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항상 물어봐 주실 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지금 이십대 후반의 내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목표는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거다. 사람들이 내 연기에 공감해주고 또 내 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맡은 일을 잘하는 배우 또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혼자 한국에 나왔을 땐 가족들의 걱정이 심했을 것 같다.
한국에 가겠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조건이 몇 개 있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장학금을 받거나, 한국에서 먹고 살 수 있게 영어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그걸 다 해냈다. 계획서도 보여드렸고, 그렇게 허락을 받아 오게 된 거다. 뉴질랜드에서 가족들과 바글거리며 살다가 정말 혼자가 되어 버리니까 부모님도 걱정과 속상함이 있으셨던 것 같다. 나름 건강하게 살을 뺐는데 왜 이렇게 말랐냐고 하시고.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광고 모델이 돼서 TV에도 나오고 또 한국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 거리 어딘가에 내 모습이 걸려있고 그러다 보니 이젠 걱정보다는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그러다가도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된다고 하시고. (웃음)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 주연까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왔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아직 너무 짧은 시간 연기를 해서 말하기 부끄럽지만, <파이프라인> 찍으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다. 그전엔 드라마만 했었고 또래 배우들과만 작업을 해와서 선배님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할 때는 나를 빼고 모두 선배님들이셔서 연기에 대해 많이 듣고 배웠다. 영화 촬영할 때는 항상 같이 있지 않나. 그걸 처음 경험해봤다. 내 신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대본에 대해서 정말 하루종일 이야기하고, 찍고 나서도 찍은 장면에 대해 또 이야기하고. 배우로서 연기와 현장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배운 게 너무 많아 <파이프라인> 후에 만난 작품들을 할 때는 조금 더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