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요즘. 다시금 이곳저곳에서 언급되는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KBS 스페셜 연작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방영 당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모델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 이제는 어엿하게 배우로 자리 잡은 이들의 풋풋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때때마다 '이제는 다시 보기 힘든 조합'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회자되는 이 드라마의 출연진 면면을 돌아보며 그들의 근황을 소개한다.


어떤 드라마길래?

출연진을 소개하기 전, 이 드라마가 낯설 이들을 위해 간단히 스토리를 짚어보자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상위 0.1%만 입학할 수 있다는 명문 사립 수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모두가 기숙 생활을 해야 할 만큼 고립된 지대에 위치한 곳. 오롯이 성공적인 입시만을 바라보며 영혼을 쏟아 넣는 이곳엔 1년에 단 8일간의 방학이 존재하는데, 알 수 없는 발신자로부터 기묘한 메시지를 받은 8명의 학생들은 방학마저 반납하며 학교에 남는다. 교통사고로 조난된 정신과 의사까지 학교에 머무르게 되며, 학교에선 알 수 없는 사건들과 메시지들이 이어진다. 이렇듯 쫄깃한 서사에 더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부풀어지는 학생들의 두려움을 죄와 속죄, 악과 불안이라는 메시지로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스페셜 드라마치곤 꽤나 긴 8회차 동안,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미장센과 장르적 재미를 펼친 이 작품은 재편집 감독판까지 출시할 정도로 수많은 '화크 덕후'들을 양산해냈다. 모델 출신 배우들을 한데 모은 이유에 대해서 박연선 작가는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단 "새로운 얼굴로 신선함을 주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밝히기도.


김우빈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역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배우 김우빈'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방영 당시만 해도 김우빈은 제 본명인 김현중으로 활발히 모델 활동을 하고 있었고 대중에겐 낯선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가장 출세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김우빈의 이름이 앞설 것이다. 명문고 학생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비주얼을 한 강미르는 '미친 미르'라는 별명답게, 등장 내내 독특한 행동을 일삼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진실한 내면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홀렸다. 날카로운 외모와 잘 맞아떨어진 강미르 특유의 능글거림은 김우빈 시그니처 연기의 시작점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 뭐 해? <외계+인> 촬영 종료, <우리들의 블루스> 검토 중

건강 악화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김우빈은 완치 판정 소식과 함께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식이 들려온 작품은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김태리, 류준열, 소지섭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외계+인>은 현시점 충무로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올 하반기에는 김우빈의 연기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솜 <화이트 크리스마스> 유은성 역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유일한 여성 배우, 이솜은 침착하지만 알 수 없는 속내를 가진 유은성을 연기했다. 영화 <맛있는 인생> 이후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친 이솜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배우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1년의 공백기도 없이 채워진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연기자로서 이솜이 얼마나 급격히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는 지점. 물론 <화이트 크리스마스> 당시에는 다소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시작점이 다소 미약했을 뿐. 2021년의 이솜은 여러 작품들에 주연을 꿰찰 정도의 굵직한 배우로 성장했다.

<모범택시> 이솜

(왼쪽부터) <싱글 인 서울> 이동욱, 임수정, 이솜

요즘 뭐 해? <모범택시> 촬영 종료, <싱글 인 서울> 촬영 중

지난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이어 올초 <모범택시>로 시청자를 찾은 이솜은 쉴 틈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을 예정이다. <모범택시> 촬영이 종료되기도 전에 이미 차기작 촬영에 들어간 것. 임수정과 이동욱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싱글 인 서울> 촬영이 한창이라고 전해졌다.


이수혁 <화이트 크리스마스> 윤수 역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감정적인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조명한다. 그 안에서 이수혁이 연기한 윤수는 교내 록밴드의 리더이자 부잣집 아들이지만 조울증을 앓고 있기에 감정적 요동침이 가장 심한 캐릭터. 영화 <이파네마 소년>을 통해 모델에서 배우로 방향키를 튼 이수혁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브라운관 데뷔를 하게 됐고, 대중에게 제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물론, 신인 연기자였던 만큼 딱딱한 어조로 대사를 읊는 장면들이 많아서 다시 보기를 하는 팬들에게 다소 낯선 모습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수혁의 트레이드 마크인 목소리와 윤수가 지닌 어두운 면모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들이 있기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여러모로 이수혁에게 보석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풋풋한 이수혁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덤.

