝은 아마 이 부분을 담아낸 장면일 것으로 추측된다.


단검

<이터널스>가 최초 공개됐던 마블 특별 영상에서도, 이번 티저 예고편에서도 눈에 띄게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단검이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한 이터널이 인간에게 단검을 건네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셀마 헤이엑이 연기한 에이잭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그들이 발전하도록 도왔지” 이터널들에게 단검을 건네받은 인간은 그를 사용해 사냥과 채집을 하고, 더 향상된 무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바빌론 세트 앞에서 인간이 이터널에게 무릎을 꿇으며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인간에게 발전된 삶을 선물하는 이터널의 행적이 요약된 장면이다.


예고편에 쓰인 곡,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파도가 일렁이는 검푸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땅.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인간의 얼굴이 나옴과 동시에 예고편 삽입곡, ‘디 엔드 오브 더 월드’(The End of the World)의 가사가 흘러나온다. ‘왜 태양은 저렇게 빛나는 걸까요, 왜 파도는 해안으로 밀려드는 걸까요’. 천막에서 무리 지어 살고 있던 고대의 사람들,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우주선이 등장한다.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에, 이 세상에 끝나버렸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후 세르시는 지구의 풍경을 보며 “아름답네”라고 이야기한다.

예고편에 따르면 이터널들은 지구의 인간들에게 문명을 전파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개입하진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진. 지구인은 이터널들에 대한 은혜를 잊은 걸까? 혹은 지구인에 대한 이터널들의 관심이 줄은 걸까?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에, 이 세상이 끝나버렸다는 걸 그들은 모르는 걸까요?

내가 당신의 사랑을 잃은 그때 이 세상이 끝나버렸다는걸, 그들은 모르는 걸까요?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속 가사는 지구인과 이터널의 관계를 담아낸다. 이터널들과 지구인, 어느 쪽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인간일 것으로 추측된다. 예고편의 삽입곡이 정말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담아내고 있을지는 극장에서 확인해보자.


세르시의 로맨스

세르시가 고대 지구인들의 삶에 녹아들며 도움을 주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그는 지구와 이터널스의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일 것으로 추측된다. 예고편에서 세르시와 로맨틱한 순간을 여럿 나눈 이가 있었으니, 이터널스 중 가장 강한 에너지를 지닌 히어로라 소개된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등장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이들은 수 세기를 거치며 사랑을 이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원작 속 세르시의 연인은 따로 있었으니, 키트 해링턴이 연기할 데인 휘트먼, 블랙 나이트. <이터널스> 세트장에선 세르시와 데인 휘트먼을 연기한 젬마 찬과 키트 해링턴의 키스 신 촬영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젬마 찬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르시는 두 개의 사랑 이야기에 얽힐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이터널스>의 주인공을 꼽자면 세르시, 젬마 찬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 그를 둘러싼 삼각관계 로맨스도 <이터널스>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되지 않을까.


데비안츠의 등장? 혹은 드루이그?

셀레스티얼이 만든 또 하나의 존재, 바로 데비안츠다. 셀레스티얼의 실패작이라 불린 이들은 피에 굶주렸고, 이터널스에 대한 열등감을 지녔다. 이터널처럼 되기 위해 그들을 납치하여 생채 실험을 하기도 한 악독한 빌런. 코믹스 속 이터널스는 늘 그들의 악행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터널스>에서 역시 지구의 종말을 이끄는 빌런으로 데비안츠가 등장할 예정이다. 예고편엔 낯선 존재와 전투를 벌이는 킹고(쿠마일 난지아니),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빛으로 한곳을 향해 총을 조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담겼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조종당하고 있는 이들을 두고 일부 팬들은 데비안츠의 리더이자 변신 능력을 지닌 크로가 인간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었다는 추측을 내놨다.

한편으론 상대의 마음속 두려움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지닌 이터널, 드루이그의 행적일 거라 추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작 속 드루이그는 인류에 대한 믿음을 잃은 캐릭터로 묘사된다. 인류와 교류하는 것에 반기를 든 후 이터널스를 탈퇴한 인물. 영화에서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탈퇴까진 아닌 것 같지만, 그가 동료들 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덩케르크> <킬링 디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리 키오건이 그를 연기한다.


마카리의 방

엄청난 스피드 능력을 지닌 마카리(로런 리들로프)의 속독 장면 역시 화제를 모았다. 단 1초의 장면이지만 떡밥이 넘쳐났기 때문. 눈 밝은 관객은 이곳에서 키메라의 동상, 스핑크스 동상, 로마의 원로원과 대중을 의미하는 SPQR(Senatus Populusque Romanus)이 새겨진 동상을 찾아냈다.

가장 반가운 유물(?)은 오른쪽 상단, 램프 위로 보이는 중세 시대 기사의 갑옷. 마블 식구 문나이트의 무기, 앵크가 걸린 갑옷을 만날 수 있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될 드라마 <문나이트>의 이스터에그, 혹은 예고 떡밥이라고 봐도 좋을까. <문나이트>는 2022년 방영될 예정이며 오스카 아이삭이 문나이트 역에 캐스팅된 상태다.


캡틴 아메리카의 흔적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의 뒤로 문에 새겨진 K를 발견한 이들은 이 공간이 킹고의 전용기임을 눈치챘을 것. 그 문 옆으로 보일락 말락 하게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캡틴의 것인지 모조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오랜 시간 삶을 살아온 이터널과 캡틴 아메리카가 아는 사이였을 수도 있다는 짐작을 하게 만드는 반가운 떡밥.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스프라이트의 대사도 흥미롭다. 스프라이트는 “캡틴 로저스와 아이언맨이 떠났으니 이제 누가 어벤져스를 이끌지?”라 묻는다. <이터널스>의 시간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 많은 이들은 캡틴 아메리카 대신 캡틴 로저스라는 이름이 언급됐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터널스>는 샘 윌슨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후의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다. 이 모든 것은 극장에서 확인 가능할 것. <이터널스>는 올해 11월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