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은 체제에 맞선 싸움을 다루고,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피나 <종이의 집> 각본 작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당시의 사회적 기류를 염두에 뒀다. 그때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사람들이 분노에 차 있던 때였다. 스페인 15M 운동으로 시위대가 길거리로 나왔고, 정부, 은행, 체제에 회의를 품었다. 믿음이 없었다. 우리가 작품에 옮긴 건 그런 기류였다. 이 시기를 겪고 답답함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종이의 집> 속 투쟁에 공감했고, 이것도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TV로 방영되던 때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들이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제작자로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콜메나르 가장 큰 교훈은 스페인에서 처음 방영됐을 때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는데도 결국 <종이의 집>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작품이 됐다는 것과 관련 있다.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처음 잡아 둔 기준을 고수했다. 사실 시리즈에 대해 가장 욕심이 많은 사람은 우리다. 만족을 모르지. 우리의 목표는 세계적인 성공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걸 꾸준히 좇았을 뿐이다. 그뿐인데 그 결과물이 자연히 세계적으로 성공하게 됐다면, 확신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 증명된 게 아닐까. 자신이 굳게 믿는 걸 하면 된다.
그동안 사랑받았던 캐릭터들이 몇 죽었다.
피나 드라마가 많이 변했다. 예전엔 메인 캐릭터를 죽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방송국 중역까지 들고일어서 ‘어떻게 이런 짓을 벌여!’라며 화를 냈을 거다. (웃음) 이제는 죽음도 극의 일부가 되었다. 극중 인물을 죽게 둔다고 처벌받는 일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죽음을 다룬 에피소드가 강렬해서 시청자도 함께 애도한다.
콜메나르 현실적인 일이기도 하다. 조폐국과 국립은행을 털고도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빠져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할 거다. 긴장감도 떨어지고. 죽음이 도리어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파트 4 후반에는 나이로비가 죽었다. 나이로비의 죽음이 새 시즌에서 강도단을 어떻게 자극할까.
콜메나르 나이로비는 강도단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였다. 마지막 시즌에 나왔다면 나이로비는 적응하기 힘들어했을 거다. 이번 시즌은 정면 대치를 다루니까. 나이로비는 늘 좀 달랐다. 온전한 대립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나이로비의 죽음은 분명 남은 캐릭터들에게 영감을 줄 거다. 플래시백으로 등장하기도 할 거고.