<파이프라인>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요즘 뭐 해? <파이프라인> 개봉,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방영 중

요즘 <화이트 크리스마스> 출연진 중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수혁은 스크린과 브라운관, 두 영역에서 활약 중이다. 우선,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 도유꾼들을 쥐락펴락하는 안하무인 건우를 연기한 이수혁은 <차형사>(2012)와 <무서운 이야기 2>(2013)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을 찾아 연일 열혈 홍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스크린과는 반대로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선 묘한 매력의 웹소설 편집장 차주익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중. 늘 배우로서의 본분이 1순위라 누누이 말하는 이수혁은 이제 모델이란 수식어보다 배우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후 10년간 그가 얼마나 진득한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는 지점.


김영광 <화이트 크리스마스> 조영재 역

여러 작품에서 까불까불한 얼굴을 자주 드러낸 김영광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도 가장 야비한 행동을 일삼는 캐릭터 조영재를 연기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강약약강'을 시도 때도 없이 시전한 조영재는 '조염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 대부분의 동료 배우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지만, 김영광은 이전부터 여러 편의 드라마애 얼굴을 비추며 가장 먼저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김영광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고,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기 충분할 정도로(!) 캐릭터 완성도를 높였다.

(왼쪽부터) <미션파서블> 김영광, 이선빈

<해피 뉴 이어> 출연진

요즘 뭐 해? <미션 파서블> 개봉, <안녕? 나야!> 종영, <해피 뉴 이어> 촬영 중

올해 초 영화 <미션 파서블>과 드라마 <안녕? 나야!>를 동시에 들고 온 김영광은 '글로리(영광) 데이'라는 말을 생성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영화의 개봉일과 드라마의 방영 시작일이 겹쳐 생긴 뜻밖의 별명이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후 조금의 휴식기도 없이 필모그래피를 켜켜이 쌓고 있는 김영광은 올해도 쉬지 않고 차기작을 선택했다. '역대급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해피 뉴 이어> 촬영에 돌입했다고. 김영광은 극 중 라디오 PD로 등장해 한지민, 고성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홍종현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재규 역

일찍이 모델에서 배우로 입지를 넓힌 홍종현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 2>와는 정반대로 내성적인 성향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로운 얼굴을 꺼낸 것.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속에서 모든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이재규는 주요한 내레이션을 통해 서사에 힘을 실었다. 홍종현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홍종현은 이후에도 들뜬 캐릭터보다는 차분한 캐릭터를 여럿 맡아왔다.

요즘 뭐 해? 현재 군 복무 중

2019년 12월 육군훈련소에 현역으로 입대한 홍종현은 곧 전역을 앞두고 있다. 6월 17일 제대할 예정. 아직까지 차기작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성준 <화이트 크리스마스> 최치훈 역

마치 감정이 없는 듯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에 관해선 어떠한 관심도 두지 않은 최치훈은 AI에 가까운 캐릭터다. 툭툭 뱉는 대사들이 포인트. 어설픈 대사 소화력이었다면 국어책을 읽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성준은 제 몫을 성실히 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박연선 작가는 성준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처음 보는 날 헉하고 숨이 멎을 뻔했다고" 언급하기도. 이 작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성준은 이후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로맨스가 필요해 3> <연애의 발견>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내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요즘 뭐 해? 제대 후 첫 영화 <괴기맨숀>으로 복귀 예정

작년, 갑작스레 아빠가 됐다는 소식을 알린 성준은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공포 영화를 선택했다. 얼마 전 옴니버스 공포 영화 <괴기맨숀>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전한 것. 성준은 폐아파트 광림맨숀을 취재하는 웹툰 작가 지우 역할을 맡았다.


(왼쪽부터) 곽정욱, 백성현

배우 곽정욱의 근황

<화이트 크리스마스>엔 6명의 모델 출신 배우들 외에도 김상경 그리고 이엘, 정석원, 곽정욱, 백성현이 출연한다. 이미 10년 이상 연기 경력을 쌓아온 이들은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배우들의 합에 묵직함을 더하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웰-메이드 작품으로 견인했다. 그중에서도 수신고 학생을 연기한 곽정욱과 백성현의 연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특히나 드라마의 정중앙에서 여러 가지 비밀들을 추적해가는 백성현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하드 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훌륭한 호연을 펼쳐냈다. 2018년 <라이프 온 마스> 이후로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이 없는 곽정욱은 현재 연기 학원을 설립해 운 영중이라고 알려졌으며, 백성현은 곧 방영 예정인 <보이스 4>에 서 만나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